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사제

by 차섭

Episode 5-1 : 사건의 배후


사제관에 돌아와, 집에서 가져온 당근-케이크 한 조각에 따뜻한 차를 마시고 씻지도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카-토와 우-노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아이들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같다.

생각이 복잡할수록 더욱 그렇다.
그리고 녀석들이 오늘은 무엇을 하며 지냈을-지, 너-무 궁금하다. 아주머니가 꾸민 꽃밭을 망쳐놓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텃밭에 심은 강낭콩은 잘 자라고 있는-지,

미-드에 오기 전, 알-로 아주머니께 싹이 난, 콩에 물 주는 것을 부탁드렸더-랬다.

내일은 조합과 관련 있는, 지난 사건 기사들을 전부 찾아 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 실장을 더 밀착해서 지켜-볼 계획이다.

복도 너머로 요나 사제의 코-고는 소리가 작은 천둥처럼 밀려온다.


지난 1월에 조합장 선거가 있었다.

그리고 선거 전. 후로 3개월간, 조합장의 선거 참모였던 간부 한 사람과 조합의 경리-부장이 연이어 사고로 사망했다.

한 사람은 산에서 실족에 의한 사고사로, 다른 한 사람은 공금 횡령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이 이미 나-있었다.

우리는 이 두 사건과 이번 뺑소니 사고를 가장한 살인 사건이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막내라는 인물이 무척 궁금해진다.

그가 누군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무슨 이유로 외국에 나갔는지? 우선 그것부터 알아내야 한다.


우리는 주류 대리점 사무실로 출동했다.

도착하자마자 정문을 지나 2층 사무실로 바로 들어갔다.

이미 그곳에는 콧수염과 그 조직의 행동대장으로 보이는, 건달 몇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내-1 -

형님, 애들 너무 방치하시는 거, 아닙니까?

지난 선거 때도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어려운 일은 우리들이 다- 했는데,

조합장은 그전 선거 때도 그러더만. 삼거리파 애들 더 챙겨줬다고 이 바닥에 소문이 자자- 합니다.

이거 어디 쪽팔려서 얼굴 들고 다니겠습니까?

사내 2 –

큰-형님도 가타부타 말씀 없으시고 애들이 다- 속 터져 난립니다.
삼거리파 놈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우리 덕에 코 풀고, 챙길 건 다 챙기-뿔고, 우리 아-들 알기를 우습게 안다 아입니까-.
심지어 우리 구역이 어데라고 활보하고 다니고-

마- 남사 스러 봐서.
우짜-다! 이리-됐는지? 모르겠십니다.

오 실장 -

조금만, 더 참으라고 해-, 곧- 끝난다고-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되면, 삼거리 애들 정리할 거라고,
사고 쳐서 괜히 경찰들 시선이나 끌지 말고, 당분간 얌전히 있으라고 해!


이들은 이 지역을 근거로 활동하는 김 사장-파 부두목과 행동대장들이었다.

조합장 밑에서 기생하는 조직으로, 표면적으로는 주류 도매업을 하면서 Y-시와 S-시의 대형 술집 및 음식점에 주류 납품을 독점하고 직접 술집도 운영하며 조합 자금을 동원한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사채업, 청부폭력, 성매매 등, 범죄 종합 세트 같은 놈들-이었다.

삼거리-파는 이 지역에서 오래된, 지역 토착형 조직 폭력배로 조합장이 김 사장-파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끌어들인 조직이었다.


조합장은 유다를 추종하는 또 한 명의 이스카리 투스였다.

조합장은 지난 조합장 선거에서 3선째 연임하고 있었으며 아무도 그런 그를 막지 못했다.

그가 가진 권력은 현금이 필요한 각 정당 중진 의원들로부터 부여된 것이었다.

그래서 대통령이 바뀌고 여당이 야당이 돼도, 그는 건재할 수 있었다.

유다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 세상-권세를 잡은 자들에 의해 이러한 권력은 계속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있었다.

아무튼, 김 사장-파의 사업자금은 조합 금고에서 공급되고 있었다.


갑자기 김 사장이 급하게 사무실로 들어온다.

그리고 책상 뒤에 있는 대형 금고에서 현금과 서류-봉투를 꺼내 콧수염과 함께 사무실을 나-선다.


잠시 후, 그들은 사무실 근처 oo 은행- xx 지점으로 들어갔다.


- 오 실장! 금고에 다녀올 테니까. 입금하고 있어!


김 사장은 현금이 든 가방을 오 실장에게 맡기고 창구 직원과 함께 개인 대여금고로 들어갔다.

우리도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금고를 열고 가져온 서류봉투에서 수첩과 장부, 노트 한 권을 꺼내 금고 안에 집어넣고 금고문을 다시 닫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우리는 안 나갔다.

그리고 좀 전에 봐둔 비번을 다시 누르고, 금고를 열어 금고 안에 있는 내용물을 하나하나 꺼내 차례대로 살펴봤다.

우선 장부부터 열어봤다.

장부에는 조합장이 가져간 금액과 날짜, 세부-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일과 연관돼-있는지 비교적 자세히 적혀 있었다.

다른 한 권의 얇은 노트에는 현금을 수령한 사람들 명단이 실명 그대로 적혀 있었다. - 금액, 받은 날짜, 전달 장소. 받은 사람(전달자) 등등.

그리고 작은 수첩 첫 페이지에 죽은 선거 참모의 이름이 유성-펜으로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수첩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지난 선거 때, 출마한 다른 후보들에게 출마 포기 대가로 지-불한 금액과 지역 단체와 단체장들에게 살포한 금품 및 향응에 대한 구체적 내용도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불법 대출 관련, 리-베이트 금액의 정확한 액수와 조합장에게 전달한 구체적 정황도 포함돼 있었다.

그 외에, 금고 안에는 대포폰으로 보이는 휴대용 전화기 3 대와 300만 엔, 그리고 김 사장 본인 여권이 들어있었다.


우리는 은행에서 나와, 다시 사무실로 갔다.
갑자기 사무실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와 통화 중이다. 항상 차분하던 콧수염이 평상시와는 다르게 흥분하고 있었다.


- 뭐라고, 막내가 사라졌다고?
뭐-야? 똑바로 말해! 새끼야-!
거기서 우리 애들이랑 막내가 같이 움직였을 텐데, 사라지다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런데?
연락이 안 된다고?
빨리 찾아보고, 찾으면 바로- 연락해!
대사관이나 현지 경찰에 실종신고 하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빨리 다들 나가서 찾아! 어서!

- 없어졌다고? 가자마자 카지노 간 거, 아니고?

그 늦은 시간에 갈만한 데는, 없는지, 알아봤데?

-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도착하면, 바로 연락하기로 했는데-,
막내는 저한테 연락도 없이 사라질 그런 친구가 아닙니다.


사무실에 갑자기 정적이 흐른다.

잠시 후, 전화벨이 다시 울린다. 오 실장이 급하게 전화를 받는다.


- 어- 말해!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다급한 음성이 들린다.


- 형님, 막내 형님 찾았습니다.
어떤 놈들이 호텔에서 막내 형님을 습격한 모양-입니다.

막내 형님 모시러 뭉-치하고 필리핀 친구들이 같이 나갔는데 말입니다.
막내 형님이 호텔에서 체크-인하는 틈을 노려 일면식도 없는 필리핀 애들이 우리 일행을 습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뭉치만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 그럼. 막내는?
- 호텔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거기서 돌아가신 것 같습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바리케이드가 쳐져-있고 시신은 이미 치운 상태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병원으로 옮긴 사람 중에 생존자는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확실치 않지만, 뭉-치가 공항에서 삼거리파 만득이를 언뜻 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얘네들이 공항에서부터 우리를 따라와서 필리핀 애들 시켜서 일을 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득이는 사고치고 새벽 비행기로 여기를 뜬 것 같습니다.

- 그래? 일단 끊어-,

그리고 추가로 확인되는 거, 있으면 바로 연락해!

음- 그래.


오 실장이 전화를 끊고 급하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 나-다,

빨리 공항 가서 필리핀 마닐라 출발, 오후 5시 30분 인천 도착- 비행기, 도착하는 데로 공항 입국장에서 나오는 사람- 중에 너 삼거리파 만득이 알지? 그놈 거기 있나, 확인하고 전화 줘!

눈에 띠게 여럿이서 가지 말고, 혼자 가!

그놈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고,


김 사장이 곁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김 사장이 무겁게 입을 연다.
콧수염도 무언가 눈치를 챈 듯. 입을 꽉 다물고 김 사장을 주시하고 있다.


- 만일 삼거리 애들이 막내를 죽였다면 누군가 시킨 게, 분명한데.

- 막내를 필리핀 보낸걸, 아는 사람 그리고 막내가 이곳에 있으면 불편한 그놈-이겠죠?

- 조합장! 이 새끼-!
이런 짓 벌이려고 삼거리파 놈들을 계속 감싸고 있었-구만.
우릴 시켜서, 이 부장, 조 부장, 다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하고 다른 사람들 대화를 들었는지, 안 들었 는-지도 모르는, 애-엄마를 없애라고 하더니만.

자기가 직접 나서서 일 시킨 놈도 못-미더워- 필리핀까지 삼거리파 애들을 보내, 이 짓거리를 벌이다니-

곧, 모든 사건을 우리에게 덮어씌우려 들겠-구만.

- 형님, 이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료, 검찰에 넘기면 어떨까요?

- 혹시, 나중 일을 몰라, 없애지 않고 보관하고 있지만, 누가 우리말을 믿어-주겠나?
그리고 그 인간한테 똥구멍이 터져라-, 받아 처-먹은 인간들이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그-리 많은데,

시작도 못-해보고 바로 덥지 않겠어?
결국은 아무도 감옥에 처-넣지도 못하고 시간만 끌다가 우리만 사라지게 되겠지-.


요나 사제와 나는 이 모든 일이 조합장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이-라는 것, 그리고 그가 자기와 거래한 여. 야의 실세들을 지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죄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았다.


또 전화벨이 울린다.


- 응 그래?, 만득이 맞아?

그놈 혼자라고?

지금 공항버스 타려고,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주변에 마중-나온, 다른 애들은 없고?
음- 그래, 알았다-
형님, 만득이 맞습니다.
애들 보고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잡아서 이리 데려오라 할-까요?

- 아니-,

일단- 막내가 삼거리파 애들한테 당한 사실을 우리는 아직 모르는 걸로 해야 돼.
만일 조합장 그 새끼가 뭔가 낌새를 채고 우리에게 묻는다면, 당분간은 모르는 척 해야-할 것 같군.

그쪽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필리핀에 있는 우리 애들 입단속부터 시켜!

아무것도 모르는 걸로,
그리고 빠른-시간 내에 조합장부터 없 애-야지.

일단. 삼거리는 일이 확대되지 않도록 만득이만 정리하는 것으로 하고.


그로부터 한 시간 후, 다시 벨이 울린다,


- 응, 어디야? 정류장에서 지금 내린다고?
음-그래? 그래서 그 차 타고 갔어?

그래 알았다.
형님, 버스 정류장에서 조합장이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만득이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승용차를 탔다-고 하는데, 만득이가 탄, 차가 조합장-차가 맞는답니다.

지금쯤 놈들 주점에서 조합장 하고, 양 회장이 같이 있을 겁니다.
제가 이참에 가서, 정리하겠습니다.

- 아니야-, 해도 내가 해!
지금 가면 쓸데없이 사건만 커지게 될 거야.

아무런 소득 없이 일을 망칠 수 있어-.

별도로 날-잡을 거니까. 일단은 지켜보자고.
오늘은 이쯤 하고, 자네도 들어가서 쉬어-,
나도 들어갈 테니까.

- 예, 형님.

- 그리고 막내 시신 찾으면, 장례 잘 치러주라, 그러고-.

- 알겠습니다, 이만 들어가시지요.

댁까지 모셔드리고, 저도 들어가겠습니다.

- 그래, 그러자고, 당분간 조심해야지.


그들은 밖으로 나와 직원들에게 수고하라고 당부하고, 차를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제야 우리는 밖으로 나와,보드를 원위치로 돌려놨다.

종일 보드를 켜 놓은 상태로 지냈더니, 어지러워서 정신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가 너무 고프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먹은 게 아무것도 없었다.

마침, 길모퉁이 콩나물국밥집 노란 간판이 우리 눈에 들어왔다. 약속이라도 한 듯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허겁지겁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늦은 시간인데도 식사하러 온 사람-들로 테이블이 거의 만석이다.

우리는 구석으로 가서 빈 테이블에 앉았다.

마침, 할머니 한 분이 손님이 다녀간 테이블을 부지런히 치우고 계신다.


- 할머니! 여기 국밥 두 그릇 주세요. 문도 자네도 오징어 추가할 텐가?

- 그야, 당근이죠-.
- 저희 오징어도 둘 다 주세요.


잠시 후, 토렴이 잘된 국밥 두 그릇이 수란과 함께 나왔다.

사제와 나는 국-사발에 머리를 쳐-박고 허겁지겁 먹고 있다.

주인 할머니 얼굴 주름-만큼이나, 국물이 깊-고 맛있다.

따뜻한 국물이 뱃속으로 들어가자, 몸도 마음도 개운해지며 콧등에서 땀이 마구 솟아난다.

할머니의 맛있는 국밥 덕분에 피곤했던 하루가 마법같이 완벽한 하루로 마무리-된다. 비-로-소-


우리는 미-드로 돌아왔다.
미-드의 하늘은 오로라 폭풍이 가득했다.
나는 침실로 가기 전, 기도실에 잠시 들러, 오늘도 무고하게 죽은 영혼을 위해 잠시 기도했다.


누군가에게 오늘이 남아 있는-한, 죄와 허물로부터 돌이킬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진실을 외면하는 수 많-은 그들이 있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그들이 아는 전부였다.

불행하게도 죽음 이후, 새로운 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몰랐다.

아니, 알면서도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쾌락과 욕심으로 인해 그 소중한 오늘을 애써 진실을 외면하며 살고 있었다.

출근하자마자 요나 사제와 12 장로회 사무실로 갔다.
우리 팀 사역을 주관하시는 도마 장로님을 만나 확인할 내용이 있었다.


미-드는 12-장로회와 12-수사회로 구성되어 있다.

12-장로회는 두 번째 하늘을, 12-수사회는 첫 번째 하늘을 살피고, 지키는 일을 했다.

나는 12-장로회 소속 사제로 도마 장로님이 수장으로 계시는 사제단 17팀에 소속-돼 있었다.

장로님이 집무실 앞에서 작업복 차림으로 특유의 장난-끼 넘치는 표정을 하고 사제들과 일일이 아침 인사를 나누고 계셨다.

우리는 그 옆에서 끝나기를 기다려 장로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 요나! 오스-문도! 주 안에서 평-강이 있기를.


장로님이 빠른 손놀림으로 성호를 긋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신다.


- 그래, 무슨 일로 이렇게-, 전쟁이라도 났는가?
식전 댓바람부터 두 사람이 나를 보자고 하니, 괜히 긴장되는-구만.


사제가 며칠 전, 우리가 우연히 목격한 사건에 대해 장로님께 설명하고 있는 중이다.

사건을 조사할 권한이 우리에겐 없었지만, 장로님은 그 내용을 꼭 아셔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장로님은 이미 사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 것 같았다.


-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구만,
하지만 알고 있어도 자네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지 못-하는 점, 이해하길 바라네,

그러나 자네들 업무와 직접 관련된, 일-이라면, 그건 알려-주겠네.


하지만 나에게는 이 대답이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알려-줄 수도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래서 임무와 관련된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 규칙 위반이 아니라면, 다음 대상자들 회수 일정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을까? 해서요.


질문과 동시에 미리 작성해-온, 리스트를 장로님께 내밀었다. 그러자 장로님이 잠시 살펴보더니 사무처에서 시무하는 아가다 수녀를 불러 리스트를 넘겨주고 회수 날짜를 확인해 보도록 지시했다.

잠시 후, 장로님 비서인 루디아 수녀가 직접 들고-온 서류 파일을 장로님이 무심한 표정으로 우리 앞에 툭-하고 내려놓는다.


- 여기 있네.
살펴보고 가게, 가져가지는 말고,

그리고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겠네.


서류에는 리스트에 적힌 사람들의 회수 날짜와 대략적인 장소가 적혀 있었다. 사제와 나는 내용을 살펴보고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어제 김 사장과 오 실장의 대화-내용대로라면, 조합장과 삼거리파 조직원인 만득이는 김 사장-파 조직에 의해 먼저 제거돼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 예상과 전혀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을 근거로 추론해 본 그들의 사망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다음 주, 삼거리파 조직원에 의해 김 사장과 오 실장이 먼저 제거되는 것으로 시나리오가 편집-되어 있었다. 그 둘은 회수되는 게, 아니 라, 현장에서 바로 스-올로 향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1년 뒤, 삼거리파 두목, 양 회장이 조합장을 살해하고 그 다음에 비로소 우리가 양 회장의 영혼을 회수하는 것으로 마무리-돼 있었다.

그리고 서류 다음 장에는 1년 동안 조합장에 의해 죽임을 당할 무고한 사람들의 명단이 추가로 적혀 있었다.

순간, 우리는 당황했다.

그때 요나 사제가 갑자기 흥분해서 말릴 새도 없이 장로님께 대들 듯 물었다.


- 장로님, 이 내용 잘못된 것, 아닙니까?
조합장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걸 알면서 그를 1년 더 방치하시겠다는 겁니까?
이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그자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어서야-, 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그자의 영혼을 회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왜? 일 년을 더 방치해야 하는지, 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군요.

장로회에서 일을 꼭 이렇게 하셔야 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 요나-군, 흥분하지 말게!

우리가 임의로 정하는 게, 아니라는 거,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유다와 그 세력에 의해 계획이 시시각각 변하기도 한다는 것을 말일세-

- 이번에도 한 엄마가 두 아이를 남겨두고 먼저 떠났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방관하는 게, 너무 화가 납니다.
사제로써 이러한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기가- 힘듭니다.
도대체 왜- 이래야 하는 겁니까?

먼저 나서서 해결하면 무고한 희생도 줄일 수 있는데-

- 인간의 일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되네!

우리는 이스카리투스를 제거하도록 임무는 받았지만, 그 순서는 우리가 임의로 정해서는 안 된다는 얘길-세.
그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지. 안 그러면, 지금까지 지켜온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네.

지금 당장 가라지 하나 제거하자고 더 많은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할 수는 없지, 않겠나?

그러니, 자네 개인 판단으로 경거망동해서는 안 되네?요나!


그때 비서 수녀가 급하게 장로님을 찾는다.

장로님이 자리를 뜨는 순간, 나와 사수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캐비닛을 열어 급하게 회수함, 2개를 꺼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계획에도 없던 회수 상자 2개를 훔치고 말았다.

사전에 보고도 명령서도 없이 몸이 반응하는 대로 그대로 방치한 거다.

다시 자세를 고치고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앉을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장로님이 방으로 돌아왔다.


- 두 사람 다 내 말의 본질을 이해하길 바라네.

그리고 자네들 임무에만 충실해줬으면 좋겠군.
다른 질문 있나?
없으면-, 나가 보게.

- 넵.


우리는 거의 동시에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왔다.


지금 카이로스 트랙을 통해 천국 집으로 가고 있다.

가는 내내 서로 말이 없다. 그러다 갑자기 마주 보고 킥킥대며 웃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느새 생각도 행동도 서로 닮아가고 있었다.

요나 사제는 나와 다른 마을에 살고 있다.
평상시, 우리는 갈림길에서 헤어져 각자 집으로 갔다. 헤어지려고 하는 그때, 사제가 머뭇거리며 내게 묻는다.


- 내일 우리 집에 놀러 오겠나? 애들도 데려오고,
내가 박으로 아주 맛있는 스-프를 만들어 대접하려고 하는데. 어떤가?


나는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사제는 손으로 자기 마을로 가는 길을 가리키며 네게 눈길 한번 안 주고 얘기한다.


- 이리로 쭉 올라가서 무지개가 항상 떠 있는 언덕을 지나, 큰길로 접어들면 마을이 보일 걸세.
그 마을에 커다란 박-넝쿨이 지붕을 덮고 있는, 그 집을 찾아오게.

거기가 내가 사는 홈-일세.
내일 와서, 애들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어질리티도 하고, 그러면 애들이 좋아하지, 않겠나?

우리 마을 운동장에 설치-돼 있거든.


나는 그간 미-드에 머물면서 사건을 조사하느라, 카-토 와 우-노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집에 머물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해-주고, 그냥 쉬려고 했었다.

그리고 내게 일 얘기만 할 것 같아, 그가 말하는 내내 그의 집에 가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가면, 아이들이랑 어질리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에 그만 승낙하고 말았다.


- 네! 그럼. 내일 뵐-게요.
애들은 조-이까지 셋이 같이 와도 되지요?

- 그럼- ,
그리고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려-주게.

- 다 잘 먹는 편-이에요.
특히 추운 날엔 따뜻한 스-프를 즐겨 먹어요.


사수와 헤어져 집으로 왔다.
석양이 예쁘게 물들어 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양배추 스테이크다.
나는 이곳에 와서, 생각날 때마다 양배추 스테이크를 자주 해 먹었다.

카-토와 조-이가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우-노는 어떨지? 반응이 궁금하다.


우선 양배추를 티-본 스테이크처럼 두껍게 썬다.
팬을 불 위에 올려놓고 올리브기름을 두 바퀴 두른다.

그리고 스토브 위에서 약간 튀기듯 양배추를 굽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익은 양배추에 버터를 양면에 두툼하게 바르고 속이 먹기 좋게 노랗게 익을 때까지 양면을 번갈아- 뒤집어가며 굽는다.

스테이크를 만드는 동안, 익지도 않았는데. 벌써-부 터 카-토는 손으로 나를 긁고 난리-다. 그런데 우-노는 내 곁에 가만히 서서 확신 없는 눈빛으로 허공에 소심하게 코를 씰룩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다.

조-이는 연신 자기 혀로 코를 핥으며 스테이크가 맛있는 거라고 우-노에게 얘기한다.

오늘 저녁은 스테이크 파티다.

잠시 후, 우-노가 소심하게 혀를 조금 내밀어 혀-끝으로 스테이크 맛을 본다, 그리고 이내 아이 눈빛이 달라진다.

사랑에 눈이 먼- 표정이다.

의심은 어느새 녹아 다- 사라지고 스테이크와 첫사랑에 빠진 게 틀림없다.

카-토와 조-이에게 양배추 스테이크는 이미 사랑이다.


마을 운동장엔 이미 많은-친구들이 나와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의 어리-버리한 형제는 친구들이 하는 것을 바라만 볼 뿐, 적극적으로 게임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앞에서 뛰며 카-토와 우-노가 움직이도록 설득해 보지만, 역-부족이다.

아이들에게 어질리티는 처음 경험하는 스포츠다.

한참을 뛰다 보니, 아이들이 구경하고 내가 어질리티 하는 바보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반면, 조-이는 야무지게 혼자서도 잘한다.
체격이 큰-아이들을 압도하며 여자 아이가 운동장을 휘젓고 다닌다. 그런 조-이 입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든다.

자세히 보니 요나 사제다. 평상시 대머리인 그의 모습만 늘 보다가 모자를 쓰고 있어 잠시 못 알아봤다.

그가 한 손에 커다란 피크닉 바구니를 들고 우리를 향해 바쁘게 걸어오고 있다.


- 어때, 애들이 좋아하지?
- 아직 망설이고만 있어요,

소심한 남자들이라 적극적이지 못해서, 오히려 여자애가 더 잘해요. 저기 보이시죠? 저 아이가 조-이에요.


멀리서 조-이가 귀를 팔랑거리며 점프하는 모습이 보인다.


- 어휴-, 잘 뛰는데, 날래기가 작은 사슴 같아.

자-, 애들 부르지-, 배고플 텐데 어서-
맛있는 점심 먹이게.


그는 잔디 위에 담요를 펼치고 식탁을 차린다.

박으로 만든 스-프에는 콩으로 만든 소시지와 토마토가 들어있다. 박 냄새가 고소하고 향긋하다.

그리고 튀긴 고구마에 완두콩, 브로콜리를 올리브기름에 볶아서 얹고, 그 위에 메이플 시럽을 살짝 뿌린 샐러드가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우리는 잔디에 둘러앉아 운동장을 바라보며 즐겁게 식사하고 있다.

조-이는 스-프에서 소시지만 골라서 먹는다.

카-토는 옛날처럼 자기 접시에서 브로콜리를 먼저 맛있게 먹고 우-노 접시에 있는 브로콜리도 자기가 먹는다.

우-노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카-토에게 브로콜리를 양보하고 스-프에서 콩만 골라 맛있게 먹고 있다.

요나 사제는 어느새 아이들과 많이 친-해진 것 같다.

사제는 음식을 동생에게 양보하는 우-노가 더 예쁜 모양이다. 우-노를 더 챙긴다.

자기 접시에서 콩만 골라 우-노에게 덜어주고 있다.

행복한 식사가 끝나자, 조-이가 카-토와 우-노를 데리고, 다시 운동장으로 달려간다.

카-토도 우-노도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어질리티를 하고 있다.

이제야 조금 적응한 모양이다.

어리-버리한 도련님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선수처럼 달리고 오르고 이제는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것도 어설프지만, 다른 아이들을 따라-하고 있다.

겁쟁이 우-노도 이제는 높은 곳에 잘 오른다.
오늘 이곳에 온 보람이 있다.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이제야 발견하게 된 것 같아 많-이 미안하고 속상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곳에선 너-무 해준 게 없었다.
비록 늦었지만, 천국에서 아이들과 다시 시작하게 돼 너무 다행이다.
이제는 아이들과 이곳에 자주 와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이 집에 갈 생각을 아예 안 한다.
사제는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잔디에 누워 코까지 골며 자고 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고 있다.



매주 목요일 5시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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