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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Sep 04. 2022

태국의 어묵탕, 핑크누들 엔타포

방콕, 가족은 떨어져 있어야 제 맛 (#9)


날씨가 흐리다. 흐린 날은 걷기 아주 좋은 날이다. 오늘은 점심으로 태국 어묵국수(엔타포 : 붉은국수)를 소개해보고 싶은 마음에 구글링을 통해 집 주변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해 보았다.


태국 맛집을 찾아갈 때면 항상 오후 2시경, 늦은 점심에 방문한다. 개인 일정도 그렇지만 가장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시간대로 여유 있게 맛과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방문할 국수전문점은 구글 평점 4.2에 리뷰 평가 300개 곳으로 현지인의 평가는 보통 이상이었다. 이동시간은 구글에서는 도보로 약 3km, 30분이 예상되지만 방콕의 보행로 여건을 보면 40분 넘게 잡아본다. 언제나 그렇듯 물한병, 미니 가방, 우산 등을 챙겨 집을 나선다.


태국은 습도가 높지 않아 흐린 날에는 걸어 다니기 좋다. 바람도 가끔 불어오니 별다른 체력 방전 없이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점심으로 국수 한 그릇 먹기 위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이렇게라도 길을 걷다 보면 리얼한 방콕을 볼 수 있다.



식당 분위기

방콕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은 점심시간이든 아니든 항상 손님이 있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10개 정도의 테이블에 2/3 정도 차있다. 태국의 거의 모든 식당이 다 그렇듯 주방이 입구에 위치한다. 늦은 시간에도 식당 앞에서 그랩 및 랍짱들이 음식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주인으로 보이는 어르신 셰프가 나를 반겨준다. 말이 통하지 않아 미리 캡처해준 음식 사진을 보여주니 어떤 면으로 할지 고르라고 하신다.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안 통할 때 정말 난감하다.


대충 표정으로 "굵은면이 맛있으니 이걸로 먹어."라 말하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고 보통(中)으로 주문 후 자리에 앉았다. 메뉴에는 가격이 2가지로 표시되는데 보통(中)이 60밧(2,400원), 큰 것(大)이 70밧(2,800원)이다.



어묵국수 (엔타포)

어묵국수라는 게 우리의 어묵탕과 비슷한 음식으로 그 안에 국수가 들어간다는 차이가 있다. 엔타포의 뜻대로 붉은색 장을 풀어 만든 국수. 핑크 색깔의 육수와 넓은 면이 잘 어울린다.


테이블 위에는 피시소스, 고추식초 2종류가 있었으며 토핑으로는 고춧가루, 설탕, 땅콩 분태 3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엔타포의 국물부터 한 숟가락 떠보니 맛이 참 오묘하다. 한번 먹어서는 표현하기 어렵다. 매운 어묵탕에 라면수프를 넣은 듯 얼큰함과 식초를 넣어 새콤한 맛이 묻어난다.


어묵의 종류는 피쉬볼, 유부 어묵, 봉모양어묵, 곱창 모양 어묵 4가지로 크기와 모양이 달랐으며 식감도 차이가 난다.


그중 피쉬볼은 쫀득한 식감이 좋았으며 유부 어묵은 스펀지 같은 구멍 사이로 엔타포의 육수가 스며들어 유부의 고소함과 육수의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건 국수 안에 선지와 오징어가 들어간다는 점. 오징어야 해산물이다 보니 어묵과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선지는 왠지 뜬금없다.


하지만 선지의 식감은 푸딩처럼 부드럽고 비린맛 없이 녹아내린다. 태국 선지가 맘에 들어 우리의 선짓국을 만들어 팔면 어떨까란 생각도 든다

 

반 정도 먹었을까. 조금 더 강한 맛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고춧가루, 설탕, 땅콩 분태와 식초를 약간 추가했다.


기본적인 육수 맛에서 감칠맛과 얼큰함과 달콤함이 더해지면서 예상대로 입맛을 2배 이상 돋운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덧 그릇에는 채소만 남고 한 그릇을 다 비워버렸다.



마무리

▶ 맛 : 매운 어묵탕에 얼큰함, 새콤함, 달콤함, 감칠맛이 느껴짐. 다양한 어묵을 골라먹는 재미도 쏠쏠함.


▶ 가격 : 어묵국수 보통(中)이 60밧(약 2,400원)이다.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개인적으로 50밧(2,000원) 정도가 태국의 생활물가 대비 적정할 듯


▶ 위생 : 실내 식당으로 오픈된 주방, 손님이 계속 들고 나기에 회전율이 높고 재료의 소진도 빨라 나름 신선도가 유지되는 듯. 먹어본 어묵 모두 식감이 좋고 신선한 맛이었다.


정리 : 태국 국수의 맛은 대체로 복합적이다. 식당에 가보면 고추식초, 고춧가루, 피시소스, 설탕 4가지는 필수로 있는 걸 봐서 새콤, 매콤, 달콤, 감칠맛까지 한 음식에 압축한다.


양이 작고 가격이 비싼 것이 단점. 엔타포에는 다양한 어묵이 들어있어 식감이 좋고 육수를 충분히 적실 넓적면이 잘 어울린다. 먹는 중간에 땅콩 분태와 설탕, 고춧가루를 추가해 더 강한 육수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어묵국수는 남녀노소 향신료의 향이 없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태국의 어묵탕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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