유랑하는 삶

일상

by becomingsoo

바람과 비의 도시에 와 있다. 세찬 바람이 창문을 흔들며 밤새 난동을 부리다가 동틀 무렵에는 기운이 다 한 듯 고요해지는 날들이 며칠간 이어지고 있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쯤은 그냥 맞는다. 바람에 힘없이 흩날리는 비는 방향을 잃어 우산을 써도 별 소용이 없다.


어쩌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라도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바람에 머리가 산발이 되어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고, 그걸 떼어내는 걸 반복하기를 몇 번 당하고 나서부터는 바람이 불면 모자를 챙긴다.


거리 풍경을 카메라로 몇 장 찍었다.


가게 앞에 얌전히 세워진 슬리퍼 두 켤레

어디에나 있는 오토바이들

어디에나 있는 고매한 고양이 씨

다리 밑 그늘에서 이발하는 사람들

키 작은 의자와 테이블

단 커피와 향기로운 차, 바삭한 빵

촉촉한 나무와 나뭇잎들


매일 조금씩 읽던 책 한 권을 이 도시에 와서 다 읽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럴 때가 되어서였는지 조금은 겁이 없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조금씩 살아가고 되어가는 여정에 큰 두려움은 덜해지고 자잘한 걱정은 함께 한다.

그게 썩 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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