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이지만 번잡함을 찾을 수 없을 한적한 도시 치앙라이. 그나마 사람이 모여드는 곳은 시계탑 주변이다. 이 지역의 시계탑은 두 곳으로 랜드마크인 황금 시계탑이 올드 시계탑을 대체하였다. 황금 시계탑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신 상권이, 올드 시계탑을 중심으로 로컬스러운 구 상권이 자리 잡고 있다.
치앙라이 도심의 아침 풍경
치앙라이의 6월은 우기철이지만 비보다 구름이 많아 외출하기 좋은 날씨를 보인다. 12시 정오. 해가 머리 위에 있더라도 길가 상점 차광막 그늘 아래는 그렇게 덥지 않다. 오히려 동네가 작으니 방콕보다 걸어 다니는 재미가 있다.
소소한 재미가 있는 치앙라이에도 아쉬운 것이 있다. 로컬 향기 가득한 카페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치앙라이도 방콕처럼 대규모 로스터리 카페가 커피 상권을 주도하고 있다. 모던한 인테리어와 에어컨이 시원한 카페는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대형 카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겠지만, 화려한 카페보다 커피만을 위한 로컬 카페를 찾고 싶었다. 위치 검색을 위해 계속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잠시 가방에 넣어두고 인적이 드문 곳을 향해 걸어본다.
오전 8시, 출근하는 인근 직장인들이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전면의 폭이 좁고 내부가 기다란 전형적인 태국식 상점이다. 개업행사로 커피 한 잔에 40밧(1,600원)이라는 안내판만 있을 뿐 입구에는 작은 커피 볶는 기계가 간판을 대신한다. LPG 가스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니 단지 장식을 위한 로스터리가 아니다. 직접 볶은 커피를 40밧에 마실 수 있는 치앙라이 로컬 카페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치앙라이 로컬 카페
메뉴는 아메리카노, 라테, 카푸치노로 간단하고 방콕의 커피전문점처럼 라이트, 미디엄, 다크 3종류의 원두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름 모를 카페는 로스팅뿐만 아니라 허니(Honey-Process)와 자연건조(Natural-Process) 가공 단계까지 선택할 수 있게 세분화했다.
추천해 달라는 요청에 캡을 열어 향기를 맡아보고 직접 선택해 보라며 권한다. 풍미가 가득 느껴지는 자연건조 원두를 선택하고 습관적으로 어떤 디저트가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달달한 케이크와 커피를 즐기다 보니 빵을 위해 커피를 마시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화장을 곱게 한 새침한 딸기 케이크가 아닌,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며 자란 푸근한 벗의 정겨운 얼굴처럼 마카다미아가 눈에 들어온다. 고향인 팡콘마을에서 커피와 함께 유기농 마카다미아를 특산품으로 함께 재배한다고 하니 고민할 필요 없다.
라이트 한 자연건조 아라비카 커피에, 호두향 은은하게 풍기는 마카다미아가 더해져 오직 커피를 위한 멋진 디저트가 완성되었다. 선풍기 바람이 느껴지는 테이블 앞, 거리와 맞닿아 조용한 치앙라이 속 평일의 분주함이 느껴진다. 잔이 비워질 때쯤, 농장에서 직접 따서 말린 커피 꽃으로 우려낸 차라며 물 대신 내어온다.
고소한 마카다미아 한 알과 노랗게 우러나온 하얀 커피 꽃 차로 입안을 헹구고 커피를 마시니 그 맛과 향을 넘어서지 않는다. 커피로 시작해 커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커피가 주인공인 카페. 비록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이름 없는 곳이지만, 직접 커피를 재배하고 가공, 로스팅, 판매까지 하는 로컬 향기 가득한 카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커피와 제공되는 커피꽃 차
작가의 시선
○ 태국의 커피 생산지
태국의 스페셜티 커피는 주로 북부의 치앙라이와 치앙마이 지방에서 재배되는 아라비카 품종으로 적당한 산미와 견과류, 초콜릿 향이 특징이다. 태국의 커피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되어 색깔이 분명하고 품질도 뛰어나다. 태국의 아라비카 커피는 치앙라이와 치앙마이 지방의 여러 지역, 특히 기후와 토양이 커피 재배에 이상적인 북부 산악 지역에서 생산된다.
태국 북부의 홍수피해가 심각합니다. 특히 치앙라이의 대규모 침수로 평화로운 일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름다운 예전의 모습으로 어서 빨리 복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