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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습장

태국 방콕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살림남의 방콕 일기(#85)

by 김자신감


"방콕에서 커피는 어디가 가장 맛있나요?" 지인의 질문에 이제 것 맛보았던 커피의 향들이 코를 스쳐 머릿속으로 훅 들어갑니다. 커피의 맛을 비교할 만큼 전문가는 아니지만 로스팅 정도와 산미 등의 용어를 써가며 설명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일반적인 카페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적당한 산미와 쓴맛, 고소함이 적절하게 잘 섞여있어 콕 집어 어느 카페가 맛있다고 추천할 곳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빈을 볶아 갈아서 만드는 것처럼 모두 비슷한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맛을 제외하고 요즘 가장 많이 마시는 커피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고, 아침마다 생각나는 커피가 있다면 그 커피 가장 맛있는 커피가 아닐까요? 다행히 그런 커피가 있어 대답해 줄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한잔, 오후에 한잔 꼭 들리는 집 앞 편의점 커피입니다. 22온즈 라지컵에 담아주는 45밧(1,800원) 짜리 아이스 라테는 요즘 가장 사랑하는 커피입니다.


태국에는 5~6개의 브랜드 편의점이 있지만 그중 제 입맛에 맞는 커피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커피입니다. 워낙 회전율이 좋아 콩도 신선하고 얼음도 웬만한 카페만큼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주문도 정확히 계산도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태국의 모든 음료에는 달달한 시럽이 들어간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달달함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상관없겠지만 싫어하시는 분들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냥 마셔도 맛있는 라테에 왜 시럽을 많이 넣을까 아직 이해되지 않지만 꼭 커피를 주문하실 때는 노 시럽, 노 슈가를 잊지 말고 말씀하셔야 합니다.


주문까지 잘 마치고 커피가 맛있게 만들어지는 동안 함께 먹을 빵을 고르면 됩니다. 편의점 베이커리 코너에는 싸고 맛있는 빵이 정말 많습니다. 한국에도 인기 있는 크림단팥빵, 카스텔라, 머핀, 버터빵, 피자빵, 케이크 등등 종류만 둘러보아도 5분이 금방 지나가 버릴 정도입니다. 가격도 아무리 비싸도 40밧(1,600원)이 넘지 않습니다.


요즘 사랑에 빠진 빵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판단잎으로 만든 판단잎 버터빵입니다. 판단잎은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대 식물로 바닐라 씨앗처럼 진하지 않은 향과 은은한 단맛이 묘하게 어울리는 식물입니다. 주로 찜요리할 때 얇고 길쭉한 잎으로 싸는데 이것이 판단 잎입니다. 이곳 태국에서는 판단잎을 활용해 음료, 요리, 빵, 떡, 젤리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판단잎의 향이 빵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


은은하게 달콤하고 부드러운 판단잎 버터빵에 진한 아이스 라테와 함께 먹으면 방콕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기분마저 듭니다. 약 80밧(3,000원)의 가격으로 이토록 훌륭한 커피와 맛있는 빵을 어디서 맛볼 수 있을까요. 분위기 있는 멋진 카페의 커피를 기대했던 지인은 내심 당황해하는 눈치라 죄송스러워 간단히 커피를 마시고 싶으시다면 싸고 간편한 편의점 커피를, 중요한 업무나 휴식이 필요하시다면 주변에 에어컨과 와이파이가 빵빵한 카페에 들어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방콕에서 가장 맛있는 카페가 어디죠?" 그 질문에 답을 단정할 수 없지만 집가까이 있어 마시고 싶을 때 언제든지 신선한 커피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고, 맛있는 디저트도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카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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