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방송법, OTT는 어디로 가야 하죠?
우리나라의 현행 방송법은 몇 년째 유지되고 있을까요? 바로, 약 20년입니다. 방송법의 개정 횟수는 헌법 개정 횟수보다 적습니다. IPTV도, OTT도 없었던 그 당시 법을 어떻게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냐고요? 그래서 문제입니다.
2월 1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낡은 방송법 규제를 해소하고 OTT 등 새로운 서비스를 포함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추진했습니다. 한국언론학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공동 주최한 '글로벌 융합환경에 대응하는 시청각미디어 규제체계 개편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체계 전반을 공개했는데요, 주요 내용으로는 "미디어 사업자 간 규제 형평과 공정경쟁을 담보, 이용자 권익을 충실히 보호하기 위해 기존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이하 IPTV)법을 해체한 뒤 통합 미디어법으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제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IPTV법은 뭐야? 기존 법의 문제가 뭔데? 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방송법'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대학교 한 학기 수업으로도 부족하죠. 문화편의점은 최대한 간단, 명료하게 설명드릴게요!
우리나라의 방송 미디어 시장 산업구조는 '수직적 규제체계 모형'에 속합니다. IPTV가 처음 출현했을 때 IPTV를 기존 방송 범주에 넣기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IP망을 통해 송출이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죠. 이에 IPTV법이라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버립니다. OTT도 마찬가지입니다. OTT는 개방형 IP망을 사용하면서 시청자와의 '쌍방향성'을 갖고 있는 VOD 미디어서비스입니다. 이 때문에 OTT는 방송이 아닌 통신의 영역이라 판단, '전기통신사업법'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VOD 서비스- 주문형 비디오(video on demand) 서비스. 기존의 공중파 방송과는 다르게 인터넷 등의 통신 회선을 사용하여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매체를 볼 수 있도록 함
이러한 수직적 규제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의 원칙'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콘텐츠와 전송로를 분리하지 못한 채 같은 콘텐츠를 전송할 수도 있는 전송로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지상파 방송국에서 방송되는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도 동시 서비스를 할 때 똑같은 콘텐츠임에도 불구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받게 되는 것이죠.
2000년 방송법 제정 후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IPTV와 OTT가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OTT 이후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서비스 출현은 놀랄 일도 아니죠. 이렇게 새로운 서비스가 생길 때 마다 법을 추가하는 것은 당연히 효율성과 형평성에서 한계가 발생합니다. 또한,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도 어렵죠.
방통위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이 "네트워크 유형에 관계없이 영상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통신 융합환경을 반영하고, 서비스별 특성에 부합하며 규제 타당성을 제고, 글로벌 시장 환경을 반영하는 규제체계를 지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통신의 영역에 있던 OTT 역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규정합니다. OTT는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서비스일 뿐 미디어 서비스이고 미디어 규제는 부가통신 규제와 다르다는 점을 고려했죠. OTT를 부가통신서비스가 아닌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규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VOD 서비스는 주문형일 뿐 콘텐츠는 동일하고, 다채널 OTT는 인터넷망일 뿐 서비스가 동일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이 제정되면, 기존 방송통신발전기본법 하 "방송법+IPTV법+전기통신기본법+전기통신사업법+전기통신망법"등으로 이뤄진 법체계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방송법+IPTV법+OTT)+전기통신기본법+전기통신사업법+전기통신망법"으로 개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OTT "어디로 가야 하죠..?"
그러나 학계 일부는 해당 시청각미디어서비스의 규제체계가 기존 방송법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단순히 기존 방송법에 OTT를 포함시킨 것일 뿐, 새로운 미디어 시장 상황을 고려한 규제체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것이죠.
OTT 업계 역시 비슷한 입장입니다. OTT를 방송과 동일하게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분류하는 것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건데요, 한 관계자는 "OTT는 IT로 혁신을 꾀하고자 콘텐츠를 활용한 플랫폼 시장이다, 레거시미디어와 동일 규제를 받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OTT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사업적 제약입니다. 내수 위주의 방송사업자를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OTT와 동등하게 보고 규제하면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가 '콘텐츠'라는 소프트파워로 글로벌 시장에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는 상황에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국내 OTT 기업이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는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방송법은 너무나 많은 게 얽혀있는 법입니다. 정치, 사회, 경제, 커뮤니케이션 등 한 가지 분야만 고려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죠.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자 근본적인 해결법은 바로 '정의'내리기인 듯합니다. 우리나라의 기존 방송법은 지상파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는 공공과 민영의 분리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공영방송'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없는 실정이죠. 관련 내용을 담은 기사를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기사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