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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Sep 05. 2022

방콕에서 가족 외식은 따로 먹어야 제 맛

방콕, 가족은 떨어져 있어야 제 맛 (#1)


매주 토요일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큰아이와 함께 방콕 시내 구경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세상을 알아가야 할 나이이기에 태국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직접 체험해 알려 주고 싶때문'이라는 거창한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사춘기 아이가 느끼는 아빠와의 짠내 투어는 덥고 불편하고 많이 걸어야 하는 재미없고 따분한 외출일 뿐이다. 


그래도 큰아이가 아빠함께 하는 이유는  '포켓몬 go' 게임에 포켓몬들을 잡기 위해서다. 포켓몬은 사람이 많은 대형몰이나 대형마트에 많기에 주말 외출은 아빠와의 전략적 동행인 셈이다. 방콕 구경이라는 게 사실 쇼핑몰이나 길거리 시장 돌아보는 게 대부분. 그렇게 아빠는 글감을 위해 큰아이는 포켓몬을 위해 공생관계는 탄생하게 되었다.


토요일 늦은 오후, 전략적 동지는 서로의 관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버스를 타러 다. 버스정류장에서 오지도 않는 시내버스를 30분 동안 기다리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버스 탔어? 출발 안 했으면 같이 가면 안돼?"하고 연락이 왔다.


작은아이와 아내가 동행하면 이동수단과 식사 등 계획을 크게 변경해야 하지만 아직 방콕 구경을 해본 적이 없는 작은아이를 위해 열정 모드가 아닌 안전모드로 급히 수정하고 버스에서 택시로 이동하기로 한다. 그렇게 온 가족이 계획에도 없던 방콕 쇼핑몰 야간 구경이 시작되었다.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니 먹고 싶은 것도 다르다. 그래서 저녁식사는 뭐든 잘 먹는 와 큰아이, 입맛이 까다로운 아내와 작은아이 2팀으로 나눠 따로 먹기로 하고, 1시간 뒤 정해둔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와 큰아이는 서로 원하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푸드코트로 아내와 작은아이는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으로 이동해 목적에 맞는 식사를 했다.


그래도 '가족 외식인데 먹고 싶은 음식이 달라도 함께 먹어야지.'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식당 한 곳에서 각자가 원하는 음식을 선택하기 어렵고 식당과 메뉴를 선택하는 시간과 의견 충돌 등의 불필요한 수고가 늘어나 모처럼의 외식을 망칠 수도 있다.


의무적으로 함께 해야 하는 회사 회식도 아니고 익숙한 가족 사이니 서로 먹고 싶은 음식을 편하게 따로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식사 후 즐거운 마음으로 음료와 디저트를 여유 있게 즐기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그렇게 개별적이고 전략적인 식사가 끝나고 큰아이는 포켓몬을 잡기 위해 작은아이는 달콤한 디저트를 먹기 위해 아내는 잠시 쉴 곳을 찾기 위해 나는 글감을 찾아 약속한 카페의 한 테이블다시 모였다. 불편함을 즐기는 나지만 오늘은 가족을 위해 편안함을 선택했다.


가족끼리 무슨 전략이 필요할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족이란 명목으로 개인 영역의 경계를 침범해 너무 멀어지거나 너무 가까워지지 않고 적정한 선을 유지시켜 주는 것. 이것이 우리 가족이  더 멀리 더 높이 동행하며 나아갈 수 있는 필수적인 전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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