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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습장

태국 방콕 직장인의 출근길 풍경

살림남의 방콕 일기 (#56)

by 김자신감


세상 모든 직장인은 거룩하다. 부모, 자녀, 자아실현을 위해 헌신하는 노동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퇴근 길은 마치 수행을 떠나는 순례자와 같이 고난의 연속이다. 특히 방콕의 출근길을 경험해보면 고행이라는 단어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아내의 경험을 빌어 정확히 숫자로 표시해보면 출퇴근 편도 15km의 거리를 3시간, 왕복으로 6시간 소요된 경우도 있다. 무더운 날씨 침수로 또는 시위로 움직이지 않는 도로 한가운데 사람들로 빽빽이 들어찬 에어컨 없는 버스 안에서 3시간 동안 갇혀있다 보면 충분히 고행이라 할만하지 않는가.


아침 6시 본격적인 출근 전쟁의 시작이다. 무조건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 전진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에 치열한 전쟁과도 같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아내의 출근길이지만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교통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택시를 탈지, 버스를 타고 갈지, 지하철을 타고 갈지 도로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그때그때 결정해야 하기에 항상 일찍 일어나서 집을 나서야 한다.


이들을 응원이라도 하듯 태국의 아침 시장과 식당들은 새벽부터 북적거린다. 태국 방콕의 진정한 모습을 경험하고 싶다면 아침 일찍 부지런히 길을 나서 직장인들의 출근길만 따라다니기만 하면 된다. 시장과 식당에서는 그들을 위해 간단한 아침 도시락부터 커피, 음료, 간식 따위 등을 다양하고 저렴하게 만들어 팔고 있다.


아침 8시 직장 근처에 도착한 노동자들은 아침식사로 먹을 20~30밧(1,000원) 과일, 음료, 도시락을 하나, 둘 고른다. 모처럼 잔돈이 남는 다면 흔한 우리 직장인처럼 길거리 복권을 사기도 하고 또는 봉양할 꽃 또는 붉은색 음료를 함께 사기도 한다. 무엇을 사든 지 공통 한 가지 목적은 가족들의 무사기원과 평안, 경제적 자유를 잠시 꿈꿔 보는 것 아닐까.


9시가 다가갈수록 오토바이 랍짱들이 늦은 직장인을 부지런히 실어 나르며 길거리는 막바지 긴장감이 흐른다. 여전히 교통 정체는 풀리지 않고 있다.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보니 아침 10시가 넘어도 풀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국 방콕의 직장인들의 하루 시작은 출근길부터 피로가 쌓여가는 것이다. 카페인이 과도한 에너지 드링크, 시럽이 듬뿍 들어간 밀크티, 달달한 연유 범벅의 로띠의 카페인과 당으로 에너지를 각성시키며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태국 방콕의 직장인들도 우리와 같이 치열하게 살아간다. 도로 한가운데 조그만 포니 왜건 크기의 드렁크에 8~10명의 미얀마 노동자들이 가족을 위해 빼곡히 들어앉아있고, 헬멧도 없이 묘기 부리듯 차량 사이로 빠져 다니는 랍짱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는 방콕의 젊은이들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 그것이 위험하고 힘든 여정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루를 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과 바쁜 시간이지만 꼬깃꼬깃 주머니 속 복권한장과 주름진 손에 들려진 봉양할 꽃 한 송이에 그들의 꿈을 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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