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태국의 공휴일입니다. 1932년 최초로 헌법을 제정한 날을 기념하는 제헌절과 같은 날이죠. 덕분에 아이들은 하루의 휴일을 더 얻었지만 반대로 살림남에게는 집안일이 하루 연장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이제 두 번째 원고도 퇴고만 남은 터라 끝까지 담금질을 해야 합니다. 남의 일 같았으면 편히 쉬는 날일 텐데 내일 이다 보니 자발적으로 짬을 내어 카페로 출근합니다. 요즘 카페 사장님도 가게를 열심히 운영합니다. 바로 앞에 식당이 새로 리모델링하면서 가게를 확장해서 그런지 휴일에는 열지 않았던 카페 영업에 부지런한 듯합니다. 힘은 들지만 역시 남의 일 보다 내일을 해야 내일이 즐겁습니다.
휴일 오후 동네 카페 분위기는 평일과는 차이가 납니다. 평일에는 잘 보이지 않던 로컬 사람들이 친구와 지인끼리 커피보다 식사를 하러 옵니다. 태국 사람들은 집에서 요리하지 않고 주로 외식을 선호합니다. 특히 음식을 배달로 시켜먹는데 매끼를 주문하기도 합니다. 하긴 휴대폰 앱으로 200~300밧(만원)이면 꽤 괜찮은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으니 고생스럽게 요리를 해 먹는 것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골 카페의 전체 크기는 약 30평 정도입니다. 홀이 약 20평, 주방이 약 10평입니다. 약 15평의 홀에는 10개 정도의 테이블과 약 5평의 계산대와 커피 만드는 공간이 위치합니다. 댄디한 30대 초반의 카페 사장님이 홀과 커피를 담당하며 미얀마 출신의 50대 아주머니가 10평의 주방에서 음식을 담당합니다. 미얀마와 라오스 출신의 사람들이 태국의 부족한 일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댄디한 30대 카페 사장도 주중 무휴라 연속된 격무로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납니다. 그래도 공들여 멋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았으니 연말까지는 그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하지 않을까요. 한때는 분위기 좋은 음악과 구수한 커피 향을 맡아가며 손님과 즐거운 대화를 하며 돈까지 벌 수 있는 카페 사장님이 꿈이었지만 이제는 그냥 꿈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치열한 삶의 경쟁은 한국에 있던 태국에 있던 마찬가지,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같습니다.
태국의 MZ세대의 젊은 사장도 일과 휴식, 워라벨을 꿈꾸지만틈틈이 들어오는 손님을 맞이하려니 꼼짝없이 카페라는 멍에를 메고 열심히 밭을 갈아야 합니다. 휴일에도 부지런히 소같이 일을 하고있으니 동정심이 깊어집니다. 그렇다고 동정하진 않습니다.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피곤하지만 재미있게 즐기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