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방콕 살림은 아빠가 해야 제 맛 (#4)

by 김자신감


다음날 아침, 밤새 뇌우로 인해 정전과 침수로 방콕 전체가 난리도 아니다. 태국 뉴스에는 67년 만의 폭우로 침수되었단다. 하지만 아직까지 하수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우기인 지금 비가 조금만 내려도 배수되지 않고 역류된다고 현지인들이 얘기한다. 그래도 이곳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흙탕물이 흥건한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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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인도까지는 물이 안 차올라 걸어갈 수는 있으나 옆으로 차가 지나가면 물이 다 튀기니 무용지물. 아무래도 좁은 길, 침수로 고장 난 차가 길을 막으니 올스톱이다. 길가에는 경찰과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막혀있는 배수로 정비를 하고 있다. 동남아의 세계적인 도시 방콕, 부족한 기반시설로 불편하지만 여유로운 태국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흥미로운 곳이다.


아이들과 지낼 집을 구하기 위해 현지 한인 중개사의 안내로 2곳의 집을 보기로 했다. 오전에는 도로에 물이 빠지지 않아 오후로 약속을 연기하고 대형마트 로터스로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걸어간다. 낮고 복잡한 전깃줄 사이로 흐린 하늘이 간간히 비를 뿌리고 있다. 나름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현지인들이 대부분인 이곳 푸드코트에는 영어 메뉴는 없고 꼬부라진 태국어와 음식 그림만이 전부였다. 관광대국인 태국, 방콕이라 간단한 영어는 다 통할 줄 알았지만 모르는 태국인이 생각보다 많았다. 푸드코트는 별도의 캐시 카드를 충전하여 사용해야 하기에 주문을 위한 첫 관문부터 난관이다. 첫날 먹은 기묘한 그린 카레와 같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가장 익숙한 볶음밥(팟 카우)으로 손짓을 통해 겨우 주문을 마쳤다. 다행히 입이 짧은 둘째 아이도 한 그릇 비우니 안심이다.


식사 후 중개사분을 만나 방콕 현지의 주택의 특징을 설명해 주었다. 크게 무반과 콘도로 나누는데 2~3층 단독주택을 무반이라 부르고 콘도는 한국의 오피스텔과 같이 소형 고층빌딩으로 구분된다고. 처음 방문한 집은 무반, 2층 단독주택으로 아파트처럼 대형 단지를 이뤄 보안을 높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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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외곽 주택가에 위치해 조용하고 프라이빗하지만 차가 없으면 고립무원이다. 두 번째 집은 아파트로 BTS(지상철) 역 근처 중심지에 위치했지만 한국의 주상복합 아파트와 비슷한 느낌이다. 탁 트인 조망과 교통, 상권 접근성이 우수했지만 주거밀도가 높고 고층이라 비상상황에 취약해 보인다.


아이들의 현지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 아이들의 뜻을 반영하여 집을 구하기로 우선순위를 정한 터라 큰아이의 의견대로 첫 번째로 본 무반으로 다시 향했다. 하지만 외곽인지라 입구 주변 곳곳이 물이 빠지지 못해 여전히 무릎 높이로 차있다.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이 난리를 경험해야 한다니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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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반의 프라이빗한 공간 및 여유와 콘도의 입지가 절충되는 곳이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선택할 텐데. 부족한 정보와 매물,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가 정해야 하기에 부담이 앞선다. 일단 숙소에서 잠시 쉬며 생각해보기로 하고 오늘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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