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연습장

여행의 시작, 방콕에서 푸껫으로

살림남의 방콕 일기 (#42)

by 김자신감


드디어 떠났다. 샛별보다 밝고 화성보다 붉은 석양이 있는 푸껫으로. 간절함이 절실하면 이루어진다던가. 아이들 쿼터 방학을 맞아 주말 푸껫으로 향했다. 결혼 14년 차 제대로 된 휴양지 여행은 처음이다. 제대로 쉴 줄 몰랐던 아내와 나는 돈도 없이 여행을 하며 악착같이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려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사실 이것은 여행이라기보다 체험 학습 더 가까웠다. 어리고 여렸던 아이들을 업고서 박물관, 도서관, 과학관, 유적지 등만 찾아다니며 역사문화탐방을 하였지만 남아 있는 건 지식도 아니요, 여행에 대한 좋은 추억보다 다리 아프고 배고프고 춥고 덥고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는 것 같다.


이번 푸껫행은 오로지 휴양을 위한 여행이 테마다. 가족끼리 명목상의 단합이나 화합이란 진부한 목적은 접어두고 수고한 각자를 위해 스스로를 격려하고 앞으로의 다짐을 새롭게 하는 자리이다. 무엇을 얻으려 하기보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길 생각이다.


아내, 큰아이, 작은아이 각자가 원하는 짐을 꾸리고, 원하는 밥을 먹으며, 원하는 시간을 보낼 생각에 다들 기분이 들떠 있다. 나는 태국 남서부 최고 휴양지 푸껫의 바다를 바라보며 편안한 의자에 기대어 칵테일 한잔과 글을 쓰고 책도 읽을 생각이다. 그러다 몸이 뻐근해지면 수영도 하고 선베드에 누워 낮잠도 청해볼 것이다.


이번 푸껫 여행의 총비용은 4인 가족이 3박 4일 일정으로 100만 원 이하로 맞추었다. 복잡하지 않은 해변과 가까운 조용한 호텔에서 조식과 석식의 하프 보드를 선택하고, 그 외 관광투어는 생략하니 나름 합리적인 비용에 맞출 수 있었다. 비록 최고급 리조트도 아니요 문만 열면 바다로 이어지는 조망이 있는 곳도 아니지만 편안히 쉴 수 있는 한적한 곳이다.


어쩌다 중년, 돈을 위해 성공을 위해 공부를 위해 나보다 조직을 위해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왔다. 이런 나에게 이번 4일의 짧은 여행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이다. 지금은 푸껫의 1일 차 새벽, 정제되지 않은 급한글을 쓰고 있지만 이번 연휴 동안은 푸껫의 마음만 솔직하게 담아볼 생각이다.


어느새 아이들은 스스로의 여행 배낭을 챙기고 짊어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아이들의 많았던 짐을 몸소 들고 다녀야 했던 7년 전의 수고를 어느 정도 덜게 되니 몸은 가벼워졌지만 마음 한켠이 무거워온다. 출발 전 미리 적어놓았던 여행 준비물... 대학 소개팅 전날의 준비처럼 마음이 설레기에 사소한 목록이지만 삭제하지 않은 채 글을 마무리해본다.

준비물

위생물품

물티슈

치약, 칫솔


보호용품

모자

선크림

선글라스

양산


상비약

모기약

1회용 밴드

배탈약

유산균


개인용품

아이패드

충전기

배터리

수영복, 수경

샌들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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