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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Nov 01. 2022

라오스 비엔티안, 작지만 거대한 한국의 힘

아이들과 함께 하는 태국 방콕 생활 (#26)


조용한 라오스의 한낮 분위기. 토요일 저녁도 이렇게 고요한지 여행자 거리를 둘러보았다. 구경거리라 해봤자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먹자골목과 옷거리와 작은 놀이 기구가 끝이다. 길을 걸어가다 익숙해 보이는 놀이터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의 놀이터와 너무 닮아 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기업이 라오스에 만들어준 놀이터란 기념비가 서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 파손된 시소, 슬라이드와 끊어진 그넷줄이 후속관리가 잘되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라오 아이들은 깔깔되며 재미가 있는 듯 즐거워하고 있다. 가진 놀이터에도 행복할 수 있는 라오사람들의 긍정적인 마인드... 평소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불평불만만 하는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토요일 저녁이라 낯에는 잘 볼 수 없었던 라오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눈에 띈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시끄러운 16비트 박자의 음악을 틀어놓고 낮잠을 자고 있는 라오 사람을 깨우려는 듯하다. 이른 저녁이라 조그만 놀이공원에 아직 사람이 모여들지 않는다.


서쪽 노을 등 뒤로 빠두사이개선문 쪽으로 걸어 올라가는 길. 대학 축제처럼 조명과 함성 소리가 들린다. 빛과 소리를 따라 올라가 보니 익숙한 K-POP 음악소리. 조용한 나라 라오스에도 한류가 들어온 건가. 아이들과 함께 흥겨운 노랫소리를 찾아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라오스 유스페스티벌로 K-POP댄스, e-스포츠, 3대 3 농구, 브레이크 댄스 등 라오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종목으로 행사를 구성해 놓았다. 행사는 토, 일요일 2일간 진행되고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K-POP댄스 배틀을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에 넣어 놓았다. 커다란 행사 입구, 현수막과 경찰 및 앰뷸런스, 각종 먹거리, 스폰서 업체들의 홍보까지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알차게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행사 주최가 스위스 대사관과 스위스 개발협력국이다. 스위스가 자국 홍보를 위해 라오스 정부와 행사를 공동 주최하고 그 행사 한가운데 K-POP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남의 집 잔치 음악에 K-POP이 메인으로 흥을 불어넣고 있으니 한류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업체들이 빠져 있다는 것. 스폰서 업체들을 눈여겨 둘러보니 한국업체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라오스 젊은이들은 한국의 잠재적 고객으로 한국의 문화와 제품들을 인기에 비해 기업들의 지속적인 후원은 잘 되지 않는 느낌이다.


무대에는 비엔티안 K-POP 댄스 컴퍼티션이 진행 중이다. 한국의 군무보다 어설퍼 보이는 라오스의 젊은이들의 춤사위지만 지금처럼 한국을 동경하며 꿈을 높여가다 보면 분명 라오스는 인도차이나의 잠룡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라오스의 1인당 국민총소득(21년도 기준)은 2.5천 달러로 3.5만 달러인 우리와 비교할 수 없지만 젊은이의 비중이 30대의 비중이 우리보다 월등한 잠재적인 성장 가능 국가이다.


미래 노령화된 한국이 그들의 젊은 노동력을 필요로 할 때가 올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라오스는 라오 젊은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성장시키기에는 예산과 인프라가 부족해 보인다. 접적인 현물 투자보다 한국문화를 알리고 한국을 꿈꿀 수 있도록 브랜딩 하는 한류 행사 주최와 다양한 문화 홍보가 더 효과적이 않을까.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행사를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도로에는 생각보다 한국의 자동차가 많다. 태국 방콕에서는 일본차가 90% 이상에 가까웠다면 라오스에서는 한국차가 30% 이상 볼 수 있다. 간식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러보니 한국 라면과 즉석제품이 익숙하게 눈에 들어온다. 한국인이 당장 와서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라오스는 한국화가 진행되어 었다.


과거 일본의 대 라오스 경제개발협력을 통한 과감한 자본 투자와 현재 중국의 일대일로의 공격적인 투자로 물류 인프라 구축 등 라오스의 미래를 선점해 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의 투자 및 지원은 너무 미약해 보이지만 한류를 앞세워 한국 제품들이 호감도를 높여나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인다.


아세안 국가 중 빈국인 라오스 반면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라오스, 태국과 라오스의 젊은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을 동경하고 있으며 우리처럼 성장하고 싶어 한다. 과거 우리가 도움을 받았듯 이제는 도움을 줄만한 충분한 위치에 왔으며 특히 동남아시아의 성장모델 국가로서 대한민국이 중심에 있을 자격 또한 충분하리라. 그들로부터 이익을 탐하기보다 한국의 선진문화와 시스템을 알려주어 한국을 동경해 나갈 수 있는 열정을 키워줘야 하는 순수한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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