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 버스 터미널 앞, 거리에는 오후의 한적함으로 평화롭다. 무거워진 머릿속을 가볍게 비우고 싶었던 걸까. 웨스턴 스타일의 터프함이 느껴지는 이발소 앞에서 발길이 멈추었다. 성인 커트에 80밧(3,000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도 가격이지만, 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이발소에서 괜스레 이발을 하고 싶어졌다.
치앙라이의 한적한 거리
큰 창문을 통해 안을 몰래 들여다보니 가운을 입은 이발사가 권총 같은 면도칼을 들고 가늠쇠를 조준하듯 섬세하게 손님을 면도하는 모습에 시선이 끌린다. 나도 모르게 적막감이 감도는 서부 사막의 살롱 안으로 숨어들듯, 약간의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이발소는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생각보다 넓다. 8개의 이발용 의자는 면도를 위해 침대처럼 펼쳐지고, 샴푸를 위한 세면대도 부착되어 180도 회전이 가능하다. 전면 거울과 천장에는 뒷모습을 볼 수 있는 거울까지. 한적한 시골 이발소에서 이발사의 고집이 느껴진다.
이발용 의자 뒤에는 십여 명의 손님이 앉을 수 있는 대기 의자가 침대처럼 길게 놓여있다. 하지만 밖에서 보이지 않던 2명의 용감한 이발사들이 그 소파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손님이 들어온지도 모르고 낮부터 술에 취한 주정뱅이처럼 '사와디... 캅...(안녕하세요...)'이라는 조심스러운 인기척에도 일어날 생각이 없다.
치앙라이 이발소
머리를 열심히 깎고 있던 고참 이발사가 그 모습이 못마땅했던지 '오이!' 하며 고함친다. 그 외침에 마지못해 부스스 일어나더니 창가 옆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한다. 자주 이용하던 방콕의 이발소는 다양한 헤어 사진을 벽에 붙여놓아 원하는 대로 선택하면 되지만, 80밧(3,000원) 이발소는 손님을 배려한 참조 스틸컷 따위는 없다. 부랴부랴 휴대폰으로 최신 유행 헤어컷 사진을 찾아 보여주니 쓱 한번 보고 "오케이" 한마디로 끝이다.
과연 어떤 스타일이 나올지. 블랙진에 허리에 금줄까지 두른 멋쟁이 이발사가 무심하게 머리카락을 바리캉으로 시원하게 밀어 올린다. 몇 번의 가위질과 면도로 10분도 안되어 이발이 끝나버렸다. 사진으로 보여줬던 헤어컷의 모습이 아니지만 디테일을 요구할 수 없었다. 말도 통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섬세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터프함에 기세가 눌려버린 탓이다.
"워싱 헤어?!"란 질문에 서둘러 "노…"라고 답하니 목에 둘렀던 수건으로 먼지 털듯 얼굴과 목에 붙은 머리카락을 툭툭 털어낸다. 치앙라이의 80밧(3,000원) 이발소는 강한 북부의 사나이들이 살아가는 황야 속 거침이 살아있는 곳이었다. 구름이 모여든 치앙라이의 하늘, 모처럼 햇살도 없어 걸어 다니기 좋은 오후지만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서둘러 숙소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치앙라이 이발소의 오후
작가의 시선
○ 치앙라이 생활 물가
태국의 생활물가는 한국 대비 약 2~3배 정도 낮다. 수도인 방콕은 약 2배, 지방인 치앙라이는 약 3배 정도의 저렴한 생활물가로 여행 만족도가 높다.
○ 치앙라이 생활환경
치앙라이는 태국의 작은 시골이지만 구색을 잘 갖추고 있다. 이웃한 치앙마이 보다 작아도 부족함 없는 기반 시설, 인구밀도가 낮아 한 달 살기 지역으로 적당하다.
- 상업시설 : 대형 쇼핑몰(약 1곳), 대형마트(약 3곳)
- 학교 : 국제 학교(약 2곳), 대학교(약 3곳)
- 대형병원 : 국공립병원(약 3곳), 사립병원(약 2곳)
- 교통시설 : 공항(1곳), 버스터미널(2곳)
- 문화시설 : 골프장(약 5곳), 영화관(약 2곳)
태국 북부의 홍수피해가 심각합니다. 특히 치앙라이의 대규모 침수로 평화로운 일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름다운 예전의 모습으로 어서 빨리 복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