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사제

by 차섭

Episode 5-2 : 악인전


오늘도 나와 요나 사제는 김 사장-파 사무실로 향했다.

김 사장과 오 실장은 죽는 날이 이번 주 목요일로 예정돼- 있었다.
삼거리파와의 갈등으로 시작-된, 두 집단 간의 전쟁으로 이 둘이 두 번째 하늘에서 먼저 제거되는 것으로 결말이 정해져 있었다.

4일 후면 이들은 지구에서 사라진다.

우리는 그 전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주말 내내 천국에 머무는 동안, 생각해-봤지만, 사제도 나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조합장이 이들을 제거하고 이곳에 1년 더 머무는 동안, 벌어질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무언가 해야만 한다.

서로 생각을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사제와 나는 함을 훔친 그날부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 같다.


김 사장의 2층 사무실,


구면인 김-사장-파의 중간 보스로 보이는 덩치 큰 두 남자와 처음 보는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한 남자가 오 실장 그리고 김 사장과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세 남자 중 두 명은 지난번 오 실장에게 조합장에 대해 불평하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그중 한 명이 얘기한다.


- 큰형님, 잘 생각하셨습니다.

어차피 우리랑 삼거리-파 애들이랑은 같이 갈래야, 갈 수 없습니다. 이참에 정리하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조합장도 우리를 함부로 어쩌지 못할 겁니다.

- 찬-수, 네 말대로 진즉에 했어야, 하는 건데.


옆에 있던 경상도 사내가 끼어든다.


- 고마 싹- 다, 정리해-불고 가는 기, 맞십-니더. 만득이 그 노마는 내-한테 맡기-주이소.


그때 오 실장이 대화에 끼어든다.


- 형님, 조합장도 함께 처리하실 겁니까?

- 아니-, 삼거리 애들부터 정리하고. 그리고-나서

그 새끼 얘기를 직접 들어 봐야지.
삼거리 애들도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우리도 이번 기회에 칼자루 한 번 똑바로 잡아-봐야, 하지 않겠어? 오 실장!

- 조합장 그놈은 삼거리 애들이 제거된다 해도 우리에게 쉽게 고개 숙이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힘-있는 중앙조직을 끌어들이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살인 사건을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려고-할 게 분명합니다.


그때 계속 이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날카로운 눈매에 왼손 팔목에 낙하산 문신이 있는 남자가 입을 뗀다.


- 제 생각에는......

- 그래, 김 상사! 의견이 있으면 얘기해 봐!

- 큰형님 말씀대로, 일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삼거리 애들이 사라지고 바로 그 자리를 다른 애들이 밀고 들어온다 해도 그러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러니 조합장은 나중에 정리하셔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김 상사 말이 일리가 있어, 나도 그-생각이야.
오 실장! 삼거리파가 운영하는 주점에 우리가 심어 놓은 애들 있지?

- 예, 형님.

- 목요일 저녁에 삼거리 양 회장 어디에 있는지, 미리 확인해서 보고-하라고 해!
내가 직접 그리로 가서 바로 정리해 버리게.
찬수랑 동팔-이는 애들 정예로 준비시키고,
오 실장은 김 상사하고 조합장 그 새끼 잡아서 폐기물 처리장으로 데려오고.
나도 양 회장하고 만득이 정리되는 대로, 바로 처리장으로 갈 테니까.

- 예, 알겠습니다.


그들은 각자 맡겨진 역할 대로 준비하느라, 이곳저곳에 바쁘게 전화하고 있다.

그때 김 상사가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나도 그를 따라 나간다.

그가 계단을 내려와 마당 가운데 서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누군가에게 전화한다.


- 매형, 접니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따가 9시쯤에 매형 사무실에서 뵙겠습니다.

예-, 그러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가 담배를 끄고 다시 사무실로 올라간다.

그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김 사장과 오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 다들 보안 유지하고 당분간은 몸-조심하고.

- 예, 형님- 들어가십시오.

작은 형님도 내일 뵙겠습니다.


김 사장과 오 실장이 떠나고 사무실에 세 사람만 앉아 있다. 그때 경상도 사나이가 말한다.


- 기분도 그라고, 요 앞 고깃집서 뭉티기-에 소주나 한잔하러 갑시다?
어때-요? 김 상사-

- 죄송하지만, 빨리 들어가 봐야 합니다.
요즘, 자꾸 단속이 떠서요,
저는 신경-쓰지 마시고 제 몫까지 맛있게 드십시오.

그럼-, 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 그려, 알았어– 다음에 하자고- 수고-혀! 김 상사.


그가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우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나선다.

그리고 그가 차에 타려는 순간, 사제가 그의 주의를 돌리려고 그의 차를 향해 조약돌 하나를 힘껏 집어 던진다.

돌이 땅하고 차량 본-넷 뚜껑에 부딪는 순간, 차에 타려던 그가 용수철처럼 일어나 담 밖으로 뛰쳐나간다.

우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의 차 뒷좌석에 탄다. -


- 어떤 새끼야?


그가 크게 소리 지르고 담 밖으로 나가보지만, 길에는 아무도 없다. 그러자 그가 차로 돌아와, 본-넷 위에 흠집난 부위를 잠시 살펴보더니 씩씩대며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켠다.


그는 지금 조합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늦은 시각이라서 그런지 주차장 안에는 사람도 차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지하 통로와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에서 내린다.

모든 직원이 퇴근한 사무실 안에는 불이 다 꺼져있다.

이 시간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복도 끝에 있는 방, 문을 열고 그가 들어간다.

“조합장실”이라고 아크릴 팻말이 걸려있다.


- 매형! 저 왔습니다.

- 그래-, 어서 오게,

그러지 않아도 양 회장님이랑 기다리고 있었네.

인사드리지. 여긴 삼거리 양 회장님.
- 처음 뵙겠습니다. 김 승현이라고 합니다.

- 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뵙기-는 처음이지요?

- 말씀 낮추십시오. 송구스럽습니다.
- 아, 그럼, 그럴까?

이쪽 세계에선 그래도 내가 선배니까. 하하하!

-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 그럼 편하게 김 상사라고 부르겠네.


김 상사는 조합장 젊은 아내의 사촌-동생이었다.

그는 특수부대 상사로 전역하고 잠시 쉬는 동안, 사촌- 누나 소개로 조합장과 인사하게 되었고 조합장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을 통해 그를 김 사장에게 소개해 주었다고 한다,

김 상사는 김 사장의 신임을 얻기 위해 조폭들 간의 전쟁에서 많은 공을 세워 지금의 김 사장-파 중간 보스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싸움 실력도 발군이지만 군 경험에서 쌓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잘 이끌고 있는 것으로 이들 세계에서 유명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조합장이 그를 통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까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오 히려 그는 김 상사가 그동안 자신에게 보여준 충성심으로 인해 그를 오 실장만큼이나 신뢰하고 있었다.


- 처남, 김 사장이 날을 잡았다고?

- 예, 목요일입니다.

양 회장님이 그날 어디에 계시는지, 사전에 확인되면, 사장이 그곳으로 쳐-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저와 오 실장은 매형을 잡으러 조합으로 오기로 했습니다.

- 오, 나까지 잡겠다? 대단-하구만, 대단-해!


조합장이 박수-치면서 양 회장을 쳐다본다.


- 안 그렇습니까? 양 회장님. 하하하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지 말해보게.


- 양 회장님이 목요일 계실 장소를, 그들을 치기 좋은 장소로 미리 정해 매장 관리자들에게 역으로 정보를 흘려주십시오,
김 사장과 별동대를 그곳으로 유인해서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안팎에서 동시에 급습하면 김 사장을 쉽게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적당한 기회에 제가 오 실장을 처리하겠습니다.


김 상사의 계획에 조합장과 양 회장 두 사람 다- 고개를 끄덕-인다.


늦은 시간까지 대화가 길어지고 있었다,

잠시 후, 양 회장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고 조합장 사무실에는 김 상사와 조합장만 남아 있다.


- 처남!
이참에 양 회장도 그날 김 사장하고 같이 처리하는 걸로 하지, 그게 일 처리하기는 더 수월할 것 같-구만.
내가 조폭-간의 갈등으로 발생-한 단순폭력-사건으로 알아서 처리할 거고, 처남은 다치지 않게 알아서 정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게나,

당분간, 머리도 식힐 겸, 외국 나가 쉬고 있으면 다 잘- 마무리될 걸세. 알았지?
다 마무리되면 이 구역은 처남이 다시 맡아서 하면 되고.

- 네, 감사합니다.

- 그래, 그리고 갈 곳은 생각해 봤어?

- 예-, 금요일 오전 비행기로 일본을 거쳐서 태국으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 돈은?

- 준비해 뒀습니다.

두 사람은 더 늦도록 대화를 나누다 사무실을 빠져나온다.


조합장은 1층에서 밖에 대기시켜 놓은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떠나고 김 상사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 자신의 차를 몰고 건물을 빠르게 벗어난다.


우리도 건물을 빠져나와, 가까운 성당으로 걸어서 이동 하고 있다.

요나 사제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입을 연다.


- 이들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장로님이 보여주신 타임 테이블도 다시 다 바뀌겠는걸.

삼거리파 두목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고-.

- 저는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는데요.

너무 혼란스러워서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네요.
- 이스카리투스-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거라네,

조합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말이지.
악은 더 악한 것으로 덜 악한 것을 지배하려는 습성이 있지. 그래서 말인데, 나는 결정-했네.


나는 이 순간, 숨죽이고 요나 사제를 쳐다본다.

그는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고 진지해 보인다.


- 조합장을 없애기로,
목요일, 이들 계획대로 전쟁이 끝나고 나면 조합장을 조종한 배후가 드러나게 될-걸세.
나는 그 시점에 그를 끝-낼 계획이네.
조합장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죽는 꼴을 더 이상 지켜 보고 있을 수-만은 없네,
그를 제거하는 게, 최선이라는 확신이 드는군.


우리는 그곳에서 가까운 성당을 통해 미-드로 돌아왔다.


피곤하다. 나는 지금 침대 끝자락에 누워 회수 상자를 꺼내 손 위에 올려놓고 가까이서 쳐다보고 있다.


사제는 유다의 잔존-세력이 조합장의 더 악한 생각에 동 조하면서 조합장이 살인을 마구 저지르도록 방치하고 있 다고 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양 회장의 악함이 조합장의 악함을 능가했었다. 그래서 그 시점에는 조합장이 양 회장에 의해 제거되는 것으로 결말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합장의 사악함이 양 회장의 사악함을 이기고 조합장이 양 회장을 제거하는 것으로 순서가 뒤바 뀌어 있었다.

양-회장 것이든, 조합장 것이든, 악한 기운이 더 강해지기 전에 두 사람 모두 제거-돼야 한다.

인내하고 기다리기엔 악이 우리 생각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제와 나는 이들의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적당한 시점에 조합장만 제거하기로 했다.

우리는 개입을 최소화하고 악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목요일 저녁,
우리는 지금 조합장 사무실로 가고 있다.


조합 빌딩 지하 주차장. 김 상사가 김 사장 차로 보이는 SUV 운전석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오 실장이 조합장과 함께 나타났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차에 오르고 곧 차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우리는 조합 근처 성당에서 폐기물처리시설이 있는 공장 근처 작은 시골 성당으로 직접 이동했다.


보드를 작동시키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번, 아무도 없던 콘테이너 안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안에는 처음 보는 남자 셋이 비닐작업복 차림에 장화를 신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한 남자 손에는 망치가 들려-있고 테이블 위에는 노끈과 청 테이프가 놓여 있었다. 그들 중 망치를 들고 있던 남자가 피고 있던 담배를 종이컵에 손으로 비벼 끄며 얘기한다.


남자 1 - 올 때-, 됐다. 나가서 손님 맞을 준비 하자.

남자 2 –늦지 않았으면 좋겠구만.

빨리 끝내고 일찍 퇴근-했음,

무지하게 좋겠는-디.
남자 3 –오면 거시기 바로바로 하자고, 망설이지 말고,

망설이면 괜히 거시기 하-당깨요-.


잠시 후, 김 사장의 SUV 가 공장 안으로 들어오고 오 실장이 먼저 차에서 내려 조합장이 타고 있는 뒷좌석 문 을 열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한 남자가 오 실장 뒤로 소리 없이 다가와, 순식간에 망치로 오 실장을 내려친다. 그리고 나머지 둘이 쓰러진 오 실장을 부축해서 일으킨다.


- 수고 좀 하-자?
- 예, 형-님. (세 남자가 동시에)
- 증거 없애는데, 얼마나 걸리겠냐?
- 뼈까지 다- 녹이려면. 일주일은 족-히 걸릴 겁니다.

김 상사가 주머니에서 돈봉투를 꺼내 그와 얘기를 나눈 망칠 든 남자에게 건넨다.


- 더 이상 안 아프게, 잘- 보내드려라-,

그럼- 수고 해-


남자 셋이 그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오 실장을 부축해서 폐기물처리장 안으로 끌고 사라진다.


우리는 지금 김 상사와 조합장이 타고 온 차 조수석과 조합장 옆자리에 나누어 타고 그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차가 K-시 번화가로 접어든다.


잠시 후, 룸-가라오케라고 네온 간판이 번뜩이는 정문 주차장 입구에 김 상사가 차를 세운다. 그러자 누군가 차를 향해 달려온다. 그리고 김 상사를 보자 90도로 인사 한다.


- 형님, 오셨습니까?

- 안은?

- 다- 정리됐습니다.

김 사장은 현장에서 처리했습니다,
그래서 시신은 지시하신 대로 폐기물처리장으로 바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찬수랑 동팔-이는 도망쳤습니다만, 상처가 깊어서 곧 잡힐 겁니다.
나머지 애-들은 저희 쪽으로 모두 투항-했습니다.

- 그래? 수고했네. 그리고 삼거리는?

- 형님 지시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김 사장하고 찬수네 애들 정리하고 방심하고 있을 때, 우리 애들이 바로 들어가서 싹 다- 정리해 버렸습니 다.
만득이는 병원에 실려가도 살기 어려울-것 같습니다,

그리고 양 회장은 뒷방에 잡아놨습니다.

- 그래, 그럼 내 차롄가? 이제 내가 가서 마무리하면 되겠군.


그는 조합장에게 자신이 만득이와 양 회장을 직접 처리 하겠다고 말하고 입구를 통해 계단으로 뛰어 내려간다.


얼마 후, 김 상사가 차로 돌아와, 조합장을 처음 데리고 왔던 조합 건물로 다시 데려다주고 차에서 내려 조합장과 작별 인사를 한다.


- 처남! 오늘 수고 많았어-.
여기는 내가 알아서 잘 정리할 테니까.
걱정-말고 이참에 푹-쉬다 오게!
돈 떨어지면 언제든지 누나한테 연락하고.

- 네, 매형, 다녀와서 다시 뵙겠습니다.

필요한 일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십시오. 전화기는 항상 열-어 놓겠습니다.

- 그래-, 그러지-
내일 아침 출발하려면 피곤할-테니, 어서 가게!


김 상사가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자신의 차를 타고 바로 사라진다.


우리는 지금 조합장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가고 있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그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 예, 접니다. 지시하신 대로, 오늘 잘 처리했습니다.

예- 다만 오늘 벌어진 사건이 지역 폭력배 간에 세력 다툼으로 일어난 단순폭력 사건으로 수사가 종결될 수 있도록 조처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만 해 주시면 잘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그간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
예, 예-, 의장님 덕분입니다. 조만간 올라가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
당장 다음 주에 현찰이 필요-하시다고요?
예! 그럼요, 준비됩니다.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예, 그럼, 올라갈 때, 제가 직접 준비해서 가지고 가겠 습니다.
예, 들어가십시오, 감사합니다.


그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천정을 응시하며 연신 담밸 빨고 뿜기를 반복하며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대고 앉아 있다.

그리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장식장에서 위스키를 꺼내 뚜껑을 열고 병째 술을 들이키며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 내가 네-들 종이야?
건-딜-면, 네-들 다- 죽어!

끝이야-, 이 새끼들아!
누가 끝까지 가나 꼭 지켜봐-라! 나쁜 새끼들.

내가 국회에 들어가는 날엔 나는 시작이고 너희는 끝이야! 이 개새끼들아!


그때 요나 사제가 메고 있던 검은 에코-백에서 회수함을 꺼낸다.

그리고 그가 양주를 다시 들이켜는 순간, 사제가 그의 식도를 막고 기도를 열어 술이 폐로 넘치게 들어가도록 그와 술병을 동시에 꽉 움켜잡고 술병에 술이 기도로 다 들어갈 때까지 기다린다. 나는 소파 뒤에서 그의 머리를 잡고 있다.


그가 발버둥 치고 애써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리고 기침 조차 하지 못한다. 목과 낯빛이 빨갛다 못해 점점 검은색 으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양쪽 눈동자에서 실핏줄이 터지기 시작한다.


잠시 후, 그의 눈이 희번덕거리며 나와 요나 사제를 번 갈아 쳐다본다. 그리고 갑자기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우리는 그의 영혼을 회수하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사제와 나는 아무런 대화 없이 인적 없는 어두운 거리를 한-참을 걸어서 나왔다. 지금 비가 살살 내리고 있다.


- 문도, 자네한테는 미안-하구만, 내가 벌인 일에 자네도 끌어들여서.

- 아, 아닙니다.
그런데, 뭔가 아쉽네요.


그가 흘린 마지막 눈물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지난날의 후회였을까?
아니면 지금까지 이뤄 놓은 삶을 내려놓기 너무 아쉬 워서였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우리는 그로부터도 한참을 걸어 도심에 있는 교구 성당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미-드로 돌아왔다.


나는 사제관에 남아 있던 포도주를 다-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우-노와 카-토가 너무 그리운 밤-이다.

이른 아침, 우리는 김 사장의 개인 금고가 있는 은행으로 갔다.

우리는 지금 은행이 오픈하기를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닫혀있던 셔터가 올라가고 사람들이 밀려드는 틈을 타 금고로 들어갔다.

그리고 김 사장 개인 금고를 열어 그곳에 보관하고 있던 수첩과 장부를 다 가지고 나왔다.


거리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일단 비를 피해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길 양쪽으로 노점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그중 길-모퉁이 노점에 국물 떡볶이와 어묵꼬치가 내 눈에 쏙 -하고 들어왔다.


- 사수님, 우리 떡볶이 먹고 가죠.

- 그거- 좋은 생각이-구만. 마침- 출출하던, 참이었는데,


나는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꼬치에 떡을 한입 베어 물고 뜨거운 국물을 마신다.

뜨겁지 않고 따뜻하다. 굳어 있던 마음이 갑자기 너그러워진다.


- 그걸로 뭘 하시려고?

- 아, 이거-, 어제 조합장이 마지막 통화할 때 사용했던 핸드폰하고 같이 목포로 보내려고.

- 목포요?

- 응, 거기에 최근 좌천당한 싸움꾼- 검사가 한 명 있거든-, 별명이 미친-개라고, 그 검사한테 보내려고.
아마 그 검사라면 이 사건이 윗선에 의해 조작되거나 덥히지 않도록 끝까지 파헤칠 거라는 믿음, 확신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조합장이 저지른 일련의 사건에 그런 돌-아이가 아니고서야 버틸-수 있겠나?
- 그다음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 조합장을 지시한 인물이 의장이라는 사실을 안 이상, 그를 조사해- 봐야겠지.
문도, 자네도 봤지? 오늘 신문.
조합장 부고-기사는 아주 작아서 일부러 작정하고 찾아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고,
김 사장-파와 삼거리파 얘기는 조합장과는 상관없는 별도의 사건인 양-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고.
이 모든 사실을 숨기고 싶은 놈들이 사건을 은폐하고 덮고 축소하려고 벌써 움직이고 있는 게, 분명해.

빨리 서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군.


우리는 그길로 우체국에서 등기로 금고에서 가져온 자료 와 폰을 미친개 검사에게 보냈다.

그리고 근처 성당에서 미-드로 돌아왔다.


나는 지금 집으로 가고 있다.


조합장을 제거하면 무언가 마음이 편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리고 무고하게 죽임을 당한 아이들 엄마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어느 정도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 생 각-했었는데. 그런데- 마음이 여전히 무겁다.

그리고 죽는 순간, 나와 마주친 그의 희번덕거리던 두 눈이 생각났다. 아직도 내 몸에서 그의 악취가 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목욕부터 했다.

그리고 카-토와 우-노를 데리러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기 전, 저녁거리로 팝콘과 감자-샐러드를 만들기 위해 재료가 있는지-부터 살펴봤다.

지난주에 소금이 다 떨어졌었는데,

많이는 아니지만 오늘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카-토도 아주 작은 양이지만, 단맛이 들어있는 이곳 소금을 조금 넣어 샐러드를 만들어 주면 아주 잘 먹는다.


나는 알로 아주머니 집을 방문하기 전, 개울 건너편 소금-밭에 잠시 들리기로 하고 다리를 건넜다.

다리 아래, 커다란 무지개-송어가 무리 지어 헤엄치고 있는 물속 풍경이 그대로 다- 들여다, 보인다.

다리를 건너 소로를 지나 상류로 올라가니 자갈밭이 나타난다.

천국에 온-지, 얼마 안 되어 마을 목자님이 이곳은 꼭 알아두어야 한다면서 이 자갈밭에 데리고 온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자갈 사이로 핑크색, 파란색, 붉은색, 노란색. 다양한 색상의 크고 작은 소금 구슬들이 얼굴을 내민다.

여기저기서 햇볕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나는 적당한 크기의 돌소금 몇 알을 주워 호주머니에 소중히 간직한다. 이 정도 양이면 한 달간, 우리 세 식구가 쓰기에는 충분하다.


나는 다시 다리를 건너 조-이 집으로 향했다.


조-이 집에 도착하자, 어떻게 알았는지, 우-노가 미리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런 우-노를 단숨에 안아서 입- 맞춤을 한다,


- 우-노야, 사랑해! 아빠 없는 동안, 잘 있었어?


그때 안에서 카-토가 달려 나와, 내 품을 파고든다.


- 카-토도 잘 지냈니?
- 문도, 왔어요? 이번에는 많-이 늦었네-.

우-노가 문도 기다리느라, 잠을 안 자서 걱정했는데.

괜찮다고 해도 저녁때만 되면, 매일 마당에 나와 문도를 목이 빠져라. 기다려서-
어찌나 아빠를 찾던-지, 원-.

- 우-노가 예전에도 분리불안이 심했거든요,
여기 와서는 다 없어진 줄 알았는데.
우-노! 카-토도 있고, 조-이도 있는데, 왜- 그랬어?


우-노는 말-없이 나와 눈을 마주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흔들며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나는 녀석을 다시 덥석 가슴으로 끌어안는다.

남자끼리는 말이 필요 없다.


우리는 날-듯이 뛰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우선 난로에 마른 장작을 집어넣고 불을 피웠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서늘했던 집안이 조금씩 따 뜻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식에 들어갈 재료들을 이것저것 찾고 준비하는 동안, 난로가 음식을 해도 될 만큼 적당하게 달궈진다.

나는 그제야 말린 옥수수 알을 팬에 올리고 버터를 넣고, 돌-절구에 간 소금을 조금 뿌리고, 뚜껑을 닫고, 지루하지 않을 만큼 딴청을 피우면서 기다린다.

잠시 후, 고소한 소리가 추수 감사절 폭죽 터지듯 집안 가득 요란하다,

어떤 옥수수는 탈출해서 밖으로 막 뛰어-나온다.

카-토는 바닥으로 탈출한 팝콘을 먹을까- 말까-하며, 재 미있게 장난치며 주워 먹는다.


카-토와 우-노가 팝콘으로 놀이 하는 동안, 나는 오늘의 메인-요리,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즐겨 먹었다는 감자-샐 러드를 만들고 있다.

아이들도 좋아할 만큼, 맛있을 뿐만 아니라 영양도 만점이다.

이 샐러드에는 슈파-겔이라는 땅-속으로 거꾸로 자라는 아스파라거스가 들어가는데, 이 채소는 영양이 풍부할 뿐 아니라 섬유질이 많아서 소화에도 좋고 특히 아삭거리는 식감이 일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노와 카-토는 이 슈파-겔을 먹는 동안, 서로의 입에서 나는 아삭거리는 소리 를 확인하며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 푸근하고 여유로운 저녁, 나는 이 샐러드를 만들고 있다.


1. 우선 아이들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은 감자와 당근에 올리브기름을 적당히 두르고 팬에서 충분히 익혀준다.

2. 파프리카를 색깔별로 손질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같이 볶는다.

3. 소금으로 약하게 간을 한다.
4. 슈파-겔을 겉껍질 부분만 살짝 손질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팬 위에서 살짝 익힌다. 이때 너무 익히지 않도록 조심한다.
5. 샐-러리 잎사귀를 올린다.
6. 버터를 3스푼 넣고 숫자 10을 셀 때까지 풍미가 살아나도록 살살 볶아준다.
7. 테이블로 가져가, 슈파-겔을 아-삭 아-삭 소리 내서 씹으며 최대한 매너 없이 먹는다.


우리는 샐러드를 재미있게 그리고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큰 쟁반에 팝콘을 산처럼 쌓아놓고 각자 원하는 만큼, 마구 먹어 치운다.


나는 지금 난로 옆에 앉아 미숙한 솜씨로 카-토와 우-노가 입을 겨울용 스웨터를 짜고 있다.

“겨울이 있는 산”으로 캠-핑 가기 위해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틈틈이 준비하고 있다.

“겨울이 있는 산”은 매우 춥다고 한다.

캠핑할 때, 속에 입을 보온용 스웨터를 준비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지난 장날 모르는 누군가 내게 얘기해 줘서 우-노와 카-토 것을 준비하는 중이다.

셋-이서 함께 지낼, 튼튼한 텐트와 따뜻한 침낭, 그리고 배낭, 조리도구들까지 필요할 거라고, 어느 이웃이 알려줘서서, 그것들도 틈나는 대로 하나씩 준비해야 한다.

만들 것은, 만들고 빌릴 수 있는, 것은 빌려서 다 준비되면 아이들과 “겨울이 있는 산”에 올라가 눈에서 썰매도 타고 눈 오는 숲에서 불-멍도 하고 토마토, 옥수수, 고구마도 구워 먹을 생각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겨울을 그 산에서 만끽하고 싶다. 우-노와 카-토는 특히 눈이 오는 겨울을 유난히 좋아했었다.


우-노가 내 앞에서 실뭉치를 고양이처럼 가지고 놀며 장난치고 있다. 그리고 카-토는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버둥거리고 있다.

배가 부르고 모든-것이 만족스러울 때 카-토가 하는 행동이다.


알로 아주머니가 아까 한 얘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리에게 새로운 이웃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니 혹시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먼저 반갑게 인사하라고 한다.

그 이웃은 내 또래 여자라고 한다.

그리고 이름이 설-리 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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