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에서 숙소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로컬 모습이 보이는 창문을 가진 숙소를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여유가 있다면 전망 좋고, 조용하며, 서비스가 뛰어난 4~5성급 호텔을 선택할 수 있지만, 빠듯한 예산이라면 원하는 숙소를 찾기 쉽지 않다. 부족한 예산에 맞추어 숙소를 찾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창이 보이는 2성급 숙소
<저렴한 숙소의 공통점>
- 방음과 소음에 취약하다.
- 창문이 없거나 전망이 없다.
- 개미, 바퀴, 집 도마뱀 등 해충들이 자주 출몰한다.
- 물의 수압이 약하고 배수가 잘되지 않는다.
- 넷플릭스나 위성방송을 제공하지 않는다.
- 침구류와 어메니티 등 품질이 낮다.
- 조식을 제공하지 않으며 서비스가 제한적이다.
- 조명이 작고 어둡다.
싸고 좋은 호텔이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에 싸고 좋은 호텔이 어디 있으랴. 3~4성급 호텔이라도 관리되지 않는 수영장, 피트니스, 사우나 등을 갖추고 있는 곳보다, 2성급 호텔이지만 침대와 화장실 같은 기본적인 시설이라도 잘 관리되는 곳이 더 매력적이다. 거기에 마을이 보이는 풍경이 있다면 방음이 나빠도, 물의 수압이 낮아도, 비누와 면도기를 제공하지 않아도 참을 수 있다.
치앙라이의 7월은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지만 한낮에는 체감온도가 섭씨 40도를 훌쩍 넘어간다. 우기지만 지역적인 가뭄이 심해진 걸까? 하늘의 구름은 비보다 태양을 가릴 그늘도 만들지 못한다. 오후의 노곤함이 몰려올 때 커피 한 잔 할 카페에 나가는 것도,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배에서 꼬르륵거려도 밖으로 한 발짝 내디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잠이 와도 배가 고파도 태양의 심술이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한낮의 황금시계탑 풍경
이 고립된 상황에서 한숨 쉴 수 있는 숨구멍은 '풍경이 보이는 창문'이다. 창문을 통해 따가운 햇살이 강력하게 쏟아지지만 커튼을 치지 않는다. 햇살이 내가 앉아있는 그늘을 좁히며 다가오지만 요리조리 자리를 옮긴다. 그 덕에 평면의 좁은 풍경에서 벗어나 넓은 파노라마 풍경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다.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오후 2~3시, 거리에는 새들도 하늘을 날아다니지 않는다. 오직 움직이는 것들은 도로의 차들과 더울수록 바쁜 배달 종사자들뿐이다. 가장 무더운 오후 3시~4시,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학생들의 하굣길 정체가 시작된다. 시골 읍내 좁은 길은 한때 어수선해지지만 조급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더위가 한 풀 꺾인 오후 5시~6시, 해가 먼 산 구름에 가려 노을이 저물 때 더위를 피해 있던 제비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집에 돌아갈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선선함이 느껴지는 저녁 7시, 저 멀리 수평선 산 중턱에 위치한 도이창마을에서 촛불을 밝힌 듯 주황색 나트륨 등불이 희미하게 어른거린다.
한때는 폭우로 관광명소를 방문하지 못한다면 괜스레 마음이 조급했고, 배가 불러도 유명 맛집을 찾아 사진을 찍어야 제대로 된 여행이라 생각했다. 타인을 의식하며 순위 경쟁하듯 돌아다니다 보니 여행 중 힘들었던 기억만 되새기는 아이들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 속 삶의 풍경이 보이는 2성급 호텔에서 비로소 아름다운 오후 풍경을 담게 되었다. 조급함을 버려야 보이는 치앙라이, 별 볼일 없는 시골이라는 편견에 말없이 풍경으로 대답해 주고 있다.
숙소에서 바라본 치앙라이 오후 풍경
작가의 시선
○ 알기 쉬운 태국어 숫자
태국 여행은 숫자로부터 시작된다. 태국의 숫자는 한자 발음과 유사해 외우기 어렵지 않다. 숫자만 알아도 태국 여행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행 전 미리 숙지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