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드로 오자마자, 어느 때보다 서둘러 회수한 함을 스- 올로 보내버렸다. 인턴 생활 중 가장 길고 힘든 하루였다.
업무 결과에 대해서는 요나 사제가 직접 장로님께 보고하기로 하고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청소부터 하고 어제 입었던 옷들도 미-드에서 가져와 어제의 흔적이 남지 않도록 깨끗이 세탁했다.
마당 한 구석에는 강낭콩이 어느새 허리만큼 자라 있었다.
마당에 빨래를 대충 널고 알로 아주머니 집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우-노!, 아빠 왔어. 카-토야!
- 문도 왔어요?
그런데, 어쩌나 이렇게 일찍 오는 줄도 모르고, 얼마 전 이곳에 온, 설-리 집에 갔는데-.
- 설-리요?
- 응-, 대추나무 언덕에서 바로 보이는, 2층에 테라스가 있고 노란 창틀이 독특한, 빨간 지붕이 있는 하얀-집.
거기 가면, 아마 애들이 정신없이 놀고 있을 거예요.
아이들이 설-리를 너-무 좋아-하거든.
나는 아주머니 말씀을 듣자마자, 대추나무 언덕으로 향했다. 대추나무 언덕은 지난번 아이들과 피크닉 갔던, 무지개 계곡 맞은편에 있었다.
자작나무 숲을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낮은 언덕 위에는 아름드리 대추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그 대추나무에는 사과만-한 대추가 1년 내내 주렁주렁 달려 있어서 대추차를 좋아하는 마을-분들이 수시로 필요한 만큼 가져다, 작게 자르고 그늘에 말려, 간식으로 드시거나 차로 끓여 드시곤 했다.
오솔길로 접어들자 바람을 타고 어디선가 첼로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언젠가 들어본-적 있는, 많이 익은 멜로디-다.
바-하의 무반주 협주곡 G장조.
마치 숲속 바람을 서서히 몰고-오듯,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었다.
나는 혹시 방해-될까 봐-, 낙엽 밟는 소리가 혹여라도 아이들 귀에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호흡을 늦추고 걸음을 아끼며 걷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금발의 미녀가 2층 테라스에 나와 첼로를 연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우-노와 카-토가 내가 온 것을 알아채고, 말릴 새도 없이, 마구 짖으며 2층 계단에서 마당으로 순식간에 내려와,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연주가 멈춰버렸다.
녀석들과 격한 인사를 나누고, 우-노를 안고서 어색한 표정으로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고 있던 그녀에게 다가갔다.
- 아-, 안녕하세요? 문도 씨죠?
알로 이모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그녀가 먼저 나를 아는 척한다.
순간 갑작스런 상황에 어색해져서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 안녕하세요? 제가 연주를 방해했네요. 죄송합니다.
연주가 끝날 때까지, 조금 멀리서 기다렸어야-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들어보는 연주라,
그만, 저도 모르게,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 아니에요-.
연주를 들어주셨는데,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우-노를 바닥에 내려놓자, 그녀에게 달려가 자기를 안으 라고 막 때-쓴다. 마치 내게 하듯, 스스럼 없이.
심지어 카-토도 조-이도 내게 오려고 하지 않는다, 미동조차 하지 않고, 그녀 옆에 딱 붙어있다.
내가 섭섭해 하는 것도 모르고 녀석들이 나를 왕따-시킨다.
세상에 이런 일이?
왠지 무-척 서운하다.
그녀는 풍성한 금발에 숲처럼 시원한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알로 아주머니와 아주 친한 사람처럼 아주머니를 이모라고 불렀다.
- 차- 어떠세요?
- 네?
아- 감사합니다.
그녀는 첼로를 자작나무 케이스-에 집어넣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2층 테라스 의자에 걸터앉아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진흙으로 만든 예쁜 도자기 잔에 야생 녹차-잎을 살짝 볶아서 말린, 생-차를 따끈한 물에 띄워서 가져왔다.
녹차의 진-하고 깊은 향이 깊어-가는 이 가을과 너무 잘 어울린다고 스스로 감탄하고 있을 때, 그녀가 내게 묻는다.
- 차 어떠세요? 너무 진한가요?
- 아닙니다. 너무 좋습니다.
- 저도 처음 해-본 거라,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 처음 이시라고요? 굉장한데요!
숙성이 오래되지 않은-것 치고는 떫거나 쓰지도 않고.
혀끝에 남는 쌉쌀한 맛이 오히려 긴 여운을 주는 것 같아 좋은데요.
무슨 특별한 비결이라도?
- 비결은요, 완전 초보가 무슨 비결이 있겠어요.
이곳에 습도와 바람이 다 해-준거죠.
그녀는 얼마 전, 이곳에 와서 이곳-생활이 아직 익숙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좋은 이웃이 곁에 있어서 힘든 일이나, 어려운 일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알로 아주머니 댁에 뜨개-질을 배우러 갔다가, 카-토와 우-노를 만나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녀에게도 이곳에 급히 오느라, 두고 온, 달-이 라는 이름의 12살 된, 리트리버 남자아이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곳에 올 때, 달-이와 이별-하느라,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만난 순간, 달-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밤-새 우느라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아이들과 매일 같이 즐겁게 지냈다고 했다. 어쩐지- 이녀석들이 나를 별로 안-반가워한 이유가 있었다.
이럴 때는 아빠가 자기들을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줘야 한다. 아주 맛있는 음식으로,
맛있어서 녀석들을 꼼-작 못-하게 할 메뉴가 필요하다.
-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저녁 식사 어떠세요?
- 저야 좋지만, 며칠 만에 오셨는데, 쉬시는데, 제가 방해되지는 않을까요?
- 천만에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걸요.
- 그럼, 그럴-까요?
- 스파게티 좋아-하세요?
- 너-무 좋아하죠,
이곳에 와서 아직 안 해 먹어봐서 그런지, 굉장히 기대되는데요.
- 그럼-, 잘됐군요.
지금 저희와 같이 가시죠.
그녀가 다-기들을 정리하고, 잠시 집으로 들어가 겉옷을 걸치고, 우리를 따라나선다.
지금 우-노, 카-토, 조-이 그리고 그녀 와 나, 이렇게 우린, 집으로 가고 있다.
맛있는 스파게티 만들기;
1, 손질한 양배추, 당근, 치킨-프룻(Chicken-Fruit)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냄비에 넣고, 모든 재료가 살짝 잠길 만큼, 물-을 붙고 끓인다.
이렇게 채수가 만들어지면,
2. 채수에 스파게티 면을 넣고 아이들도 먹기 좋게 10분 간 푹 삶는다.
3. 면을 꺼내 넓은 팬에 옮기고, 올리브기름 5스푼, 사과와-인 3스푼, 버터 3스푼, 소금을 약간 넣고, 마지막으로 면수 3스푼을 넣어 시계방향으로 저어 준다.
4. 작은 팬 1개를 추가로 투입해, 아이들이 먹을 스파게티를 따로 담아 마저 볶아주고, 우리가 먹을 스파게티에는 마늘을 추가로 넣어, 중간 불에 다시 볶아준 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트러-플을 바질과 함께 올린다.
* 아이들은 마늘을 싫어해서 아이들 것에는 마늘을 절대 넣지 않는다.
5. 각자 그릇에 덜어, 즐겁게 그리고 맛있게 감사하며, 먹는다.
테이블에 팬을 올려놓고, 호두나무로 만든, 와-인잔 두 개를 꺼내 스-푼, 포-크, 접시와 함께 세팅하고, 아이들 스파게티는 각각의 접시에 담아, 아이들 전용 탁자에 가지런히 놔 - 준다.
곧, 식탁 아래서 난리가 난다.
카-토는 면-치기 전문가다.
순식간에 면의 끄트머리를 입에 물고 이빨로 끊지 않고 그대로 먹는다.
마치 미식가가 밀라노의 한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를 즐기듯 그렇게 먹는다.
먹으면서 절대 면을 중간에 끊지- 않는다.
지금 카-토는 면-치기 하면서 연신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맛있으면 하는, 카-토만의 오래된 습관이다.
지금 나에게 “그래! 이 맛이지!”-라고 눈으로 계속 말하고 있다.
조-이는 역시 공주답게 먹는다.
깔끔하고 품위 있게, 절대 서두르지 않고 조그만 입으로 먹을 만큼만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맛있게 먹고 있다.
우리의 소심한 미소년 우-노는 먹는 게 항상 어설프다.
입이며 코 그리고 가슴에 심지어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귀나 머리에도 묻히면서 열심히 먹는다.
그런데 면이 자꾸 미끄러진다. 식욕이 너-무 앞선다.
설-리는 아이들이 먹는 것을 보고, 웃느라 정신이 없다.
- 와-인 하실래요?
뻔히 마실 걸, 알면서 괜히 물어본다.
그녀는 이미 잔을 내 앞에 들이밀고, 말보다 빠른 행동으로 와-인을 따르라고, 내게 강요하고 있다.
- 스파게티에는 역시 와-인이죠.
주세요-. 많-이.
나는 마을 공동-작업으로 올해 첫-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그녀에게 따라-준다.
와-인을 잔에 따르는 순간, 잘 익은 포도 향기가 내 코 끝을 예고도 없이 탁- 치고-간다.
마치 거친 시골-청년이 내 어깨를 밀치고, 내게 시비-거는 듯하다.
보졸레 누보냐-구? 아니! 천국-누보다.
- 저희 마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우리는 턱-하고, 와-인을 마신다.
호두나무 잔으로 건배하려니 잔을 부딪치면 턱-하고 둔탁한 소리가 난다.
매번 혼자 와-인을 마시다-보니,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오늘에서야 또 깨닫는다.
그녀가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운다.
뭐가 잘못됐는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그때, 그녀가 웃으며 내게 의외의 말을 건넨다.
- 죄송해요, 너무 맛있어서. 그만.
- 아--?, 예에-
지금 그녀는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 하고 있다.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고집부리고 하는 거다.
여기가 내 집인데, 나로서는 많-이 불편하다.
나는 겸연쩍어 하면서도 그녀를 말리지 못한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함께 그녀의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카-토와 조-이, 우-노도 같이 가고 있다.
그녀를 바래다주려고, 우리 모두 함께 나왔다.
사실 이곳에는 그녀를 해-칠,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친구가 되고 싶어서 같이 걷고, 있는 거다.
오늘따라 달이 유난히 커 보인다.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나무 위에서 편히 잠든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야행성인 부엉이도 밤에 잠자는 모습을 흔히 볼 수가 있다.
부엉이도 밤이건 낮이건 졸리면, 언제든지 잔다.
더 이상 생존하기 위해 서로를 헤치거나 경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곳에는 모든-것이 넉넉하다. 그리고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누군가 피를 흘려야 하는 이유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새들이 우리가 내는 발소리에도 전혀 경계하지 않고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다.
- 바래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도 너-무 맛있었어요.
다음에도 맛있는 음식 하시면, 꼭 불러주세요.
- 또, 우시려고요?
하하- 농담입니다.
맛있어서 우는 건, 언제나 환영입니다.
다음에도 오셔서 울어 주실-거죠?
- 크-, 기꺼이 그래 드리지요.
- 자주 뵐게요. 그리고 가끔 저희-아이들 부탁드려도 될-까요?
- 언제든지요, 제발 그래 주세요.
- 얘들아! 인사드리고, 우리도 가서 자야지?
돌아오는 길, 우-노가 뭔지- 아쉬운 표정으로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우리는 집에 돌아와, 침대 주변에 모여 서로 기대어 온기를 나누며 누워-있다. 카-토는 어느새 잠이 들어, 내 옆에서 작게 코를 골고 있다.
오늘, 나에게도 같이 걸어 줄, 그리고 와-인을 먹을 때 “탁 하고 건배할, 좋은 친구가 생겼다.
그리고 이 밤, 카-토가 내 앞에 있어서 그리고 원하면 우-노를 언제든 만질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숨이 끝-까지 쉬어-진다. 그리고 잠이 별처럼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