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4 : 세상 권세 잡은 자.
우리는 기차를 타고 P-시로 가기 위해 미-드에서 일찍 출발했다.
차창 밖 풍경이 어둠으로 바뀌고, 저 멀리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P-시 중앙역에 도착했다.
요나 사제는 이곳 지리에 매우 익숙한 사람처럼 내리자마자 개찰구를 신속히 빠져나가 역전 모퉁이 한 골목길로 빠르게 사라졌다.
막다른 골목 끄트머리에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허름한 중국-집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가게 안으로 급하게 뛰어 들어갔다.
주문 마감 10분 전, 사수는 P-시에 오면 반드시 이 집 들러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내겐 묻지도 않고 순식간에 짜장면 곱빼기 둘에 군만두 하나를 시켜 버렸다.
달걀 프라이를 얹은 볶음-밥이 먹고 싶었는데, 오늘 또 그에게 선택에 기회를 내어주고 말았다.
평상시 요나 사제는 국수를 나는 밥을 좋아한다.
잠시 후, 까만 짜장면이 달걀-프라이를 뒤집어쓰고 내 앞에 나타났다.
잘 비벼서 기대 반 의심 반으로 한 입 먹어본다.
엄-청 맛있다.
생긴 건 까만 게, 구리고, 맛없게 생겼는데, 외모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의미가 무언지, 이 집 짜장면이 그대로 보여준다.
그때 사제가 면을 입에 가득 물고 젓가락으로 단무지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눈을 치켜뜨고 나와 눈을 마주치며 입을 크게 벌리고 면과 단무지를 게걸스럽게 우걱우걱
씹으면서 동시에 내게 얘기하고 있다.
- 이 짜장면 먹으려고, 일부러 기차 타고 오자고 한 거야,
짜장면 먹으러 다시 나오려면, 번거롭잖아?
식당 시간 맞추기도 힘들고, 그래서 일찍 나오자고 한-건데, 어때?
기차 타고 온 보람이 있지?
다 먹고 말해도 될 것을 굳이-
갑자기 음식에 대한 호감이 반감으로 바뀐다. 왠지 더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어이가 없다.
오늘 또 사제는 보람을 음식에서 찾고 있었다.
우리는 식당을 나와, 역 건너편,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목적지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미-드에서 목적지 근처 사제관이나 소성당으로 직접 가면 될 것을 짜장면 때문에 이렇게 번거롭게 만들-다니.
사제는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옆자리에 앉아 창문이 부서질 듯 코를 골며 단-잠에 빠져있다.
밤이 가까운 늦은 저녁, 뻐꾸기 소리가 산속 어디선가 고즈넉이 들려오는 한적한 시골 마을 정류소에서 우리는 내렸다,
- 이제 어디로 가야 되는 거죠?
- 이 시간 마을에서 가장 밝은 집을 찾아가면 될 것 같네만.
주변을 살펴보니, 낮은 담장이 연이어 있는 길을 따라 마을이 형성돼 있고, 드문드문 고택들이 보였다.
그때 저 멀리 마을 끝자락에 유난히 담장이 높아 보이는 커다란 한옥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담장 주변으로 가로등이 촘촘히 설치되어 있어, 대낮처럼 주변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도착해 보니, 옥외 주차장에 20대 정도의 고급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관용차 번호판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담 너머로 현악기 연주-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
오늘 우리가 회수할 대상이 지금 저 담장 안에 있다.
그는 이 지역 국-회-의원이다.
걸핏하면 나라를 두쪽내서 국도 끓여 먹고, 회도 처-먹는 의원 나으리-다,
그의 집안은 조선시대에는 이-씨 아래서 대대로 공신을 지낸 집안이라고 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는 친일파로 활동하고, 6,25-사변 당시 마을이 북한군에 점령당했을 때는 공산당으로 부역하고, 국군이 탈환했을 때는 유격대로 활동하며, 카멜레온처럼 그때그때 변화 또는 변절하면서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시시각각 급변하는 역사적인 상황에서도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1, 2, 3, 4, 5, 공화국을 거치는 동안에도 연이어 이 지역 국회의원을 지내며 항상 부와 권력의 중심에서 길이길이 살아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집안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 집안 종손으로 그의 아버지를 이어 국회에 진출한 이 지역 현역 4선 의원이다.
우리는 보드를 조정하고 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무리 지어 서서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하기도 하면서 떠드는 가운데 가-든파티가 한창이다.
그러는 와중에 되지도 않는 소리로 누군가가 선창 하면 모두 건배사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모습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곳에 이들이 모인 이유는 H그룹 건축자재 생산시설의 이 지역 재-유치를 위한 환경-평가위원회 사전 구성을 위해서다.
이 지역 국회의원과 H 그룹 회장 사이에 합의된, 시나리오대로 일을 진행하려고 모두 이 자리에 모인 거다.
모인 사람 대부분은 이일과 직접 관련 있는 정부 유관 부처의 고급 공무원과 국가 연구 기관의 연구위원, 국립대 교수 그리고 군수와 실무 담당자들이다.
이들은 현역 의원의 꼭두각시들이다. 그냥 인형으로 초대된-자들이었다.
이 지역 농공단지에 입주해 있던, H 공장이 신축공사 초기 인허가 과정에서 요구되는 폐수처리시설을 임의로 축소하고 제품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된 지하수를 장기간에 걸쳐 무단 방류하여, 결국 지역-주민들이 사용하는 식수원을 오염시켰다.
이를 모르고 사용한 주민들은 식수원 오염으로 인해 암 사망자-수가 극단적으로 증가하자, 이 사태를 정부 당국에 고발하고 역학조사를 의뢰했었다.
그러나 수집된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원인-없음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이후 H사는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이 지역 국회의원과 경찰서장을 앞세워 모든 수사에서 본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하고 증거인멸을 위해 기존 시설을 비밀리에 폐쇄-했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공장을 지으려고 다른 지역에 공장-부지를 알아보았으나, 다른 지역에서 공장 설치 허가가 어렵게 되자, 다시 이 지역으로 돌아와, 예전에 시설 허가를 받았던, 내용을 근거로 동일 시설의 재건축 허가를 받으려고 하는 거다.
지난번과 같은 방법으로 인-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환경- 평가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고 허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단합대회 같은 모임이었다. 그냥 그들만의 파티다.
이들은 더 많-은 사람이 이 시설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 목숨에는 관심이 없는, 그런 종자들이었다.
우리는 파티가 가장 무르익은 시점에 그의 영혼을 회수하기로 했다.
지금 그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의원님!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당-최고위원도 되시고, 미래-혁신 위원장에 임명되셨다는 소식, 어제 매스컴을 통해 들었습니다.
곧 당 대표 출마도 고려-하셔야겠네요?
다시 한번 감축드립니다.
- 이게 다- 실장님이 도와-주셔서 가능-한 거지요,
실장님 덕분입니다.
그리고 이번 H그룹 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제도 정 회장이 어찌나 나를 못살게 구는지- 허-허
- 위원회가 구성되고, 서류가 올라오면, 즉시 허가 절차를 밟도록 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비서관들이 알아서 잘- 처리할 겁니다.
- 어르신께- 나라 일로 바쁘실-텐데.
이렇게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꼭- 좀 전해-주십시오.
식사 좀 더 하시고, 따로 만나 술 한 잔 하시죠?
개인적으로 상의드릴 일도 있고.
- 예, 그러시지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쁘게 어디론가 서둘러 가고 있다.
그런 그를 우리도 따라나섰다.
이런 종류의 가든파티를 지속-적으로 열기 위해, 얼마-전 야외 정원 구석에 한옥 모양으로 새로 지은, 화장실로 그가 바쁘게 올챙이 배를 내밀고 종종걸음으로 가고 있었다.
매우 급한 모양이다.
나는 그 보다 일찍 화장실에 들어가, 그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 그가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바지를 급하게 내리고 좌변기 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해서인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고는 배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단백질 과다 섭취로 인한 심한 변비로 그의 살지고 기름진 얼굴이 목덜미까지 붉어지는 순간, 나는 한 손을 그의 뒤통수에 대고 다른 손으로 상자를 집어 그의 코에 밀착시키고, 서서히 그의 영혼을 회수했다.
그리고 영혼을 회수한 즉시, 밖으로 숨을 참고 뛰어-나왔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아직 옷에서 여전히 그의 지독하고 역한 똥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사제와 나는, 한쪽 구석에 앉아 잠시 후, 일어날 일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참을 지나도 그가 화장실 밖으로 나오지 않자, 그의 부인이 그를 찾아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그녀가 소리 지르며 밖으로 튀어나왔다.
잠시 후, 119구급차가 들어오고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모임에 왔던 모든 사람이 소리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연기가 피었다가 사라지듯 순식간에 모두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그의 사인은 과도한 하복부 팽창 및 과호흡으로 인한 뇌-출혈이라고 하려나? 어쨌든, 그가 똥 싸다 죽었다고 아침 신문에 기사가 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갑자기 그의 묘비명에 문구가 생각났다.
“ 똥 싸다 죽-다.” 아니면, “똥과 함께 사라지다.”?
아무튼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들의 계획은 당분간 늦춰지겠지만 또다시 누군가에 의해 진행될 거다.
또 국회에 있는 누군가를 현금과 무기명 채권으로 매수하고 밀어-붙이려 들 것이다.
악은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다만 기회를 엿보고 잠시 멈춰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반드시 뿌리째 제거되어야만 한다, 마치 밭에서 알곡인-척, 자라는 가라지처럼.
결국 욕심이 죄를 낳고, 죄가 자라 사망에 이른다, 욕심이 죄의 시작이고, 죄의 결과는 사망이다.
여기서 사망은 영원한 사망을 뜻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어떠한 이유로든 결코 죄가 자라도록 스스로 방치하거나 외면하면 안-되는 거다.
우리는 버스가 이미 끊긴 시골길을, 별을 바라보며 한참을 걸어서, 작고 소박한, 불 꺼진 성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미-드에 도착해, 회수함을 곧바로 스-올로 보냈다.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곳으로,
오늘은 한 달에 마을에서 두 번 열리는 축제 같은 장날. 사람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 필요한 것과 교환한다.
여기서는 중고 거래도 가능하다. 그리고 외상도 그리고 아주 사소한 것도 거래할 수 있다.
장날은 모든 주민이 주인이다.
가진 것이 적어서 소외되거나, 무언가 부족해서 위축되는, 그런 경우는 전혀 없다 그래서 무언가 다른 사람보다 더 가져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다만 필요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라 간혹 부족한 경우도 발생했지만, 다음 장날, 이 또한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거래가 가능했던 이유는 욕심이 없어서다.
그리고 차별도 차이도 어떠한 경우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위의 높고 낮음도, 소-유의 많고 적음도.
그래서 모두에게 항상 모든-것이 넉넉하여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이번 장날을 위해 벤 아저씨 공방에서 의자를 제작하면서 틈틈이 올리브 나무로 음식을 담거나 과일을 놓을 수 있는 대접과 작은 접시를 다양한 크기로 몇 개 만들었다.
오늘 이것으로 당근-케이크 만들 재료와 우-노가 좋아하는 콩을 텃밭에 심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색상의 콩과 호미를 교환-할 생각이다. 그리고 버터를 만들 버터-멜론도 조금 필요하다.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아이들이 먹을 간식도 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는 바구니를 메고,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마을 중앙 광장에는 전날 설치-한, 흰 바탕에 빨간색 줄무늬가 선명한 초대형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천막 안으로 질서 정연하게 자리 잡은 매-대들도 눈에 들어왔다.
매-대 위 여러 개의 나무 상자 안에는 신선한 각종 채소와 다양하고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었다.
우-노는 옛날처럼 내 뒤만 졸졸 쫓아오고, 카-토는 이곳 생활에 익숙해서인지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여유롭게 걷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함께하는 시장 나들이다.
나는 우선 광장 모퉁이에 있는 대장간에 들러 호미부터 챙겼다. 장날이라 그런지 농기구를 고치려는 사람들로 많-이 붐빈다. 그리고 온 김에 펜스를 고정하는데, 사용할 못도 중간 크기로 두 개를 따로 호주머니에 챙겼다.
그리고 벽에 걸려있는 장부에 내가 가져간 품목을 스스로 적고, 대장간 한쪽 구석에 마련된 카운터로 가서 순서가 되기를 기다려 대장간 목자님께 나무접시 한 개를 바구니에서 꺼내 내어드렸다. 그리고 목자님이 바쁘신 것 같아 목자님과는 잠시 눈만 마주치고 대장간을 빠져나왔다. 봄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대장간을 찾는 사람이 유난히 많아 보였다.
천막 안으로 비집고 들어서니 통로 모퉁이에 딸기-그림이 그려진 헤어-캡을 쓴, 로-지 아주머니가 보인다.
아주머니가 예쁘게 꾸민 매대 위에 맛있는 쿠키들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이웃 주민과 얘기를 나누며 평소처럼 밝게 웃고 계신다.
- 안녕하세요?로-지 아주머니
- 문도- 왔어요?
야-! 이게 누구야? 우리 의젓한 카-토도 왔네.
아주머니가 다정하게 카-토를 쓰다듬어 주신다.
우-노는 내 옆에 바짝 붙어서 가만히 숨어 있다.
그때 카-토와 인사를 나누던, 아주머니가 우-노와 눈이 마주친다.
- 어-, 얘는 누구?
신기하게, 카-토랑 아주 똑-같이 생겼네-.
- 얘는 우-노에요, 카-토 쌍둥이 형이요,
얼마 전, 집에 왔어요. 수줍음이 아주 많-은 아이예요.
- 우-노라고?
너-무 반가운데-, 우-노야- 반가워!
하며 손을 내민다.
우-노가 가만히 아주머니 눈을 살피더니 아주머니 손을 부끄럽게 살짝 핥는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매대에서 맛있는 호박-쿠키를 꺼내 녀석들에게 하나씩 나눠 준다.
두 녀석이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잘 씹지도 않고 꿀꺽하고 순식간에 먹어 치운다. 그리고 두 녀석 다 아주머니를 다시 올려다보며 꼬리를 마구 흔든다. 더 먹고 싶다고 의사 표시를 하는 거다.
- 얘들아! 너희 이러면 안 돼!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두 녀석 모두 계속 혀를 낼-름거리며 입맛을 다시고, 꼬리를 더 힘-차게 흔든다. 그리고 두 녀석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카-토와 우-노의 이런 행동에 손뼉 치고 좋아-라 웃으시며 커다란 봉지에 쿠키를 종류별로 넉넉하게 담아-주신다.
- 우-노야, 너를 만나게 돼서- 너-무 기쁘구나.
아가, 이건 내 선물!
다음에 우리 집도 카-토랑 꼭 놀러 와야 한다
쿠키나 빵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알았지?
-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만든 그릇 중에서 가장 크고 좋은 것을 바구니에서 꺼내 매대 위, 비어 있는 공간에 살짝 올려놓고 서둘러 나왔다. 아주머니가 괜찮다고 가져가라고 할 것을 빤히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게 최선이다.
카-토가 나에게 겅중겅중 뛰며 자기 쿠키를 더 내놓으라고, 걷는 내내 내 앞을 가로막는다. 우-노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나를 재촉-한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이 형제를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결국 쿠키를 내주고야 만다. 그제야 아이들이 내가 다시 걸을-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
다시 큰길로 나와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익숙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를 반긴다. 갑자기 잠시 외면하고 있던 허기가 느껴진다.
사람들이 줄-서 있는 곳을 지나 앞쪽으로 가보니, 한 목자님이 내가 좋아하는 야채-호떡을 굽고 계신다.
그런데 나 혼자 먹자고 기다리기에는 줄이 너-무 길-다.
그래서 나는 기다리고 싶은 유혹을 간신히 뿌리치고 필요한 다른 물건을 찾아 다시 길을 나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분소에 들러 밀가루 한 포대를 바구니에 담아 집을 향해 힘차게 가고 있다.
카-토가 내 앞에서 뛰어가다가 멈춰 나를 바라보고, 거리가 나와 좁혀지면 다시 앞서 내-달리고를 반복한다. 그리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하얀-이가 다 드러나 보이도록 환하게 미소 짓는다.
우-노는 여전히 내-옆에서 내-걸음 속도에 맞춰 곁눈질로 나를 계속 확인하며 걷는다. 그리고 걷는 중간중간 가끔-씩 코로 내 다리를 살짝 건드리며 나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준다.
“ 아빠,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매주 목요일 5시에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