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사제

by 차섭

Episode 3 : 두 모자 이야기


출근하자마자, 파송 명령서를 수령하고 별도로 첨부된 회수 대상에 대한 조사 내용을 잠시 살펴보고 서둘러 M-시로 출발했다.


오늘 회수 대상은 둘, 그것도 한 장소에서 동시에 회수하라고, 명령서에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을 동시에 회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우리는 M-시에 소재하는 요한 성당 소예배실로 이동-했다.


정오가 지나는 시각, 터미널 주변은 타-지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과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로 뒤엉켜 붐비고 있었다.


주어진 일정에 맞추기 위해 이곳 버스터미널에서 J- 시로 출발하는 1시 정각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 버스에는 오늘 회수 대상 중 한 사람이 타기로 되어 있었다. 나와 사제는 그와 함께 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우리는 지금 대기 중인 버스에 미리 올라, 안쪽에 자리 잡고 앉아 그가 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한 중년 남자가 승강장 입구에 나타났다. 그는 40대-중반으로 매우 평범해 보였다.

약간 부은 얼굴에 검은색 고급 뿔테 안경을 쓰고 등을 꾸부정하게 꾸부리고 차에 올라 우리가 앉은 좌석 건너편 창가에 자리 잡고 앉았다.

버스 타기 조금 전까지 술을 마셨는지, 그에게서 술 냄새가 심하게 났다.


1년 전 그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이를 말리던 아내를 현장에서 살해하고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어 현행범으로 구치소에 수감 됐었다.

그러나 과거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이력과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행위라는 점이 인정되어 형집 행정지로 며칠 전 출소하고 오늘 그의 모친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어릴 적 학교폭력 가해자로 피해 학생의 상해 정도가 심해 구속될 상황이었으나 그의 부모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의사를 매수하고 허위 진단서로 그를 정신이상자로 만들어 그가 구속되지 않도록 했었다.

결국 그는 어떠한 법적 처벌도 없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피해 학생은 그날 이후, 사건 당시 뇌에 가해진 충격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지적 장애인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그의 부모는 많은 정치인이 출석하는 한 대형 교회에 장로와 권사의 직분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강남에서 땅 투기로 부를 축적하고 그 돈으로 신분을 열심히 세탁한 졸부들이었다.

그 자식들도 마치 명문대를 나온 것처럼 속이고 교회 안에서 믿음 좋은 명문가 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한 아가씨를 범해 임신시키게 되자, 강제로 아기를 지우게 만들고 조건 없이 헤어지도록 그녀와 그녀 부모를 협박해 결국 교회를 떠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엄마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부자는 아니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잘 자란 남의 집 귀한 딸을 그녀의 부모를 꼬드겨 말썽- 장이 아들의 배우자로 데려왔다. 그리고 신혼 초부터 그는 간헐적으로 술을 마실 때마다 그의 착한 아내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아이가 둘 태어났다. 불행히도 그의 일방적인 행위로 가진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계속된 폭행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서 아이들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절대로 아이들을 떠나지 못할 거란 사실을 알고 점점 더 심하게 그녀를 때리고 급기야 아이들까지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날도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만취된 상태로 들어와 자고-있던 아이들을 강제로 깨우고 아빠가 들어오기 전에 먼저 자고 있었다는 이유로 시작된 그의 폭행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다가 그의 발길질에 그만 머리가 바닥에 세게 부딪혀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죽은 그의 아내는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하다가 죽은 시누이도, 고혈 압으로 쓰러져 누워서 생활했던 시아버지도 마지막까지 진심으로 보살폈던 올케이자 며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는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죽기까지 그녀의 삶을 그냥 외면하고 방치했었다.

이번에도 그의 모친은 그녀의 아들을 법으로부터 지켜냈다.

이 대단한 할머니는 그 아들이 수감되어 있는 동안에도 남겨진 아이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그의 범죄 행위를 모르는 그리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명문대 나오고 강남에 건물-주인 아들의 재혼 상대를 구 한다는 스스로 꾸민 이야기를 퍼뜨리며 이 교회 저 교회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J-시 터미널, 그가 버스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탔다.

우리는 그보다 먼저 그의 모친 집에 도착해서 그를 기다 리기로 했다. 그리고 크로노스 보드를 1시간 앞으로 돌려놨다.


커다란 3층 벽돌집, 2층 정원 잔디 위에 아담하게 지어진 정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던 그의 모친이 대문이 열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입구 계단으로 뛰어나와 그를 반긴다.


- 고생 많았지-?
전화하지, 그랬니?
김 기사 내-보냈을 텐데.
그런데 그 새를 못 참고 또 술 마신 거니?

이젠 건강도 생각해야지!

-.......

두 사람이 정자에 놓인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그리고

그때 그의 모친이 사진 한 장을 그에게 들이민다.


- 얘! 이 사진 좀 봐라-.
전신이 나온 걸로 가져왔는데, 아주 예쁘지 않니?

키도 크고, 몸매도 예쁘고, 어때? 괜찮지-?


그는 몸매가 예쁘다는 말에 짐짓 태연한 척, 관심 없는 척-하더니 금-새, 음탕한 눈빛으로 슬그머니 사진을 손에 받아 든다.


- 미혼이고 아직 처-녀랜다,
내가 아는 다른 교회 권사님이 소개했는데,

그 교회 반주자라고 하네.

음대 나왔고 최근 아버지 사업이 망해서 어려운가 보더라.
너랑 결혼하면 내가 도와주겠다고 그랬다.


그가 웃고 있다. 좋은 내색을 숨기지 않는다.


- 애들 어멈 때도 결혼하면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 준다.

평생 물 한 방울 손에 안 묻히게 해준다. 그러셔 놓고,

아버지, 누나, 병-수발 다 들게 하시고는 또 그러셨어요?


그녀가 지지 않고 대꾸한다.


- 그래야- 내 아들이 편-하니까.
결국은 다 네 재산 되는데, 지-가 곰 같아서 지-서방 마음

하나 어쩌지 못해 그런 거지, 그게 내 탓이냐?

- 뭐- 그렇다는 얘기지요.
- 다음 주 화요일에 강남 I 호텔에서 만날 거니까,

단정하게 하고 잘 좀 꾸미고 와야 된다,

술은 절대 마시지 말고,
지난번처럼 맞선보고, 1달 안에 식 올리는 걸로 하자.

그래야- 그쪽도 정신없을 것 아니냐,

혹시라도 우리 집 일을 알게 되면, 안 되잖니?


그들은 뭐가 좋은지, 계속 떠들며 웃고 있다.


그는 지금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드라마를 보고 있고 그 어머니는 소파에 앉아 돋보기를 끼고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내일 찬양대 연습이 있다고 한다.

그의 엄마가 뭔가가 생각났는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에서 팩을 꺼내온다. 그리고 아들 얼굴에 덮어주며, 얘기한다.


- 피부에 신경 좀 써야겠다.

얼굴이 엉망이네-. 아침에 피부관리받으러 같이 가자.


그리고 잠시 후, 팩을 붙인 두 사람이 각자 방으로 들어간다.

나와 요나 사제는 이들 모자간의 대화에 웃음이 터져서 더 이상 앉아 듣고 있기가 너무 힘이 들어 거의 죽을 지경이다.

명령서 마지막 글귀에 이 두 사람을 동시에 즉시 회수 하라고 적혀 있어서다.

결국 이들은 피부 관리 받으러 못 갈 거다.

내일 아침이면 모자가 함께 영안실 냉동고에 아래층, 위층을 차지하고 누워 있을 예정이다.

12 장로회에서는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이 두 사람을 동시에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아이들은 먼저 떠난 엄마를 누구보다 사랑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무엇보다 안전하게 살아가게 될-거다, 이들이 그토록 자랑하고 다니던 남겨진 재산으로.


요나 사제는 아들 방으로, 나는 그의 어머니 방으로 동시에 들어갔다.

그녀는 팩을 한 체 깊-이 잠들어 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영혼을 바로 회수했다.

내일, 사람들이 이 둘의 주검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지 사뭇 궁금하다.

이 정도면 신의 단죄라고 인지하지 않을까?
아니면 모자 사이가 너무 좋아 함께 갔다고 하려나? 사람들은 포장하는 걸, 좋아한다.
사기꾼이 믿음 좋은 권사로, 살인자가 아내를 그리워한

남편으로, 미화도 되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진실을 바꾸기도 하고 없던 사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심지어 악취-나는 쓰레기도 잘 포장해서 훈훈한 이야기로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후자에 한 표다.


우리는 그들 모자를 남겨두고 집에서 나와 근처 가까운 성당으로 이동해 미-드로 돌아왔다.

우리는 오자마자, 오늘 회수한, 상자를 바로 셔틀에 실어 보내고 사제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너무 늦은 시간이라 집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이곳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집으로 갈지를 고민하며 잠시 망설이고 있었다.

요나 사제는 이곳 사제관에서 자고 아침에 천국 집으로 가겠다고 한다.

나는 가능-한 빨리 카-토를 만나기 위해, 집으로 바로 이동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많이 늦었다.
알로 아주머니는 한참 주무시고 계실 시간이다,
아쉽지만 카-토는 아침에 일찍 데려오기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마당 입구에 세워져 있는, 빨간색 우편함이 열려 있다.

누군가 내가 없는 동안, 다녀간 모양이다. 안을 들여다보니 작은 쪽-편지가 보인다.

마을에서는 내가 부재중일 때나 이웃이 내게 전달할 사항이 있거나 마을 공동 행사를 주민들에게 알리고자 할 때 이 방법을 사용했다.

달빛에 쪽-편지를 펼쳐 내용을 살펴봤다. 마을 목자님이 보낸 손 편지였다.

나에게 새로운 식구가 도착했다는 소식이었다.

다름-아닌 카-토의 친형 우-노가 오늘 우리 마을에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아주 기쁜 소식이었다.

그러니 내일 광장에 있는 보호소로 와서 우-노를 데려가 라는 거다.


나는 밤새 잠을 못 이루고 닭이 울기도 전에 일어나 대- 청소를 하고 우-노를 위해 새 시트와 담요 그리고 쿠션을 가져다가 카-토 옆에 자리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지난번 주운 밤으로 새로 케이크를 만-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날이 밝으면 우-노를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심장이 쿵쾅 대며 마구 뛰기 시작했다. 심-호흡을 크게 반복하고 마음을 진정시켜 보려고 애-쓰지만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우-노는 카-토와 쌍둥이 형제다.

체격은 카-토 보다 약간 작고 여린 눈빛을 가진 미남으로 성격은 아주 소심한 편이었다. 혹시 나에게 야단이라도 맞으면 하루 종일 삐쳐서 나에게 오지도 않고 방에서 나오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웃음이 많은 소심한 왕자님이었다.


이른 시간, 나는 마당에 나와 마치 100미터 달리기 출발 선에 서 있는 주자처럼 해가 뜨기만을 기다리며 서 있었다.

간신히 진정시켜 놓았던 심장이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저 멀리서 해가 뜬다.
나는 유채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작은 언덕을 한-달음에 뛰어넘어 카-토를 데리러 달려가고 있다.

부지런한 알로 아주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팬-케이크를 굽고 있다. 고소하고 달콤한 팬-케이크 냄새가 아주머니 집 마당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나를 맞는다.

나는 아주머니가 케이크 한 조각 먹고 가라는 말을 뒤로하고 인사만 대충 드리고 카-토와 서둘러 나왔다.

우리는 보호소가 있는 마을 중앙 광장을 향해 지치지도 않고 쉼 없이 달려갔다.


이미 보호소 밖에는 우-노가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며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카-토가 먼저 우-노를 알아보고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노도 우리를 향해 마주 달려오기 시작했다.

둘은 서로 얼굴을 마구 부-비고, 핥고, 빙글빙글 돌며, 서로의 냄새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있었다. 나도 그런 아 이들 곁을 돌며 기쁨을 참지 못해 겅중겅중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천국에서,


나는 죽는 순간, 카-토와 우-노를 다시 만나게 해 달라 고 확신도 없는 기도를 간절히 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도는 현실이 됐다.
나는 우-노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해 우리는 케이크 위에 초 하나를 꽂고 감사 기도를 드리고 함께-하는 천국에서의 첫 식사를 했다.


나는 지금 우-노가 케이크 먹는 모습을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기쁜 마음에 눈에서 계속 눈물이 난다.


식사 후, 알로 아주머니께 우-노를 보여 드리려고 우리는 함께 집을 나섰다.


- 어이구, 이게 누구야?

카-토랑 아-주 똑같이 생겼네?

- 쌍둥이 형, 우-노에요, 어제 이곳에 왔어요.

- 그랬구나? 오느라 수고했다,

Welcome!


우-노가 아주머니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이웃처럼 살갑게 대-한다.

조-이는 우-노에게 다가와, 일어서서 두 손으로 우-노의 등을 짚으며 첫-인사를 건넨다. 그런 조-이의 행동에 우-노 는 가만히 우리를 쳐다보며 웃고 있다.


- 피크닉 가는데, 조-이도 데리고 가려-고요.
- 우리 조-이는 좋겠는걸. 미남인 새 친구가 생겨서,


조-이가 아주머니 말을 알아듣고 공주처럼 예쁘게 짓는다. 카-토도 같이 짓으며 조-이 말에 화답한다.


잠시 후, 아주머니가 예쁜 도시락 바구니를 가지고 나와, 내게 들려준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콩으로 만든 소시지로 샌드위치를

만들었어요,
우-노야, 잘 다녀와! 조-이랑 카-토도-.

-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우리는 마을 앞 들판을 가로질러 뛰어갔다.

곳곳에 내 주먹만큼이나 크고 노란 금잔화가 들판 가득 피어 있다.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이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기분 좋게 흔들고 있다.

그리고 그 위를 크고 작은 나비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떼-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동화-속 한 장면처럼 우리 앞에 펼쳐진다.

잠시 후, 숲 속 오솔길을 지나 여러 개의 폭포가 연이어 보이는 언덕에 멈춰서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폭포들 사이로 작은 무지개가 연거푸 피어나고 사라지고 피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여러 개의 무지개가 공 중에 계속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이 폭포를 무지개 폭포라고 불렀다.

무지개 폭포를 뒤로하고 능선을 따라 조금 위로 올라가자, 양지바른 곳에 마당처럼 너른 바위가 나타났다. 우리는 바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앉아 알로 아주머니가 챙겨준 샌드위치를 꺼내 맛있게 나눠 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일광욕을 즐기며 편안하게 누워-있다.

우-노는 밤새 나와 카-토를 기다리느라, 잠을 자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이곳까지 오는 여정이 우-노에게는 많이 힘-들었나 보다.

어느새 내게 기대어 코를 골며 자고-있다.
카-토는 우-노 가까이 엎드려 잠이든 우-노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이젠 일어나라고 시간 간격을 두고 계속 작은 소리로 끙끙 댄다.


카-토도 우-노가 몹-시 그리웠나 보다.




매주 목요일 5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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