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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Aug 03. 2023

태국 치앙라이, 도이창 마을의 주유소

살림남의 방콕 일기 (#160)


1,500m 산골에서 살아가는 평화로운 산촌의 도이창은 커피로 유명한 커피산지로 농업이 주업이다. 돈이 되는 환금작물로 커피와 차, 마카다미아 넛과 더불어 주식인 쌀과 옥수수도 함께 재배한다.


수확한 커피체리는 가공을 거쳐 마을 창고에 보관하고 필요시 마을 아낙들이 함께 손으로 직접 하나씩 선별작업을 거친다. 도이창의 커피는 깨끗한 환경에서 생산되어 꼼꼼한 품질관리까지 더해지니 스페셜티로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


도이창 마을로 가는 길에는 오토바이를 위한 간이 주유소가 있다. 작은 산촌에는 드럼통에 수동 자바라 펌프를 꽃아 들을 돌리며 기름을 넣기에 뜬금없는 자동 주유기의 등장이 낯설다. 울퉁불퉁한 좁은 흙길을 지나 기름을 가득 실은 유조차가 어떻게 올라왔을까? 게다가 휘발유의 종류도 일반과 고급 휘발유 2가지가 있다니 마을로 들어갈수록 점점 흥미로워진다.


마을어귀를 지나 중앙에 위치한 허름한 주유소 앞 공터. 이곳은 도이창 마을의 만남의 장소이다. 하루에 한 번, 치앙라이 도심과 마을을 운행하는 썽태우(트럭버스)의 종착지이자 마을의 조그만 장이 열린다. 오후 4시 방과 후 학생들이 집으로 가기 위해 가족을 기다리고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주유소 앞 광장은 분주하다.


주유소 광장 앞에는 철물점, 슈퍼, 과일가게로 겨우 시장 구색을 맞추었다. 철물점에는 모자부터 프로판가스까지 산중 생활에 필요한 잡화와 생필품들이 구석구석 쌓여있다. 철물점 옆 슈퍼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과자와 음료부터 간단한 문구, 커피 등 문방구와 카페까지 겸한다. 과일가게는 막바지 오후 햇살에 소중한 과일이 상할까 그늘막으로 가려져 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몇 안 되는 도이창 사람들이 지나다녔을 뿐인 콘크리트 길이 흙길처럼 변해있다. 그 길의 안쪽으로 흙먼지처럼 숯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누구를 위한 식당인지 누구를 위해 굽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곳에서 꼬치구이를 팔고 있다. 흔한 돼지고기와 닭고기뿐 아니라 소시지도 눈에 띈다.


다진 돼지고기를 숙성시켜 시큼한 맛이 특징인 태국 북부식 소시지와 고기대신 순대처럼 잡채를 넣은 소시지 2종류, 가격은 각 10밧(400원)으로 저렴한 밥도둑이다. 하지만 하루의 고된 노동을 마무리하는 농부들은 허름한 가게 안에 앉아 10밧 소시지를 안주삼아 반주를 즐기고 있다. 훈제향이 스며든 소시지의 매콤 짭조름한 맛이 뜨거운 태양아래 그을려 흘렸을 땀을 충분히 보상한다.  


도이창 마을 주유소 앞 광장은 버스정류장이자 만남의 장소이자 시장이 되기도 한다. 동트기 전 집을 나서 해질 무렵 가족들을 불러 모으는 부지런한 제비처럼, 이른 새벽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함께 모여 하나둘 집으로 돌아간다. 하루종일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 먼지로 뒤덮인 아빠의 오토바이 뒤에 올라탄 아이는 손에 들린 작은 과자와 함께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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