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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Sep 09. 2022

태국에서 아이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질병

방콕, 가족은 떨어져 있어야 제 맛 (#16)


아내가 출장을 갔다. 이번 주는 본격적인 주부 모드로 임해야 한다. 시장보기, 음식하기, 설거지 및 청소, 빨래하기, 아이들 챙기기 등. 실로 엄청난 양의 일이다. 살림을 살아보니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집안일은 미루면 2배가 아닌 4배, 16배 아니 그 이상 거듭제곱으로 늘어난다. 주부의 일은 수학공식으로 풀 수 없는 가족을 위한 헌신이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내 출장 둘째 날. 아침에 등교할 때는 멀쩡했던 작은아이가 3시간 만에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난다며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혹시나 싶어 코로나 체크도 해보니 음성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급성으로 고열과 구토, 두통, 복통이 오는 걸 본 적이 없는 터라 이리저리 검색해 보니 포도상구균 식중독이 작은 아이의 증상과 가장 유사했다.


내가 차려준 아침식사가 문제였던 걸까? 다행히 작은아이가 반이상 남겼던 미역국을 내가 먹었지만 지금 나는 멀쩡하다. 어떤 원인인지 궁금해 두통에 힘겨워하는 작은아이에게 오늘 아침에 학교에서 음식을 먹었는지 물어보았다. 역시나 학교 아침 간식으로 나온 "햄&치즈 샌드위치를 한 조각 먹었는데 먹을 때부터 햄 맛이 이상했다."라고 하니 거기서 탈이 난 모양이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고열과 구토, 두통을 호소하며 축 처져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대신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더 미안했다. 먹은 게 없이 토하는 경험이 있는 터라 복통과 구토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해열제를 먹이고 39도까지 찍었던 열이 다행히 38도로 떨어진다. 수건에 물을 적셔 온몸을 닦아 주며 1시간이 흘렀을까. 조금 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이런 증상이 얼마나 자주 반복될지 앞이 캄캄하다.


저녁이 되자 해열제를 투약하는 주기도 짧아지고 열이 38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육아 경력 12차의 경험으로 봤을 때 응급실로 가야 하는 상황임을 직감한다. 밤 11시 교회 지인분께 병원을 수소문해 서둘러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급하게 오느라 신분증도 챙기지 못해 진료 접수 시간이 지연됐지만 다행히 바로 응급실 진료는 일사천리. 진단 결과 예상대로 오염된 음식으로 인한 식중독. 주사와 약 처방을 받은 후 새벽 2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떻게 초보 살림 사는 남자 혼자 있는 걸 알았는지 일이 몰아서 닥친다. 아마도 오늘 밤은 작은아이의 병간호를 하며 밤을 새워야 할 것 같다. 평소 음식 위생만큼은 신경 썼지만 아무리 예방한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구멍이 난다. '왜 하필 이럴 때 이런 일이 생기지.'라고 투정도 부려보지만 힘든 때마다 의미 없는 좌절하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작은아이의 회복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이번 식중독으로 작은아이는 예전보다 더 강한 식중독 면역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공포의 식중독 사건으로 아빠로서 가족을 위한 더 강한 삶의 의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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