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감기를 세게 할 모양이다. 환경이 다르니 태국 감기가 한국 감기보다 더 강한 느낌이다. 어제부터 약하게 부었던 편도가 온몸에 몸살과 두통까지 겹쳐 움직이지 못한 채 누워있다. 혹시나 해 본 코비드 체크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오늘은 아내의 첫 출근 날. 아이들의 아침을 챙기려 간신히 일어났다. 전날 장을 보지 못해 배달음식으로 대신하려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간단히 계란말이와 감자볶음을 만들어 보았다. 태국 계란은 껍질이 한국 것보다 얇고 알이 크다. 4개 정도의 계란으로 아이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감자도 채 썰어 전자레인지에 돌려 익힌 뒤 양파와 양배추를 넣고 볶아주었다. 볼품없는 아침식사지만 맛있다고 해주는 아이들이 고맙다.
태국은 건기와 우기로 나뉘고 7~8월은 전형적인 우기라서 비가 하루에 한 번씩 쏟아붓는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 이 정도 비는 우산을 써도 다 젖을 듯 보인다. 아직 외출 중에 스콜성 폭우를 만난 적은 없지만 폭우가 오기 전에는 강한 바람과 번개로 비를 쏟아부을 것이라고 예고한다.
집이 가까이 있다면 전력 질주하여 빨리 도착하겠지만 어중간하다면 1~2시간 정도 쉬어갈 수 있는 실내 카페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천둥소리가 점점 다가오면 왠지 모르게 피난처 같은 카페를 찾고 싶다. 따뜻한 라테 한잔으로 긴장된 몸을 토스팅 하고 빗소리를 듣는 기분이란 강한 번개가 가까이서 치더라도 편안하다.
오늘 비는 오후까지 내릴 기세다. 몸살 때문인지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춥지 않다. 아이들의 식사만 챙겨주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다. 내내 지붕을 세차게 두드리던 비는 늦은 점심이 지나니 잦아들며 천둥소리도 멀어간다.첫 출근 했던 아내도 돌아온 모양이다. 일어날 기운도 없어 고생했다는 말도 못 한 채 눈인사로 대신한다.
일하는 아내 대신 살림 사는 남편이 되어보니 주부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된다. 특히 하루의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는 것이다.이렇게 글이 라도 적어놓지 않는다면 오늘은 몸이 아파서 누워만 있었던 의미 없는 시간으로 흘러갔을 터. 철저한 계획을 잡고 왔지만 내 뜻대로 될 수 없는 게 인생의 묘미. 하루는 침대에서 보냈지만 내일이면 더 낫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