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습장

태국 방콕, 카페가 사랑인 이유 2

살림남의 방콕 일기 (#82)

by 김자신감


글을 쓸 때 가장 필요한 3가지가 필요하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에게는 음악, 인터넷 그리고 커피입니다. 그중 어느 하나라도 빠진다면 빠진 만큼 집중력도 사라집니다. 하지만 사악한 악마가 나타나서 2가지만 고르라고 한다면... 정말 고민이 됩니다. 음... 저는 인터넷을 빼겠습니다. 그 악마에게 사탄이 들린 걸까요... 오직 1가지만 가질 수 있다고 협박합니다... 저는 고민에 고뇌를 되뇌며 결국 커피를 선택하였습니다.


제가 자주 이용하는 피난처 카페는 작년 12월 22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장기 휴가를 떠났었습니다. 그동안 주말도 없이 매일 아침 8시에 오픈하여 오후 4시까지 부지런히 영업을 해왔으니 거룩한 노동의 대가로 휴가는 휴식의 축복입니다. 카페 사장님은 그것을 누릴만한 자격이 있음에도 손님인 저는 아쉽습니다. 사무실을 잃은 노동자 마냥 처량하게 글 쓸 곳을 찾아 방황해야 하니까요.


집 앞에 있는 피난처 카페는 저에게는 완벽한 사무실입니다. 빠른 2.4G, 5G 인터넷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고 분위기 있는 태국 가요도 나지막하게 흘러나오니 이만한 장소가 있을까요. 심지어는 단골손님인 저를 위한 1인 테이블도 구석자리에 마련되어 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향기 좋은 커피가 있습니다.


오전 7시 30분 피난처 카페의 젊은 사장님은 부지런히 가게 문을 엽니다. 아이를 데려다주며 저는 피난처 카페로 출근하죠. 간단히 '헬로 캅' 한마디 인사면 끝입니다. 따로 주문이 필요 없이 사장님은 익숙하게 아이스 라테를 시원하게 만들어 가져다주십니다. 곧이어 같은 학교 태국 녹색 어머니회 회원분들도 정해진 자리에 착석하여 어제 있었던 이야기들을 재미있고 주고받습니다.


피난처 카페가 10일간의 장기 휴가를 떠난 후 평소에는 몰랐었던 너무 그리웠던 분위기입니다. 이제 아이들의 방학도 끝나고 저는 예전처럼 카페 지정석에 앉아 아이들이 학교 마칠 시간까지 미루었던 글을 씁니다. 물론 그사이에 1잔의 아이스 라테, 1잔의 따뜻한 아메리카노, 햄&치즈 토스트, 돼지고기간장 덮밥을 먹습니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7시 30분부터 15시 30분까지 8시간을 카페에 머무르지만 그렇게 있어도 250밧 (약 만원)에 모든 것이 해결되니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게으름을 부리지 말고 더욱 글을 열심히 써야 하겠습니다.


사탄 들린 악마가 10일 동안 저에게서 태국의 감미로운 발라드, 고성능 와이파이, 향기로운 아메리카노를 뺏아 갔지만 저는 평상시 알지 못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찾아온 일상, 지금 태국은 한국의 가을 날씨로 최고의 시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카페에서 망부석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질적으로 가진 것 없는 저에게 부족함 없이 채워주는 피난처 카페는 사랑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태국, 푸껫? 끄라비? 어디가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