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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May 21. 2023

태국 방콕, 망고는 뜯어야 제맛

살림남의 방콕 일기 (#124)


5월의 태국은 망고 천국이다. 흔하디 흔한 망고를 마트에서 kg당 35밧대, 어른 손바닥만 한 묵직한 망고 1개를 10밧 이하로 살 수 있다. 집에서 밥대신 망고를 먹는 망고충에게는 더 이상 망고의 종류는 의미가 없어진다. 이제는 색깔과 단단함 정도로 망고를 고를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걸까. 망고의 맛은 색깔과 단단함이란 조건으로 수학공식처럼 상호 연관관계가 있다.


색깔은 노란색부터 녹색까지 구분하면 노란색이 진할수록 홍시처럼 무르고, 녹색에 가까울수록 단감처럼 여물다. 또한 단단함에 있어서 무를수록 달콤함이 강하고, 여물수록 새콤함이 강하다. 예로 노란색인데 단단하다면 새콤함이 강하기 때문에 상온에 충분히 숙성시키면 새콤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따라서 망고를 선택할 때 바로 먹을 것과 며칠 뒤에 먹을 것을 색상과 단단함을 기준으로 망고를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사실 망고를 좋아하는 사람만큼 즐기지 않는 사람도 많다. 특유의 아로마 같은 향긋한 꽃의 풍미지만 아이들은 비누맛이라 평가절하한다. 특유의 비누향은 망고의 껍질 부분과 꼭지 부분에 집중된다. 아이들을 위한 망고를 자를 때는 껍질 부분을 3mm 이상 두껍게 잘라내고 중간부위의 과육만 잘라서 준다. 또한 녹색의 단단한 망고보다 노란색의 숙성된 망고만을 선택하면 망고의 비누향과 새콤함을 줄일 수 있다.


망고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 상태가 좋은 망고를 골라야 하는 법. 꼭지가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으며 껍질이 말라 주름지지 않았다면 과즙이 많고 식감도 좋다. 신선한 망고를 제대로 손질하지 못한다면 양손 가득 흘러넘쳐 버려지는 과즙과 넓적한 씨에 붙은 과육을 절반도 먹지 못해 버려야 한다. 이것은 마치 뼈에 붙은 갈빗살을 제대로 발라 먹지 않고 버리는 마냥 아까울 수 없다.


망고에 손을 최대한 대지 않고 깔끔하게 잘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망고 자르는 대표적인 방법은 껍질채 납작한 씨를 기준, 반으로 자른 후 속살을 한입크기로 칼집을 내어 입으로 발라먹는 방법. 숙성되어 껍질과 과육이 잘 분리되는 익은 망고가 적합하다. 하지만 단단한 과육으로 껍질과 잘 분리되지 않는 망고는 사과 깍듯 망고껍질을 잘라내고 단단하고 넓적한 씨를 접시 삼아 세로로 깍둑썰기한 후 씨를 경계로 가로로 자르면 버리는 부분 없이 과육만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양념이 듬뿍 발린 치킨은 손으로 뜯어먹어야 하고, 양념이 잘 재워진 육즙 가득한 갈비는 양손으로 한입 가득 뜯어야 한다. 잘 익은 망고는 잘 익은 백도를 먹듯 껍질을 손으로 까서 과즙 가득 베어 먹어야 제 맛이지만 사랑하는 망고를 한 방울도 놓칠 수 없다. 비록 숯불향 가득한 갈비는 아니지만 앙상하게 씨만 남은 망고라도 갈비 뜯듯 남김없이 발라먹는 맛은 망고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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