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날

방콕 살림은 아빠가 해야 제 맛 (#6)

by 김자신감


허름했지만 3일 동안 우리 안락한 거처가 되어준 숙소를 떠나는 아침. 모처럼 해가 비추며 무더운 동남아 날씨를 보여줄 기세다. 개미, 파리와 알 수 없는 다양한 벌레들이 곳곳에 숨어 밤만 되면 기어 나와 아이와 아내를 기겁시켰지만 이곳을 통해 어떤 집을 구해야 할지 짧고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방콕에 도착한 첫날. 중간중간 끊어진 인도를 걸으며 큰아이가 "아빠 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라며 걱정 섞인 목소리가 기억난다. 비로소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이었는지 이곳에 와 보니 알게 되었단다.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환경 좋은 영어권 선진국을 선호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도 와봐야 한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을 수 있다며 위로한다.


숙소 체크아웃 후 무거운 캐리어를 예약한 택시 밴에 싣고 오늘 계약할 집으로 이동한다. 계약도 안된 집에 이삿짐을 싣고 살려고 들어가는 모양새가 우스울 법도 한데 집주인은 친절히 우리를 맞아준다. 집안은 입주 청소로 분주하다. 집주인은 아침은 먹었냐며 식당가로 차로 태워준다. 낯선 이방인에게 이렇게 친절한 국가인 건가? 아니면 불교국가의 종교적 신념으로 궁하게 여겨 도와주려는 것인가? 이유가 무엇이든 집주인은 친절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또한 점심식사 후 연락하면 침구류 및 생필품을 사기 위해 대형 쇼핑몰까지 동행을 해주겠다니. 신세 지는 거 확실히 지고 갚으면 되는 거 아닌가 스스로 합리화를 시켜보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 그동안 타인에게 베풂에 관심이 없었던 과거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부동산 중개인의 늦은 일정으로 오후 5시경이 되어서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영어와 태국어로 작성되는 신기한 임대차 계약서이다. 이사를 먼저 들어온 후 계약서를 작성하는 약속보다 신뢰에 가까운 계약이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이사와 입주청소, 생필품 쇼핑, 계약까지 하루에 한 달치 일을 처리한 기분이다. 이곳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집 구하기는 이렇게 무사히 해결되는 듯하다. 그저 감사한 하루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방콕 집 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