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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Sep 01. 2022

방콕에서 돼지국밥이 그리울 때

방콕의 먹거리 (#5)


8월의 방콕은 오후마다 비가 내린다. 특히 비가 올 때면 한국의 돼지국밥이 생각난다. 꾸덕한 국물에 밥을 말아 숟가락에 돼지고기, 새우젓을 올려 한입 먹는 것이 나의 최고 음식이다. 태국에 온 지 한 달 정도 됐지만 벌써 집 앞 국밥이 먹고 싶다.


아이와 함께 비를 맞으며 야시장의 꼬치구이를 맛본 터라 더운 날임에도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태국에 와서 큰아이와 처음 나온 외출이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어 딸랏롯파이 야시장 옆에 있는 시컨스퀘어 쇼핑몰로 이동했다.


시컨스퀘어는 대형 쇼핑몰로써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야시장에서 2시간 정도 구경한 후 시컨스퀘어에 도착하니 오후 8시. 종료시간까지 1시간 남은 터라 1층에 위치한 음식점만 빨리 둘러보았다.


큰아이도 국물음식을 먹고 싶다길래 마침 라멘집이 눈에 들어온다. 돈코츠라멘은 돼지의 비린맛이 특징이라 특유의 꼬릿한 맛이 너무 강하면 쉽게 먹지 못하기에 약간 고민되었다. 하지만 시간도 부족해 선택의 여지없이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큰아이는 용감하게 거대한 차슈 4조각이 들어간 아카 돈코츠라멘 (매운돈코츠라멘)를, 나는 미소라멘 세트(교자, 미소라멘(小), 아이스녹차)를 선택했다. 이미 애피타이저로 꼬치를 많이 먹은 터라 부족하면 더 시키는 걸로 하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주문을 했다. 주문한 지 5분도 안돼 음식이 나왔다.



교자 & 아이스녹차

먼저 교자 3개와 아이스녹차. 고향만두 크기의 교자가 3개.  소스는 데리야끼에 양배추 채가 딸려 나온다.


교자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담백한 고기만두 맛. 교자 자체의 간이 약해 데리야끼 소스와 양배추에 한입 싸 먹니 식감은 아싹 바싹 촉촉해 식전 입맛을 돋우기 적당하다.  


아이스그린티는 달콤함과 씁쓸함이 은은해 입맛을 헹구기에 좋다. 10밧 추가 시 리필 가능하다고 하니 두 사람이 같이 왔을 때 나눠 마셔도 충분하다.



미소라멘 (小)

세트메뉴라 작은 그릇에 나올 줄 알았지만 신라면 한 봉지 양정도로 결코 작지 않다. 두툼한 챠슈 한 조각과 삶은 반숙계란과 어묵이 들어가 있다. 국물 맛은 미소된장에 돈코츠 육수를 섞어 구수한 사골된장국을 먹는 느낌.


짠맛이 강하기는 했으나 밥을 말아먹으면 간이 딱 맞을 정도이다. 특유의 돼지 냄새는 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한국에서 즐겨 먹던 집 앞 국밥집의 국물보다 농도가 진하다.



아카 돈코츠 라멘 (大)

큰아이가 시킨 붉은돈코츠라멘, 짬뽕그릇의 크기에 가득 담아져 나온다. 일반 돈코츠라멘에 붉은색 고추기름을 넣어 매운맛이 추가되었다. 거대한 챠슈 4조각이 그릇 안을 압도하고 삶은 반숙계란과 어묵이 들어가 있다. 국물 맛은 짬뽕국물에 돈코츠 육수를 섞어 진득한 사골짬뽕을 먹는 느낌.


면은 신라면 1.5개 정도의 양으로 차슈와 다 먹으면 배가 안부를 수 없는 든든함이 있다. 큰아이가 두툼한 차슈 한 조각은 도저히 못 먹겠다며 나한테 양보한다. 배만 부르지 않다면 국물에다 밥 한 공기를 말아 국밥처럼 후루룩 마셔버리고 싶다.



마무리

▶ 맛 : 돈코츠 라멘 특유의 꼬릿한 냄새가 나지 않아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맛. 돼지육수는 돼지국밥처럼 진하고 구수함. 싱겁게 먹는 사람에게는 간이 있는 편이나 그 외의 사람에게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맛


▶ 가격 : 아카 돈코츠 라멘이 189밧(약 7,500원), 미소라멘 세트가 129밧(약 5,000원)으로 총합계 318밧(약 12,000원). 한국의 물가로 비교한다면 저렴한 편이지만 태국의 물가로 비교하면 비싼 편이다.


▶ 위생 : 대형 쇼핑몰에 위치해 쾌적하고 깨끗함. 육수와 모든 재료가 냄새 없이 깔끔하고, 체인 라멘집이라 재료 관리와 운영시스템이 체계적임


▶ 최종 : 얼큰한 국밥이 생각난다면 아카돈코츠라멘에 공깃밥을 20밧(800원)에 추가시켜 밥을 말아먹는다면 하루 내내 든든한 느낌일 것 같다. 미소라멘 세트는 맵고 향도 없어 아이들이 충분히 맛있게 먹을만한 메뉴이다. 

국물이 당겨 급하게 들어온 라멘집 하지만 그 맛이 기대 이상으로 방콕에서 한국의 돼지국밥이 생각날 때 충분히 그 맛을 대체할 수 있는 라멘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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