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오며 가며 보았던 커피자판기. 무더운 날씨에 뜨거운 커피를 사서 마실만큼 매력적인 걸까? 작은 호기심이 치앙라이 길거리 자판기 커피 맛을 궁금해한다. 방콕처럼 원두를 갈아 시원한 아이스까지 넣어 만드는 아메리카노가 나올지, 아니면 치앙라이 도이창 원두를 사용한 지역적인 느낌의 커피가 나올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태국 커피의 본고장이라는 치앙라이 이름에 걸맞은 훌륭한 커피일 거라는 기대감이 크다.
치앙라이의 저녁 하늘
저녁 7시, 노을이 주황색 오로라처럼 번져갈 때 구름이 산처럼 웅장하게 서있다. 태양은 완전히 떠올랐을 때 웅장해 보이지만, 저물며 주변 풍경을 본연의 색으로 물들여 갈 때 위대해 보인다.
금색 휘황찬란한 황금 시계탑을 지나 커피자판기가 있을 만한 로컬스러운 분위기의 구 시계탑을 향해 걸어가 보았다. 역시 나에게는 5성급 호텔보다 2성급 호스텔이 더 편하고, 레스토랑보다 시장 푸드코트가 정겨우며, 화려한 도심보다 소박한 시골이 어울린다.
주변 상점이 문을 닫아 어두워질 무렵, 조그만 커피자판기가 눈에 들어온다. Coffee라 적힌 삼색 LED 전구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처럼 정겹다. 아마 지금 맛보지 못하면 영영 마시지 못할 것 같은 기분에 늦은 저녁임에도 주머니에서 동전을 뒤진다.
10밧 외에 넣을 수 없다는 경고 문구. 1밧짜리 동전까지 받아주는 방콕의 커피자판기보다 무정하다. 결국 커다란 배낭까지 열어 겨우 10밧 동전을 찾을 수 있었다.
"오냐! 네가 어떤 맛을 보여줄 텐가 기대해 보마."라는 오기와 함께 동전을 넣었다. 메뉴는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코코아 단 3가지뿐. 코코아를 제외하면 2종류. 감히 자판기 커피 주제에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준다고 오만하기 그지없다.
치앙라이 커피 자판기
주저 없이 에스프레소를 누르니 '또르륵'거리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즐겨 마셨던 300원짜리 밀크커피 자판기 소리가 들린다. 기대했던 원두는 고사하고 익숙한 믹스커피 향이 자판기 사이로 새어 나온다.
"아... 커피의 고장 치앙라이. 유명한 도이창커피의 본고장에서 흔한 인스턴스 커피를 마셔야 하다니... 소수민족들은 커피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할 때 직접 생산한 고품질 아라비카 커피보다 공장에서 만든 달달한 믹스커피를 선호하는 걸까? 10밧(400원)이면 치앙라이 물가치고 결코 싼 금액도 아닌데 자판기 커피를 즐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열대야의 저녁,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거운 자판기 커피를 들고 인적이 드문 거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작가의 시선
○ 다양한 태국 음료 즐기기
태국은 길거리 음식이 유명하지만 길거리 음료도 이에 못지않다. 전통적인 태국의 음료와 서양식 음료가 결합된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음료는 차가운 것과 따뜻한 것으로 구분되며 대부분 시럽을 사용하여 달달하다. 음료의 종류는 커피, 밀크티, 주스, 소다로 크게 구분할 수 있으며, 제조 방법에 따라 뜨거운 Hot, 차가운 Cold, 얼음을 넣은 Ice, 얼음을 갈아 만든 Frappe, 과일과 얼음을 갈아 만든 Smoothie로 나눌 수 있다.
자연 속 치앙라이 커피
커피의 가격은 Hot 커피보다 Ice 커피가, Ice 커피보다 Frappe 커피가 약 20% 정도 비싸다. 특히 Frappe는 얼음을 갈아서 빙수처럼 마시는 음료로 얼음을 녹여 마셔야 하는 아이스커피보다 균일한 맛을 빠르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태국 북부의 홍수피해가 심각합니다. 특히 치앙라이의 대규모 침수로 평화로운 일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름다운 예전의 모습으로 어서 빨리 복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