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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습장

누구 좋으라고 책을 내나요?

살림남의 방콕 일기 (#65)

by 김자신감

경력과 지식이 차고 넘치는 지인 분께 "책 한 권 내보시죠?"란 권유에 들려온 유머스러운 답변입니다. 평상시 반어적인 감각으로 주변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기에 웃으며 자연스럽게 넘어갔습니다만,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습니다.


드디어 오늘 오후, 짧은 원고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간단하다 생각했지만 고작 100페이지 책 한 권 쓰는 것도 이렇게 복잡한데 장편 쓰시는 작가님들은 어떤 마음으로 쓰시는지 참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목차만 수정만 수십 번, 내세울 것 없는 소개글, 명확하지 않은 책의 프롤로그 등... 남이 써놓은 책은 쉽지만 내가 쓰는 책은 왜 그리 어려운지요. 그래도 최종 원고가 내 손을 떠나가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 없습니다. 원고는 떠나야 제맛입니다.


운동으로 뭉친 근육들을 운동으로 풀어야 하듯, 글에 지친 머리는 글로써 풀어야겠습니다. 모처럼 브런치에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내니 정말 머리가 가벼워지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비워지지 않는 한 가지 생각은 '한 권 더 써볼까?'입니다. 글이 쉽게 써지지 않을 때 글쓰기가 일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누구 좋으라고 책을 내나요? 누가 나에게 땡큐라고 말하면, 내가 뭘 손해 봤나 싶어요." 지인의 이어지는 답변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누구 좋으라고 책을 내는 걸까요? 하지만 저는 독자들로부터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면 저의 수고가 말끔히 사라질 것 같은데 말이죠. 오늘 일은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모처럼 야간 수영을 하며 밤하늘이나 실컷 구경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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