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조용하던 카페의 오후. 요즘따라 북적거립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끌시끌합니다. 이런 날은 카페에 있기 미안합니다. 10개 남짓한 테이블 중 하나를 몇 시간 동안 차지하고 있으니 스스로 가시방석입니다. 그래도 커피를 갈아낸다고 정신없는 카페 사장님을 위해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 합리화시켜버립니다.
태국의 카페에서는 음식도 만들어 팔기 때문에 커피뿐만 아니라 식사를 하러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식사메뉴로는 볶음 누들과 볶음밥, 간식 메뉴로 치킨 윙, 프렌치프라이, 햄 & 치즈 토스트가 있습니다. 평균 가격은 50~80밧(2,000원~3,200원) 거의 반나절 동안 이것저것 시켜먹어도 300밧(약 만원)이 넘지 않습니다.
어제부터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카페에 와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 고등학생들이 SAT 평가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인 모양입니다. 11월 중순에 치르는 한국의 수능보다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하루에 마치는 수능과 달리 며칠에 걸쳐 시험을 치릅니다. 하지만 수험생 치고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SAT 시험이 일정 점수만 넘기만 입학이 되는 조건부 입학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낮습니다.
국제 학교 학생들은 학교별 프로그램에 따라 과목을 이수하고 예비 대학 과정을 거칩니다. 고2 때부터 미리 대학 과정을 미리 이수하는 것이라 수능 한방으로 끝나는 한국과 달리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학점을 채워놓아야 대학생활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수험생이 와있는 카페 분위기가 진지하기보다 시장처럼 시끌하니 참 묘합니다.
매일 먹는 점심 메뉴인 볶음 누들을 시키기 위해 카운터로 가니 못 보던 맥주가 딱 전시되어 있습니다. 태국에서는 주류를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로 시간 외 자물쇠로 시건 해 버립니다. 심지어는 편의점이나 소형 마트에서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볶음 누들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주문하려 했지만 맥주를 보고 치킨 윙과 호가든으로 변경합니다.
동남아에서는 맥주를 얼음잔에 부어 마십니다. 호가든을 얼음에 타서 먹어야 하다니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치맥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무더운 12월에 치킨 윙과 함께 얼음에 타 먹든 맥주의 맛은 어떤 맛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꿀맛입니다. 몇 달 만에 맥주. 작은 캔이지만 얼음과 함께 희석해서 먹으니 저절로 천천히 마시게 됩니다.
오늘은 모처럼 손님이 많은 오후입니다. 미리 치맥을 주문해서 다행입니다. 얼음이 살짝 녹을 만한 시간에 맞추어 치킨 윙 카페에서 치맥을 먹으니 이만한 힐링이 또 있을까요. 카페에서 커피나 케이크뿐만 아니라 음식도 먹을 수 있고 특히 맥주와 치킨까지 간단히 즐길 수 있으니 태국의 카페를 사랑이라 부르는 이유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