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을 넘어서니 신체적 변화가 느껴집니다. 그중 시력이 걱정될 만큼 흐릿해졌습니다. 근시는 있었지만 가까이 있는 글씨도 안경을 벗어 미간을 찌푸려야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 또 다른 변화는 청력입니다. 며칠 전부터 귓속에서 귀뚜라미가 사는 듯 삐- 삐-거리는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난시에 난청까지 걱정해야 하는 때인가 봅니다.
막상 좋기만 할 것 같던 태국도 몇 달 지내다 보니 힘든 점도 많이 생깁니다.첫 번째, 언어적 한계입니다. 저는 태국어를 하지 못하고 태국 사람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니까요. 태국어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태국의 생활 만족도는 훨씬 높아질 텐데 아쉬울 뿐입니다.
도움을 요청하면 친절히 응대하다 이해할 수 없어 맥없이 대화는 단절됩니다. 심지어 편의점에서는 "김 미 어 백" 이란 간단한 소통도 안되니까요. 번역기를 사용하려 해도 뒷손님에게 눈치가 보여 이내 그냥 나올 때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듣고 싶은 말만 들었던 선택적 난청이었다면 태국에서는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는 결정적 난청이 문제가 되네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귓속의 귀뚜라미가 자리잡기 전에 내보내야겠습니다. 태국 글자는 못 읽더라도 숫자라도 잘 외워 거스름 돈이라도 잘 받아와야죠.
복잡하니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합니다. 태국에는 1,000밧 이상으로 돈을 쓸 일이 잘 없으니 100까지만 미리 잘 알아둔다면 태국 카페 이용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숫자도 머릿속에 맴돌 뿐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더군요. 태국 방콕에서 미니멀 노마드를 꿈꾸는 저에게 당장 숫자부터 제대로 말하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