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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Oct 02. 2024

태국의 한 달 살이 제품들

치앙마이 옆 치앙라이_생활 편 (#3)


태국은 쇼핑하는 재미가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환율로 시장물가는 태국 여행의 최대 장점이다. 물론 유명 브랜드 의류, 신발, 잡화는 한국과 비교해 별 차이 없지만, 현지 시장이나 잡화점에서 100밧(4천 원)으로도 서너 가지 생필품 등을 구매할 수 있으니 보고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치앙라이에서 생산된 농산품은 고품질 낮은 가격으로 가성비가 뛰어나 흥정 고민 없이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태국에서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공산품에 당황스러운 제품이 많다. 구입해서 한 달 만에 변심하는 물건들을 '한 달 살이 제품'이라 부른다.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급한 마음에 구입하게 된다. 단단해 보이는 금속처럼 보이는 외형과 달리, 보기 좋게 플라스틱 위에 색칠해 놓았다. 속지 않으려 해도 속게 되는 한 달 살이 제품들. 그중 인상적이었던 한 달 살이 제품들이 있다.

매사이 국경 시장 풍경


○ 선풍기

태국의 생활필수품 선풍기에는 타이머가 없다. 1년 내내 무더운 날씨로 타이머는 사치스러울 뿐이다. 약풍, 미풍, 강풍 바람의 세기와 회전 정도만 가능하니 이런 직관적인 모습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즉,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고 가격까지 낮추니 그 만한 가성비가 없다. 그런 솔직한 매력에 이끌려 당장 필요 없는 탁상용 선풍기를 300밧(만 원)에 구입하고 말았다.


한 달이 지났을까. 버튼을 누르면 돌아가는 시간과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한다. 1초, 2초.... 어느새 1분이 넘어서야 겨우 모터가 돌아가며 약한 바람을 불어낸다. 이제는 버튼을 눌러도 움직임이 없다. 한참을 잊고 있다 갑자기 혼자 돌아가는 선풍기. 그대의 머릿결 같은 바람이 불어와 주길 바랐지만 그 기대는 한 달 만에 사라져 버렸다.


○ 건전지와 시계

숙소 벽에 장식처럼 걸려있던 시계는 처음부터 멈춰 있었다. 건전지를 교체해도 초바늘이 움직이지 않아 새 시계로 바꾸기로 했다. 근처 잡화점에는 생활 제품들을 저가로 판매하고 있다. 12인치 크기의 원형 시계가 100밧(4천 원)으로 멀리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좋았으며 손가락만 한 아라비아 숫자는 기교 없이 화려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한 달이 지났을까. 시간 흐름에 잘 따라가던 100밧(4,000원) 짜리 벽시계는 5분, 10분, 15분씩 시간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만만한 잡화점의 10밧짜리 건전지로 교체하니 뒤처진 초침이 다시 부지런히 시간을 쫓아간다. 겨우 며칠이 지났을까. 시간은 늘 그렇듯 다시 늦어진다. 건전지가 잘못된 것인지, 시계가 잘못된 것인지, 잡화점이 잘못된 것인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잡화점의 한달살이 제품들


○ 전기자전거

숙소와 시내까지 거리가 멀어 구입한 전기자전거는 전기로 충전하니 휘발유 없이 자전거 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오토바이 같은 외형이지만 운전면허 필요 없이 최대 성인 2인까지 탑승할 수 있어 편의성과 가성비에 반해 구매했다.


한 달이 지났을까. 한번 탈 때마다 1시간 이상 충전을 해야 하고, 노면이 울퉁불퉁한 골목길을 달리다 보니 충격에 약한 배터리는 파손되었다. 성인 1명의 무게도 겨우 버티는 타이어는 하루마다 바람을 채워줘야 하니 관리하는 노력에 비해 걸어 다니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그렇게 한 달 만에 멈춰버린 전기자전거는 여전히 멈춰 서있다.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편리함을 바라는 이에게 한 달 살이 제품은 “감성적이고 수동적인 불편함을 즐겨라.”라고 말한다. 겉보기와 달리 변심을 빠른 현지 제품들을 고쳐서 제대로 동작하길 바라기보다 먼저 그들에 맞춰가는 것이 마음 편하다. 이런 시행착오 덕분에 태국 생활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예전보다 더 부지런해졌고, 불필요한 물건을 즉흥적으로 사지 않게 되었으며, 사소한 일 따위는 조급함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태국 리얼 라이프는 당황스러움을 모른 척 즐기는 것에 진정한 재미가 있다.

소수민족의 특산품


작가의 시선

태국 각 지역별 대표 특산품은 공항 등에 위치한 로얄프로젝트(Royal Project) 또는 도이퉁(DoiTung)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 치앙라이 특산품

- 마카다미아 : 치앙라이 청정 환경 속에서 커피나무와 함께 재배되는 마카다미아는 주요 환금작물이다. 자라나 부드럽고 고소함이 뛰어나 스프레드나 넛으로 먹는다. 가격은 1kg 약 600밧(2.4만 원)이다.

- 커피 : 치앙라이 커피는 세계적인 품질로 인정을 받고 있다. 로스팅 및 가공 단계별로 싱글 오리진 원두와 글라이딩 커피, 티백 커피 등 다양한 커피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 꿀 : 꽃이 많은 치앙라이는 꿀로 유명하다. 특히 롱안 꿀과 마카다미아 꿀은 지역 특산품으로 튜브형 꿀은 사용하기도 보관하기도 편리해 선물용으로 좋다. 



태국 북부의 홍수피해가 심각합니다. 특히 치앙라이의 침수로 평화로운 일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름다운 예전의 모습으로 어서 빨리 복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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