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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편의점 Jun 07. 2022

지적 유희의 우아한 맛, BBC <셜록>

엄선한 콘텐츠 와이너리에서 수입하는 와인

오늘의 추천 와인 #02


MD의 테이스팅 노트#02

지적 유희의 우아한 맛, BBC 드라마 <셜록>


1. 오늘의 와인: BBC 드라마 <셜록> 

군의관으로 복무했던 존왓슨은 아프가니스탄 파병 때 부상을 당한 후 의병 전역을 한다. 왓슨은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다. 런던으로 돌아온 왓슨은 자신의 일자리와 머물 곳을 찾고 있었는데... 우연히 의대를 방문했다가 자신의 동창을 만나 룸메이트를 구하고 있는 사람을 만난다. 그 이름은 셜록 홈즈이고 셜록 홈즈는 만나자마자 자신에 대한 완벽한 추리를 하며 왓슨은 그의 추리에 감탄하고 그와 같이 살까 고민하던 중 셜록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해 같이 수사를 하게 된다.  


2. 와이너리 소개: 초기미스터리 영국 현대미스터리


<셜록>은 원래, 그들만의 이야기

이번 와이너리 콘텐츠는 바로 영국 BBC의 <셜록>입니다. 훌륭한 원작 재현과 21세기에 어울리는 캐릭터 각색, 연출로 호평받으며 시청률 30% 이상을 기록, 180개가 넘는 국가에 수출되며 글로벌 인기 작품 반열에 올랐죠.

셜록은 ‘미스터리의 원형’을 담은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자체가 1800년대 출판되었던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기 때문이죠. 1800년대 영국은 추리 소설의 꽃을 피운 시기였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아서 코난 도일(1859∼1930),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가  활동했기 때문이죠. 이 시기 시작된 원형의 미스터리는 지금과는 달리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춥니다. 사실 본래 미스터리 장르 내에서 범죄는,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 주인공인 탐정이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일종의 수단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형태의 미스터리가 발달하게 되었고, 특히 왜 영국에서 미스터리가 꽃을 피우게 되었을까요? 


부르주아의 지적 유희, 그리고 영국의 산업혁명

지금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미스터리 장르. 그러나 초기 미스터리는 일반 대중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부르주아 계층만을 위한 지적 유희이자 계급적 이데올로기 해결 방식이었죠. 초기 미스터리 장르 문학의 스토리와 형식을 이해하려면, 꽤 높은 지적 수준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미스터리 장르는 부르주아의 지적 쾌감을 높이는 데 좋은 도구가 되었죠.

그리고 또 하나, 초기 미스터리에는 이 당시 부르주아의 계급적 이데올로기인 ‘이성적 힘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가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즉, 탐정이라는 이성적 힘으로 범죄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이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이성적인 힘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을까요?

바로 산업혁명입니다. 산업혁명(1760~1820) 이후 런던은 점차 대도시화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도시가 되어갈수록 도시 안에 신원 미상의 사람들과 하층민, 노동자들, 그리고 범죄 사건이 증가했습니다. 부르주아의 이성적 판단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었죠.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만이 갖고 있는(정확히는 그렇게 믿는) 이성적인 힘으로, 도시 안에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하는 근대적 판타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근대적 판타지를 실현해준 것이 바로 미스터리 장르였죠. 


<셜록>도 마찬가지...

‘셜록 홈스’ 인물 자체도 계급적 성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태생 자체가 부르주아이며, 런던에 살고 있죠. 셜록은 부르주아의 지적, 경제적, 인맥적 능력을 모두 대변하며 런던이라는 도시의 범죄를 마치 컴퓨터의 데이터베이스마냥 기억하고, 범죄를 해결합니다. 부르주아 계급의 감수성이 그대로 드러나죠.

또 셜록은 탐정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가지며, 범인들의 의견 혹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범인의 목소리는 그 당시 신원 미상의, 하층민들의 목소리니까요. 셜록은 그들과의 일절 소통, 대화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직관적 추리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리고 그 추리 과정을 독자에게 자세히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즉,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범인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들을 필요도 없는 것이죠. 이는 왓슨이 셜록에 대해 묘사한 바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셜록 홈즈의 유일한 단점은 – 단점이라고부를수있다면 – 그가 완전히 수사를 종료하는 순간까지는 자신의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에 대해 타인과 소통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

결과적으로는 문제 해결이라는 게임에서 탐정과 미스터리 이외에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탐정은 사건을 종결하여 승리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현대의 미스터리는?!

셜록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현대 추리물 혹은 범죄물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비교해볼까요? 물론 현대의 추리, 미스터리는 아주 많은 변주를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다양한 인물들과의 소통, 이해관계, 동기를 파악하며 문제를 해결해갑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추리 드라마 중 하나인 ‘비밀의 숲’을 떠올려보죠. 이 작품의 주제는 설계된 진실, 모두가 동기를 가진 용의자다’입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황시목 검사, 정의로운 한여진 형사가 내부의 인물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감정과 범행의 동기를 파헤치며 사건을 풀어나가죠. 그리고 드라마는 각 인물들의 삶과 이야기를 조명하며 ‘범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끊임없이 부여합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극에 반영하는 것이죠.

즉, 현대미스터리는 ‘동기’에 집중합니다. 초기 미스터리가  HOW? 어떻게 트릭을 풀 수 있는가? 에 집중했다면, 현대에 이르러서는  WHY? 왜범죄를 저질렀는가? 가 중요합니다. 만약 제대로 된 동기부여가 어려울 경우, 혹은 개연성을 얻기 힘든 경우에는 대부분 ‘사이코패스’ 캐릭터로 그 타당성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구독자님이 좋아하는 미스터리 문학, 드라마, 영화를 떠올려보세요. 그 작품은 무엇에 집중하나요? 



3. 테이스팅 후기

바디 ⭐️⭐️⭐️⭐️⭐️

산미 ⭐️⭐️

재미 ⭐️⭐️⭐️⭐️⭐️

"지적 유희의 우아한 첫 맛, 그리고 곱씹으며 느끼는 짜릿한 산미감"

'셜록'을 통해 영국 본격 미스터리의 '우아함'을 한껏 머금을 수 있었습니다. 끝에는 셜록이 문제를 풀어내는 지적 쾌감에 톡톡 짜릿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고요. 현대의 사람들이 아직까지 본격 미스터리에 열광하는 것은, 부르주아의 감수성이라기보다 지적 유희의 진가를 맛보고 싶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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