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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Aug 07. 2023

태국 치앙라이, 가장 불편한 2가지

살림남의 방콕 일기 (#162)


치앙라이를 여행하다 보면 가장 불편한 2가지 통이 있다. 첫 번째는 소통, 부족한 영어지만  무슨 의미인지 더듬더듬 알아들을 수 있었던 방콕이나 치앙마이, 푸껫과는 달리 잘 이해할 수 없으니 답답함이 밀려온다. 치앙라이 사람들은 한 가지 질문에 여러 개의 답변을 해줄 만큼 다정다감 하지만 알 수 없는 발음으로 그들의 노력은  되어버린다.


두 번째는 교통. 치앙라이의 도심 버스터미널에는 인근 소도시인 매찬, 매사이, 치앙샌, 치앙콩 등을 운행하는 완행버스가 있지만 승객이 없는 우기에는 운행 횟수가 유동적이다. 특히 소도시와 외곽을 연결하는 썽태우(트럭버스)는 운행시간표가 있지만 출발 최소 인원이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최소 출발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전에는 돌아올 방법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다.


치앙라이의 도심인 시계탑에서 골든트라이앵글이 위치한 치앙샌으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알아보던 중 나이가 지긋한 택시 기사님과 동행하게 되었다. 60대 중반을 훌쩍 넘겨 보이는 외모, 수전증으로 좌우로 흔들흔들 거리는 핸들, 1초 정도 느린 브레이크 반응속도... 이미 차는 출발했고 왕복으로 흥정까지 마쳤으니 되돌릴 수 없다. 반면 모처럼 맞이하는 외국인 손님이 반가운지 태국어와 영어가 섞어 가며 호탕하게 대화를 이어가지만 불안한 마음에 고개만 의미 없이 끄덕이고 있었다.


다행히 목적지인 골든트라이앵글까지 무사히 도착했지만 과도하게 친절한 기사님은 메콩강을 따라 미얀마, 라오스, 태국 3개국의 둘러보는 보트를 800밧(3만 원)에 타보라며 여행사 매표소 앞에서 호객한다. 박물관과 전망대를 보고 싶었던 터라 정중히 사양하고 약속장소와 시간을 정한 후 서둘러 헤어졌다. 뒤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은 왠지 "부자나라에서 여행 왔으면 돈을 써야지."라는 의미처럼 들려온다.


태국 치앙라이 치앙샌은 미얀마, 라오스, 태국의 국경이 한 점에서 만나는 골든트라이앵글로 유명하다. 지정학적으로 3개의 국가가 메콩강을 경계로 만나는 흥미로운 장소지만 근현대사적으로 아편분쟁 지역 중심에 있다. 골든트라이앵글의 이름은 산지와 구릉지에서 재배된 아편을 금으로 거래할 수 있는 삼각주의미에서 유래되었다.


세계의 열강들의 자국 이익을 위해  지역 소수부족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아편을 재배하고 비싸게 밀수출하여 비윤리적인 착취를 자행했다. 더 많은 아편을 생산하기 위해 숲을 태워(화전) 황폐되었 많은 구릉지와 산들은 민둥산이 되었다. 소수부족은 돈을 벌기 위해 아편을 재배했지만 궁핍한 생활로 아편에 노출되었고 점차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들어 갔다. 그렇게 생산된 대량의 아편을 차지하기 위해 무장단체와 군부세력 간의 내전으로 피와 아편으로 얼룩진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약속시간이 임박한지도 모르고 박물관을 구경하던 터라 서둘러 밖으로 나오니 때마침 쏟아지는 비로 당황스럽다. 갑자기 "니~!"라는 소리가 나를 향해 들린다. 기사님은 약속장소가 아닌 박물관 앞 주차장에 마중 나와 있다. 비가 오는 차 안에서 말 안 통하는 손님을 위해 2시간 넘게 기다렸을 기사님에게 반갑고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런치?"라고 물어보니 "카오소이?"라고 되물어 온다. 이어지는 알 수 없는 태국어는 "카오소이 맛집에 같이 가볼래?"라고 묻는 듯 "오케이"로 사소한 오해를 풀게 되었다.


치앙라이 여행에서 가장 불편한 2가지인 교통과 소통은 서두르기보다 느긋이 여유를 가지라고 알려준다. 치앙라이의 주인은 돈을 쓰는 관광객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과 원주민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방식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치앙라이는 불편하고 볼 것 없는 시골마을이라는 편견에도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저렴한 물가와 정다움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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