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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Sep 24. 2022

태국 방콕의 9월 날씨

아이와 함께 하는 태국 방콕 생활 (#17)


한국의 9월의 시작은 가을의 서막을 알리지만 태국 방콕은 아쉽게도 8월 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휴대폰 일기예보에는 항상 비표시로만 나와 있어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 건지 한 번씩 의심하게 된다. 다만 아침, 저녁으로 눈에 띄지 않게 해가 약간 짧아진 것과 선선해졌다는  외에는 큰 변화는 없다. 


태국의 8월은 오전에 맑다가 오후에는 오전의 열기로 달궈진 구름이 모이며 하루에 한 번씩 땅이 뚫어져라 쏟아붓는 비가 내린다. 하지만 9월에는 장마처럼 몇 시간씩 강약을 조절하면서 길게 내리며 한국의 장마철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태국의 9월은 우기철 잦은 비로 길은 항상 젖어 있다. 심하면 무릎까지 오는 경우도 있어 시간이 금인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호텔에 고립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도로 침수로 뚝뚝과 택시는 운행을 하지 않기에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하기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따라서 태국의 9월은 여행을 피하는 것이 좋다.  


천둥과 번개는  내리는 특징과 상관없이 하루에 몇 시간씩 번개만 칠 때도 있으니 비보다 더 자주 등장하는 단골이다. 특히 방콕은 산이 없는 평야지대라 저 멀리서 친 번개가 소리 없이 하늘만 번쩍거리며 때때로 자연의 경의로움을 선사한다. 번개가 많이 칠 때면 인정사정없이 내려치며 잠을 설치기도 부지기수. 하지만 그렇게 무자비한 번개에도 정전이 나지 않는 게 신기할 뿐이다. 


그렇다고 9월의 한낮 햇살을 무시할 수 없다. 잠시 추는 햇볕은 따갑다 못해 쓰려 자외선에 피부가 금방 태닝 되어 버린다. 언제 내릴지 알 수 없는 비를 대비해서 준비한 우산은 양산으로 변신해 몸 전체를 막아줄 1차 차광을, 모자와 마스크는 얼굴을 막아줄 2차 차광을, 선크림은 얼굴, 목과 팔을 최종적으로 막아 줄 3차광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다리는 가장 고생하면서 보호막도 없이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런 발을 위해 긴바지라도 입을 요량이면 십리도 못가 발병날 햇살이다.


9월의 방콕 하늘은 구름이 많다. 비 오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흐린 시간도 늘어난다. 역설적이게도 구름 많은 날이 멀리 여행 가기는 힘들어도 가까운 쇼핑몰로 외출하기 좋은 날씨다. 적당히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췄다 사라졌다 하며 쉬도 때도 없이 내려째는 햇살보다 피부가 한숨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습도가 높지도 낮지도 않아 그늘에 있으면 한 줌 바람에도 가을을 느낄 정도. 그러고 보니 9월 말 방콕의 기온도 아침저녁으로 약간의 선선함을 느낄 수 있다. 태국 방콕의 어느 9월, 무더운 열국의 나라에서 한국의 가을을 그리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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