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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Sep 26. 2022

태국의 대표 누들, 맑은 똠양 국수

방콕의 먹거리 (#11)


길을 오며 가며 유심히 보았던 국수가게. 세 번째 방문만에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는 점심시간 자리가 없어서 먹지 못했고, 두 번째는 오후 4시까지 영업한다는 구글 지도만 믿고 오후 3시에 방문했다 문이 닫혀있는 바람에 헛걸음. 이번이 세 번째 방문으로 오후 2시에 딱 맞춰 가 보았다. 이 정도면 오기가 생겨 "맛만 없어봐라!" 괘심함도 생긴다.


 가게 분위기

보통의 태국의 맛 도로가 앞에 있어 사람이 들고 나기 좋은 곳에 위치하지만 이곳은 길가에서 조금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1층은 상가, 2층은 주택가로 대부분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평범한 동네 국숫집이다. 내부 홀이 작아 길 앞에도 테이블을 펼쳐놓아 노천카페 같은 분위기도 난다.


한국에서도 노부부가 운영하는 동네 작은 중국집을 좋아했던 터라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시내 인기 맛집은 내성향과 맞지 않는다. 오후 2시에 방문하니 역시나 손님이 없이 한가롭다. 이 시간에 가야 여유 있게 사진도 찍으며 가게 내부를 자세히 살필 수 있어 이 시간을 가장 선호한다.


이곳의 구글 평점은 4.5점으로 높지만 리뷰 개수는 40개로 조금 부족해 보인다. 이 점포는 돼지고기국수 전문점으로 내가 가장 먹기 힘들어하는 똠양국수가 메인이라 오늘의 점심은 챌린지적인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그동안 똠양초보로서 태국 인스턴트 라면을 통해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겼다. 똠양은 매운맛과 신맛이 나는 수프로 고추와 레몬글라스, 라임, 고수 등 향신료를 섞어 만든 태국 대표 국물 음식이다.


부부 사장님께서 낯선 외국인을 친절히 맞아 주시며 가게 내부에 있는 선풍기를 모두 나에게로 돌려 틀어주신다. 이런 정이 너무 좋다. 오기 전부터 정해놓은 메뉴 맑은 똠양국수와 음료는 얼음 없는 콜라로 주문했다. 여유가 있으니 사장님께 이것저것 물어보다 이 가게가 40년이 었다고 하신다. 대충 건물의 나이도 그 정도로 되어 보이니 입주하실 때부터 장사를 하신 것 같다.


친절하신 부부 사장님은 오후 3시에 마무리하기 위해 설거지 한 그릇과 수저, 젓가락을 닦으며 정리에 분주하다. 40년 동안 가게를 했지만 한국인은 처음이라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신다. 사진을 찍어야 할 사람은 나지만 내가 사진을 찍히고 말았다. 그사이 주문한 맑은 수프 똠 양 국수가 푸짐한 자태를 내며 나왔다.


▶ 맛

흔히 생각하는 코코넛 밀크를 넣은 빨간똠양수프의 걸쭉한 국물이 아닌 고기 육수에 레몬글라스의 맑은 똠양국수라 어떤 맛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 물부터 한입 떠보니 이제는 익숙해진 약한 고수 향과 새콤한 레몬그라스 맛에 연한 베트남 쌀국수의 육수 맛이 섞여 있다. 이 정도 맛이면 충분히 똠양초보도 즐길 수 있을 깔끔한 국물 맛이다.


똠양누들 대자를 시켜서인지 토핑이 다양하다. 4~5가지 종류 피쉬볼 어묵 돼지수육 5조각, 부속부위 2조각, 만두 5~6개, 고기완자, 구운땅콩, 숙주 등 푸짐하다.


태국에서 국수를 자주 먹다 보니 고기만 먹어봐도 재료 품질을 대충 알 수 있다. 특히 부속부위인 간은 정말 비려 입도 못 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곳은 고소한 맛에 퍽퍽하지 않고 밀도 높은 치즈처럼 부드럽다. 돼지고기 수육은 한국의 국밥 살코기 수육처럼 비계가 작아 담백하다.


어묵, 돼지고기 완자, 편육, 부속부위는 릉루엉의 기본 토핑이다. 하지만 이곳의 특별한 토핑이 있다면 금붕어 모양의 수제 고기만두. 면처럼 '후루룩' 먹으면 맛과 식감까지 재미를 느낄 수 있어 똠 양 국수에서 완탕면을 먹는 특별함이 더한다.


태국 국숫집의 빠지지 않는 4대 소스(고추식초, 설탕, 피시소스, 고춧가루)를 넣어 맛을 봐야 할 차례. 기본적인 고기 육수는 충분히 깊은 맛을 가지고 있어 추가로 소스를 넣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고춧가루, 설탕, 고추식초만 더해 맛을 보니 확실히 더 진한 맛이 올라온다.


위생

항상 맛집을 가다 보면 오래되었어도 청소된 내부가 눈에 띈다. 오래되었지만 관리가 잘된 올드카 느낌이다. 천장을 쳐다봐도 거미줄 하나 없이 말끔하다. 깨끗한 소스통, 테이블 커버, 수저통과 물기 흔적 없는 수저와 젓가락만 봐도 기본적인 위생관리가 잘 되는 곳이다.  


면은 칼국수 면발의 쌀국수로 신라면의 1.5개 정도의 양. 토핑이 워낙 푸짐해 면을 먹어보기도 전에 배가 불러온다. 똠 양 국수 보통으로 시켜도 충분히 작지 않다. 편육과 완자, 만두에 고기가 들어 있으니 보통 사이즈만 먹어도 충분히 든든할 양이다.


가격

최근 방콕의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일반 국수가 60밧(2,400원), 곱빼기는 70밧(2,800원)으로 가격은 비싼 느낌이다. 하지만 국수 안에 들어가 있는 토핑의 양만 보더라도 충분히 그 가치를 한다.


마무리

태국 방콕에서 마음에 드는 식당을 발견했다. 국수가 나오기 전 주인아주머니가 기다리는 나에게 바나나를 맛보라고 한 뭉치 건네주신다. 맛도 깊은 맛이지만 정도 깊은 정이 인상적이다. 삼고초려하게 만든 동네 국숫집이 나의 정성을 알았는지 귀한 손님 대하듯 대접받고 온 기분이다. 40년을 한자리에서 노부부의 청춘이 스며있는 로컬스럽고 작은 방콕의 고기 국숫집이 나의 배와 마음을 든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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