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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습장

라오스 비엔티안, 세상 느긋하고 편안한 왓따이 공항

살림남의 방콕 일기 (#51)

by 김자신감


버스터미널만 한 라오스 비엔티안 왓따이 공항. 국제선과 국내선이 바로 이웃해 있다. 터미널이란 개념 없이 깔끔하게 한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Arrival 2층은 Departure 여느 공항과 동일하다. 여기가 라오스 수도 관문 공항의 느낌보다 한적한 지방의 국내선 공항 같다. 그렇다고 작아서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고 오히려 복잡하지 않아 너무 편하다. 공항 와이파이가 잘 연결되지 않아 게임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불평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라오스 비엔티안 공항의 분위기도 볼 겸 브런치 가게를 찾아본다. 출국 검사대를 통과하면 통상적으로 음식값이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출국검사 전 간단히 요기하는 편이 낫다. 국제선 1층 입구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군데군데 쉴만한 카페가 눈에 띈다. 하지만 이제는 관광객이 많은 국제선보다 내국인이 많은 국내선이 조금 더 저렴할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원래 인기 있는 식당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기 때문에 항상 끝까지 가보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입구에 있는 화려한 카페들을 지나쳐 안쪽으로 쭉 들어 가보니 국내선 2층에 숨겨진 카페가 있다. 공항 직원들이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믿음을 준다. 얼마 남지 않은 라오스 잔돈은 호텔 무료 픽업 기사에게 다 주었던 터라 가지고 있는 타이 밧으로 주문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100밧에 35,000깁으로 주문 가능했다. 핫 라테 20,000깁(1,800원), 참지 샌드위치 28,000깁(2,500원), 과일 스무디 23,000깁(2,000원)에 7,000원도 안 되는 공항 카페의 가격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사실 공항 음식은 가격은 비싸고 맛은 평범하기에 시간과 배나 채울 요량으로 기대 없이 주문했지만 기대 이상이다. 특히 핫 라테가 유명 프랜차이즈의 것처럼 정말 부드럽다. 뚜껑을 열어보니 양도 넘칠 듯 가득하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꽃으로 작품을 그려 놓았다. 라오스는 음식에 진심인 국가라는 것을 공항 카페에서 확신하게 되었다.


왓따이 공항 국내선 브런치 맛에 감탄하며 다시 국제선으로 100m도 안 되는 거리를 천천히 걸어 5분 만에 이동한다. 너무 여유를 부린 탓일까. 방콕행 체크인 줄이 생각보다 길다. 하지만 체크인 부스를 연 곳이 방콕행 한 곳뿐이라 길게 느껴지는 기분이다. 하루 몇 대 되지 않는 항공편만 믿고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 줄이 줄어들기 기다린다. 이렇게 여유 있는 발권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비행기 출발 1시간을 남겨두고 티켓팅을 위해 1등석 티켓마냥 게으름을 부리며 사부작 자리에서 일어선다. 20분도 안되어 출국심사까지 마무리를 짓고 아담한 출국장도 구경해본다. 작은 면세점도 필요한 것들만 딱딱 있는 편의점 같다.


출국장 안에 있는 카페의 커피 가격이 궁금해 들여다보니 최소 5만 깁(4,500원) 이상, 예상대로 비싸다. 물론 자리값이라 하지만 출국장의 좌석은 충분히 여유롭다. 출국장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할 라운지가 제일 끝에 위치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렇게 홀대받는 라운지는 라오스 공항이 처음이다. 하긴 붐비지 않고 곳곳에 쉴 곳이 있으니 굳이 라운지가 있을 필요도 없어 보인다.


라오스에 비엔티안에 머무르는 3일 동안 시간에 쫓긴 적이 없었다. 심지어 공항도 마찬가지다. 교통체증이 있는 것도 아니요, 멀리 이동할 필요도 없고, 체크인이 줄이 긴 것도 아니기에 마음이 여유롭다. 5분 늦게 게이트 문이 열렸지만 출발시간보다 5분 빠르게 이륙한다. 라오스 비엔티안의 작은 공항은 끝까지 조급함 없이 우리를 목적지로 배웅한다. 작은아이에게도 편한 마음이 전달됐는지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느긋하게 글을 적으며 짧은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비행기 (글, 그림 : 작은아이)


범고래가 깊고 시원한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것 같이

비행기는 맑고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비행기가 흔들흔들 이륙할 때

비행기의 가슴은 틔어진다.


제대로 날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이 무겁지만

자신을 믿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날아간다.


호기심이 생겨 더 높이 올라가

푹신푹신하고 몽실몽실한 구름 속을 내려다보니


혼자 하늘 해적 모험을 하듯 재미있어 웃는다

곧 착륙해야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결국 땅과 가까워져야만 하기에

비행기는 오늘도 바다와 하늘을 날아다니며 탐험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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