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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Oct 03. 2024

치앙라이에서 가장 불편한 2가지

치앙마이 옆 치앙라이_생활 편 ( #4)


치앙라이를 여행하다 보면 가장 불편한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소통, 부족한 영어지만 어떤 의미인지 더듬더듬 알아들을 수 있었던 방콕이나 치앙마이, 푸껫과는 달리 이해할 수 없으니 답답함이 밀려온다. 치앙라이 사람들은 한 가지 질문에 수십 개의 답변을 해줄 만큼 적극적이고 다정다감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으로 그들의 수고는 헛되고 만다.

치앙라이 버스터미널 풍경


두 번째는 교통. 치앙라이의 도심 버스터미널에는 인근 소도시인 매찬, 매싸이, 치앙쌘, 치앙콩 등을 운행하는 완행버스가 있다. 승객보다 화물이 많아, 승객을 수송하는 버스가 아닌 짐을 운반하는 택배차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정해진 목적지와 시간표는 있지만 무용지물. 손 흔드는 곳이 정류장이요, 기름값 이상의 요금이 모여야 출발한다. 특히 소도시와 외곽을 연결하는 썽태우(트럭버스)는 배차 시간표가 있지만 출발 최소 인원이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승객이 없을 경우 요금을 따로 흥정해야 한다.


치앙라이의 도심에서 골든트라이앵글로 이동하기 위해 프라이빗 택시를 알아보던 중 나이가 지긋한 택시 기사님과 동행하게 되었다. 60대 중반을 훌쩍 넘겨 보이는 외모, 수전증으로 좌우로 흔들흔들거리는 핸들, 1초 정도 느린 브레이크 반응속도, 이미 차는 출발했고 왕복으로 흥정까지 마쳤으니 되돌릴 수 없다.


무사히 최종 목적지까지 도착했고, 친절함이 넘치는 기사님은 메콩강을 둘러보는 보트 투어를 800밧(3만 원)에 타보라며 여행사 매표소 앞에 불러 세운다. 박물관과 메콩강 전망대를 보고 싶었던 터라 정중히 사양하고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한 후 서둘러 헤어졌다. 뒤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은 왠지 "부자 나라에서 여행 왔으면 돈을 써야지."라는 의미처럼 들려온다.

메콩강 선착장 풍경


골든트라이앵글은 미얀마, 라오스, 태국이 만나는 접경지로 유명하다. 이름 그대로 ‘황금같이 귀한 삼각주’라는 의미를 상상했지만, ‘산지와 구릉지에서 재배된 아편을 금으로 거래할 수 있는 삼각주’라는 반어적 의미가 숨어있다. 삼국의 중심인 흥미로운 장소지만 근현대사 분쟁의 중심에 있었다고 하니, 그 아름다운 이름 내면에는 깊은 상처가 숨어 있었다.


부당한 이익을 위해 소수민족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양귀비를 재배하고 비싸게 밀수출하여 비윤리적 착취를 일삼았다. 더 많은 마약을 생산하기 위해 숲은 태워져(화전) 황폐화되었고, 구릉지와 산들은 민둥산이 되었다. 소수 부족은 가난에 벗어나기 위해 힘든 노동을 했지만 생활은 더욱 궁핍해졌다. 이미 약물에 노출된 환경에 몸과 마음이 점점 병들어 갔다. 이렇게 생산된 아편을 차지하기 위해 무장단체와 군부세력 간의 내전 등 피와 눈물들이 얼룩져 아픈 역사로 묘사되고 있었다.


약속시간이 임박한 지도 모르고 박물관을 구경하던 터라 서둘러 밖으로 나오니 때마침 쏟아지는 비로 당황스럽다. 갑자기 "니~!(여기!)"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사님은 약속 장소가 아닌 박물관 앞 주차장에 마중 나와 있다. 비가 오는 차 안에서 말도 안 통하는 손님을 위해 2시간 넘게 기다렸을 기사님에게 반갑고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골든트라이앵글 풍경


치앙라이 여행에서 가장 불편한 2가지인 교통과 소통은 서두르기보다 느긋이 여유를 가지라고 알려준다. 치앙라이의 주인은 여행 온 관광객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과 원주민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치앙라이는 불편하고 볼 것 없는 소외된 지역이라는 편견을 깨고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평화로움과 정겨움을 남기고 있다.


작가의 시선

치앙라이는 교통이 불편하다. 버스나 썽태우 등의 대중교통 운영정책은 시기와 수요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어 부정확하다. 따라서 근거리는 뚝뚝 또는 플랫폼 택시(그랩, 볼트)를, 장거리는 프라이빗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치앙라이 산복 도로 운전 시 주의사항

- 치앙라이의 지방 도로는 폭이 좁고 경사가 높으며 고갯길이 많다.

- 도로의 상태가 좋지 않으며 야생동물(들개, 소, 닭 등)의 출몰 비율이 높다.

- 폭우 시 토사나 바위가 도로로 유입되고 시야가 제한적이다.

- 국경과 인접한 접경 지역 도로에는 군경 검문소가 있어 신분확인을 위한 여권이 필요하다.



태국 북부의 홍수피해가 심각합니다. 특히 치앙라이의 대규모 침수로 평화로운 일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름다운 예전의 모습으로 어서 빨리 복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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