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빨래 건조대

방콕 살림은 아빠가 해야 제 맛 (#13)

by 김자신감


집주인은 올 때마다 양손 가득 무언가를 가지고 온다. 2구 인덕션 성능이 좋지 않다고 새 인덕션을 사 오고 인덕션용 냄비가 없을 거라며 전용 프라이팬과 냄비세트를 들고 온다. 약간 찢어진 방충망을 수리해달라고 했는데 집전체의 방충망을 다 교체하고 더 필요한 게 없냐고 묻는다. 사실 작은방 도배가 필요했지만 또 전체를 다 해줄 것 같아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까지 가라지 바닥에 금이 간 바닥 타일과 고장 난 창문 시건장치 등 아직 몇 가지 수리가 남아 있는 상태다.


방충망 교체 시 잠시 들린 집주인은 이번에도 1층과 2층을 가볍게 청소할 수 있는 소형 청소기, 기존 쓰레기통이 살짝 깨졌다며 새 쓰레기통과 가족이 4명이라 빨래건조대가 작을 거라며 거대한 건조대도 싣고 왔다. 태국의 집 앞을 걷다 보면 빨래를 말리는 집이 많다. 날씨가 습해 잘 마를 것 같지 않지만 해가 나면 뽀송뽀송 잘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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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대는 한국의 행거와 닮아 있는데 아래에 바퀴가 달려 요리조리 이동하기 좋지만 직접 조립해야 했다. 집주인이 직접 조립을 해주겠다는 것을 겨우 사양했다. 정말 필요한 물건만 알아서 챙겨 오니 고맙기 짝이 없다. 심지어 큰아이 교복 바지 단을 줄이는 것도 직접 맡기고 찾아주기까지 하는 수고를 마다 하지 않았다.


세탁기 빨래도 다 됐겠다 태국 빨래건조대를 조립할 차례다. 길쭉한 봉들이 여러 개 나온다. 처음부터 설명서도 없이 대충 끼워 넣다 보니 봉이 모자라다. 힘들게 나사까지 다 조여 났는데 전부 다 풀어야 할 판이다. 설명서 그림을 봐도 헷갈린다. 한참을 설치법에 대해 토론하다 아내의 방법대로 처음부터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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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라고 벌써 지친다. 아내와 둘이 하던 조립, 작은 아이에게 까지 도움을 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집주인 혼자서 해주겠다는 걸 보기 좋게 거절한 탓에 어설픈 우리 3명만 사서 고생한 것이다.


조립할 때는 빨래건조대가 왜 이리 크냐고 불평했지만 옷걸이에 간격 없이 빽빽이 널어 꿈꿈한 냄새가 났던 작은 건조대에 비하니 경차에서 리무진으로 갈아탄 기분이다. 가족의 빨래를 다 널고도 자리가 남는다. 내심 집주인이 빨래 건조대를 큰 것으로 바꿔줬으니 세탁기도 큰 걸로 바꿔주려나? 생각에 혼자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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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빨래건조대 하나로도 감사하다. 또 햇볕을 따라 건조대를 끌어 놓으면 되니 편하고 효율적이다. 한국에 있는 드럼 건조기도 생각이 났지만 기계적인 냄새가 났던 건조기보다 왠지 바람과 햇볕의 냄새가 나는 수동 건조기가 더 상쾌하다. 빨래를 널면서도 자연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곳. 벌써 정이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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