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한한령 vs 중국 내 고강도 산업 규제
근 몇 년 간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의 발목을 잡던 중국발 한한령이 해제될 전망이라고 하는데요. 이야기에 앞서 '한한령'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야 겠죠?
'한한령'이란? 중국 내 한류 금지령으로 2016년 한국의 사드(THADD) 배치 확정 이후부터 시작된 일종의 보복 조치다. 이로 인해 국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관광 업계는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한국 콘텐츠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국 진출을 금지하다 보니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요. 특히 한국 콘텐츠의 불법 유통, 표절,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실이 매우 컸습니다. 실제로 한한령 이후 방송 포맷 불법복제 건수가 4년 간(16~20년) 40여건에 달했으며, 불법 유통 역시 2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발목을 잡던 '한한령'이 곧 해제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2020년부터 중국의 한한령 해제에 대한 움직임은 시작되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본격화되지는 못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한령 해제의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중국 광고계에서 다시 한국 연예인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6년 이후로 중국 현지 브랜드가 광고 모델로 '한류스타'를 섭외하는 게 처음이라고 하네요. 지드래곤은 중국 유명 브랜드 '차파이(茶π)'의 광고 모델을 맡았으며, 전지현과 아이유는 유명 쇼핑몰 '한두이'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 콘텐츠를 공식 유통하거나 리메이크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다시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제작 이후 방영이 무기한 연기되었던 <미생> 리메이크작도 중국에서 2년 만에 방영되었다고 합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중국 시장의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한한령 해제'는 국내 콘텐츠 기업에게 있어 중요한 변수입니다.
1. 중국이라는 거대 자본
중국은 한국 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양질의 K콘텐츠를 선점해 동남아시아 지역 등에서 자신들의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속셈이죠. 한국 드라마의 해외 판권을 구입하는가 하면, 드라마 제작사 JTBC 스튜디오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판타지오, 카카오게임즈, 라인게임즈 등 국내 유명 콘텐츠 기업에 중국 기업들이 거대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간접광고(PPL) 및 '중국색'으로 논란을 빚은 경우도 많습니다. 2021년 방영작 <빈센조>에서는 주인공이 중국 브랜드의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 방영되어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했습니다.
최근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한복, 김치 등을 자국의 것이라 우기며 한국 문화를 침탈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받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의 거대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보니 이런저런 잡음 역시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2.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
한한령으로 인한 한국 콘텐츠 수출 규제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콘텐츠 수출은 중화권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비율로 따졌을 때 중국 지역에 대한 수출이 3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출에 있어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개선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수출 비중을 고려했을 때 '한한령 해제'는 콘텐츠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산 넘어 산입니다. 한한령 해제로 숨 좀 돌리나 했더니 이제는 더 큰 게 왔습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높은 강도의 규제를 모든 분야에 걸쳐 발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일례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실종설'을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재작년 마윈이 공식 석상에서 중국 당국의 보수적인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뒤 약 3개월 간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습니다만, 그 이후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었던 앤트그룹의 상장은 취소되었습니다. 반독점, 개인 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말이죠.
현재 중국은 모든 분야에 걸쳐 철저히 국가를 통제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분야도 마찬가지 입니다. 전통적인 남성상에 부합하지 않는 냥파오(娘炮)와 저속한 왕홍(网紅, 온라인 인플루언서)을 퇴출시킬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금지', '연예인 조공 금지', '팬덤 과열 및 지나친 소비를 조장하는 활동 제한' 등의 실질적인 규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한령이 해제 되더라도 한국 콘텐츠가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같습니다. 중국 내 콘텐츠 및 기업들도 과도한 검열과 규제를 당하고 있는 상황인데, 하물며 한국 콘텐츠가 그 검열을 통과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일 것입니다.
한한령 해제 자체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됩니다. 막혔던 수출 길이 열림에 따라 그간 불법 유통 등으로 피해를 입었던 한국 콘텐츠가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서는 강도 높은 산업 규제를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시 한 번 한국 콘텐츠는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앞서 살펴 봤듯, 한국은 현재 중국 시장 및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입니다. 콘텐츠 수출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중국 외의 다른 시장에 대한 수출 전략을 확보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