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는 걸까. 달달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좋아진다. 할머니께 카스텔라, 모나카, 유과 등 달달한 주전부리를 사가면 유독 좋아하셨던 모습이 떠오른다.중년의 건강을 위한다면 먹어서는 안 되겠지만 무더운 날씨에 뜨끈하고 든든함이 은은한 국밥보다 달달하고 폭신함이 직설적인 도넛을 찾게 된다.
아내와 함께 있을 때는 먹지 못할 도넛. 카페에서 혼티를 즐길 때 디저트로 도넛을 몰래 사 먹곤 한다. 도넛이 죄인 양 구석자리를 찾아 숨어들지만 다행히 나 같은 태국 중년 남성들도 몇몇 보인다. 자신감을 가지고 크림과 초콜릿이 듬뿍 발린 도넛을 2개 골라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니 방전되었던 체력이 금방 충전되는 기분이다.
태국에는 맛있는 로컬 빵집들이 많지만 도넛은 전문점에서 파는 도넛이 인기로 특히글로벌 도넛 체인이 태국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태국의 도넛은 설탕을 베이스로 화려한 색상과 과도한 달콤함을 특징으로 한다. 도넛의 종류는 밀도가 높은 케이크 타입, 발효로 폭신한 식감의 스펀지 타입, 쫄깃한 찹쌀 타입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태국의 대표적인 도넛 브랜드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ㅇ 미스터 도넛
미스터 도넛은 일본 커피 & 도넛 브랜드로 대형마트나 쇼핑몰에 위치한다. 20여 가지의 기본 도넛과 시즌에 따라 스페셜 도넛도 함께 판매한다. 도넛 한 개의 가격은 약 30밧(약 1,200원)으로 세트 메뉴로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태국에서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중저가형 도넛 브랜드이다.
ㅇ 던킨 도넛
세계적인 커피 & 도넛 브랜드로 타이셀렉션 등 다양한 도넛을 찾을 수 있다. 약 20여 가지 이상의 다양한 도넛으로 세트메뉴 구입 시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특히 1인 세트 메뉴로 도넛 2개와 커피 1잔에 약 80밧(3,000원)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무난한 맛과 커피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던킨 본연의 분위기보다는 현지인에 맞게 리뉴얼되어 있는 느낌이다.
ㅇ 크리스피 크림 도넛
오리지널 그레이즈 도넛으로 유명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태국인들도 좋아하는 도넛 중 하나. 그레이즈 도넛 1박스 12개입 약 250밧(만원)이 인기 메뉴이다. 특히 도넛과 함께하는 커피가 훌륭하다. 작은 머그잔에 담아주는 핫 라테(약 70밧)는 이탈리아의 카푸치노처럼 진하다. '커피 & 도넛'의 오리지널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려내고 있다.
ㅇ 팀 홀튼
캐나다산 커피 & 도넛 브랜드, 하지만 샌드위치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합리적인 밸류 세트는 도넛 1개, 샌드위치 1개, 커피 1잔에 약 200밧(8,000원)으로 구성된다. 특히 도넛은 메이플 크림 도넛과 베이글 샌드위치는 북미 본연의 맛을 잘 살려 커피와 함께 한 끼의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미스터 도넛, 던킨 도넛에 비해 가격과 품질이 높지만 서비스 비용은 별도부과 된다.
태국에는 맛있는 커피 & 도넛 가게가 많다. 슬프게도 배 나온 중년에게 커피와 도넛은 동행하기 어렵다. 하지만 '커피 or 도넛'보다 '커피 and 도넛'이 진리. 혼자 커피를 마시러 간다면 주저 않고 '커피 for 도넛'(도넛을 위한 커피)을 선택하지만, 아내와 함께 할 때는 '도넛 for 커피'(커피를 위한 도넛)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이제 건강을 생각하라."는 아내의 날카로운 잔소리가 매섭게 들려오지만커피는 도넛을 위한 핑계일 뿐, 중년의 남성이 달콤한 일탈을 위해 몰래 먹는 도넛은 무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