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는 연못이 하나 있다. 사실 연못인지 저수지인지 늪인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그 속에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8월의 이곳은 제비가 한창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다 이곳 출신인 것 같다. 마트에는 제비집을 건강보조제로도 파는 걸 보니 제비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제비들은 하루 종일 시끄럽다. 밤이든 낮이든 재잘거리는 소리가 자연의 백색 소음이다. 겨울이 오면 제비들도 이곳을 떠나려나? 당분간은 불편한 동거를 계속해야 할 듯 보인다.
집 담벼락을 놓고 그 아름다운 연못과 이웃하고 있다. 시끄럽긴 했지만 낯선 풍경을 보는 것처럼 이국적인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들었다.작은 자연 못은 자연 생태계의 보고인 람사르 습지처럼 온갖 이름 모를 생물들이 모여 살고 있어 편안한 마음까지 들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무참히 깨어진 건 이상한 생물체를 보고 난 이후부터다. 2층 방에서 연못을 감상하던 중 물속에 고개를 내민 물고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놈의 수영 방식이 물고기와는 뭔가 달랐다. 뱀인가? 아니 악어와 똑같았다. 저 연못에 악어가 있는 걸까 한참을 멘붕상태로 괴생물체가 사라질 때까지 물속만 응시했다.
1년 동안 이 집에서 살아야 하는데 과연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이름 모를 생명체가 담을 넘어 우리 집으로 넘어오는 건 아니겠지? TV에서만 보던 혀를 날름거리며 코모도 도마뱀 같이 생긴 무시무시한 녀석이 우리 집 바로 옆에 살고 있다는 자체가 두려웠다. 무엇보다 겁 많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할까? 사진이라도 찍었다면 증거라도 있을 테지만 그 상황에서 순간 내 머릿속은 지우개가 되었다.
급히 비슷한 형상을 기억해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았다. 이 녀석은 태국의 명물, 물왕도마뱀이었다. 크기는 최대 2m까지 자라며 다행히 성격은 온순하며 독이 없다고 한다. 사실 누구든지 이 녀석을 실제로 봤다면 악어지 도마뱀이라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방콕 중심지는 아니라도 방콕 도시권인데 어떻게 거대한 야생 파충류가가 살 수 있는 걸까? 어쨌든 "저 녀석들이 우리 집에만 들어오지 않는다면 문제는 없는 것이다."라고 몇 번을 되뇌며 마음을 진정시켜보지만 머릿속에 각인되어있는 그 형상을 당분간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