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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Oct 21. 2022

태국 대표 음식 팟타이는 태국에서 먹기 어렵다

살림남의 방콕 일기 (#48)


태국의 대표음식 팟타이. 남녀요소 국적불문 모두가 좋아하는 국제적인 음식이지만 내가 사는 방콕 외곽에는 팟타이 식당을 찾기 생각보다 어려웠다. 우리의 짜장면 같은 대중적인 음식 팟타이, 태국을 볶을 만큼 유명한 팟타이가 왜 태국에서 그것도 수도인 방콕에서 더 찾기 어려울까.


그 이유를 억지로 추측해보면 팟타이는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선호하는 메뉴이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많은 방콕 중심거리에 팟타이 가게가 모여있지만, 원주민이 사는 외곽지역에는 상대적으로 팟타이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 관련 식당을 찾기 어려운 것 아닐까란 뇌피셜을 던져본다.


대부분의 호텔들은 타이 푸드 대표 메뉴로 팟타이(볶음면), 카오팟(볶음밥), 팟까오무쌉(볶음덮밥) 3가지는 거의 필수적으로 포함한다. 하지만 이곳 현지인들은 주로 치킨라이스, 카오랏깽(커리 등) 등 밥을 비벼먹는 것과 국물이 있는 고기국수를 더 선호하는 듯하다. 하긴 우리도 불고기나 비빔밥, 짜장면을 매일 먹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지 싶다.


팟타이는 태국식 볶음 쌀국수 요리로 팟타이까이(치킨)와 팟타이꿍(새우) 2가지 메뉴로 나뉘며 각 가게마다 팟타이의 재료와 맛이 조금씩 다 틀리다. 개인적으로 치킨의 퍽퍽함보다 새우의 탱탱한 식감을 더 선호한다. 팟타이는 볶음국수이지만 노릇노릇 눌리듯 볶아야 특유의 꾸덕한 식감과 고소함이 살아난다.


태국 방콕 외곽에서 저렴하고 내 입맛에 잘 맞는 카페나 식당이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만약 팟타이 한 접시를 먹기 위해 택시 타고 호텔에 찾아가는 것은 마치 짜장면 한 그릇 먹고자 택시 타고 차이나타운 가는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방콕에 온지도 3개월이 지나갔지만 아직 제대로 된 팟타이 맛집을 찾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며칠 전 오리요리 전문식당에서 식사메뉴를 보던 중 팟타이가 눈에 들어왔다. 오리집에서 웬 팟타이? 일절 무시하고 대표 메뉴인 구운오리에그누들과 새우오믈렛을 주문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않은 새우오믈렛의 계란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오리전문점이란 간판을 달고 있지만 볶음요리 전문점 향기가 났다.


다음날 문득 오리집 팟타이가 궁금해 아침부터 찾아가 팟타이꿍(새우) 한 그릇 주문했다. 주문 후 달그락 거리는 웍질 소리가 그렇게 흥겨울 수 없다. 60밧짜리 새우팟타이가 소박하게 한 접시 담겨 나온다. 이건 맛을 보지 않아도 분명 맛있다는 느낌이 온다. 흔한 땅콩분태도 없고 다른 소스를 추가하지 않아도 내 입맛에 딱이다. 크진 않지만 탱글한 알새우와 쫄깃하고 짭조름한 반건조 새우의 식감이 숙주의 아삭함과 조화롭다. 


드디어 발견한 집 근처 팟타이 맛집. 오리집 간판을 달고 그 내공을 숨기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 된 로컬 팟타이를 맛보지 못한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진짜 맛을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가끔 혼자 가서 부담 없이 먹고 올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 이렇게 하나씩 주변을 알아가며 서서히 태국 방콕의 로컬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모습이 아주 기쁘다. 태국의 대표음식 팟타이를 로컬식당에서 찾게 되어 무엇보다도 기쁘다. '태국을 볶는다'는 팟타이가 지금 내 마음을 지글지글 뜨겁게 볶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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