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사제

by 차섭


아침 일찍 일어나 침대 커버와 이불을 세탁하고 카펫 청소를 했다.

그간 미-드에 머문 날이 많아 미뤄왔던, 일들을 몰아서 하느라, 유난히 분주-하다.

우-노와 카-토가는 밥을 달라고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나는 서둘러 집안을 대충 정리하고, 강낭콩으로 스-프를 만들고 팬-케이크를 굽고 다.


네모난 모양의 팬-케이크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미드로 가기 전 만들어 , 버터를 두껍게 잘라 그 위에 얹고, 다시 그 위에 딸기-쨈을 틈이 안 보이게 촘촘히 바른다.

그리고 팬-케이크 한 장을 더 올리고,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올려놓고, 버터가 녹아 케이크에 스며들어 쨈과 적당히 섞일 때까지 잠시 기다린다.

이때 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갑자기 카-토가 짖기 시작한다. 그러자 우-노가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두 녀석이 동시에 나를 압박한다.

아침 준비가 조금 늦었다고 성화가 대단하다.

녀석들이 나를 눈치 보게 만든다.
잠시 후, 나는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아직 식지도 않은, 뜨거운 팬에서 팬-케이크를 서둘러 꺼내고 따뜻한 강낭콩 스-프을 아이들 그릇에 퍼서 담는다.

그리고 양손으로 열심히 부채질하며 식히고 있다.

잠시 후, 케이크가 식기를 기다려, 적당한 크기로 먹기 좋게 잘라 각자의 나무 접시에 올려 준다.

두 녀석 다 먹느라 정신이 없다.

잘 씹지도 않고 그냥 삼키고 있다.

입에 뭔가 들어가니, 그제서야 둘 다 조용하다.


오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나는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기만 했던, 그 일을 오늘은 반드시 하려고 하는 거다.

우선 토마토를 강판에 갈아 만든, 쥬스를 호리병에 담아, 배낭 주머니에 넣고, 대나무 칼과 돋보기, 작은 컵과 커다란 수건을 챙겼다. 그리고 허리까지 올라오는 긴 장화를 신고 마지막으로 밀짚모자를 쓰고 집을 나-섰다.


우리는 지금 봄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광활한 벌판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봄-기운 가득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촘촘히 배어-있다.

아이들은 내 주위를 크게 원을 그리며 빙빙 돌면서, 유채 -꽃 가득한 벌판에 숨었다, 나타났다. 를 반복하며 마치 숨바꼭질 하듯, 뛰어-다니고 있다.


잠시 후, 저 멀리, 오늘의 목적지인 작은 호수가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호숫가에 맹그로브 나무처럼 생긴-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호반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호수 위에 숲이 떠-있는 것 처럼 보인다.

나는 그 숲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다.

호수 위에 물새들이 날기도 하고, 앉기도 하며, 주변을 한가로이 거니는 여유로운 풍경이 내 눈에 들어온다.

나는 푹신한 모래언덕을 넘어 숲으로 갔다.

그곳에는 나무들이 호수 바닥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물 위로 자라고 있었다.

나는 물로 걸어 들어갔다.

카-토와 우-노는 겁이 나서 나를 따라 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물 밖에서 끙끙대며, 자기들도 데려가라고, 시위-하듯 나란히 앉아 있다.


- 우-노야! 카-토야!
아빠가 너희를 안고 들어갈 수가 없어서. 그래-

여기서 기다려!

아빠가 빨리 돌아올-게. 알았지?


나는 아이들에게 나만의 동의를 구하고, 숲으로 걸어 들어간다. 아이들이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가만히 엎드려 나를 바라보고 있다.


숲으로 들어가니, 크고 작은 열매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모양이 럭비공하고 똑-같이 생겼다. 그리고 열매에서 생선의 비릿한 냄새가 난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어느새 물이 내 무릎 높이만큼 깊어져 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안으로 더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열매가 더 커지고 있다.

그때 카-토와 우-노가 나를 찾는 소리가 제법 멀리서 들려온다. 내가 안으로 너무 깊이 들어온 모양이다.


나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기 위해, 배낭을 앞쪽으로 돌려서 매고 나무에서 큰 열매를 골라 나무-줄기와 가지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한손으로 열매를 받치고 다른 한손에 들고 있던 대나무 칼로 가지에 붙은 꼭지를 조심스럽게 잘라 열매를 수확-했다.


잠시 후, 나는 열매 세-개는 큰 거, 하나는 작은 것으로 따서 배낭에 집어넣고 서둘러 숲을 빠져나왔다.

-멀리 물가에 겁이 많아 수영 못하는, 우-노와 카-토가 제법 깊은 곳까지 나름 용기를 내서 물로 들어와, 짧은-목을 길게 늘이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뭍으로 나오자, 내게로 다가와 두 손으로 내 다리를 벅벅 긁어-댄다. 순간 다시는 헤어지지 않고 싶은 마음이 아이들에게서 보인다. 그 순간 나는 또 울컥한다.


- 아빠가 온-다고 했잖아,
카-토야, 우-노야! 우린 더 이상 헤어지지 않을-거야.


배낭에서 수건을 꺼내 아이들 털을 열심히 털고 닦아준다, 그리고 서둘러 모래턱을 쌓고, 호수 주변에서 마른 가지들을 모아 챙겨온 돋보기로 모닥불을 피운다.

그리고 방금 수확한 작은 열매 하나를 꺼내, 껍질을 벗기고 익히기 좋은 크기로 잘라, 긴 나뭇가지에 꽂아, 모닥불 주변에 세워놓는다.


- 아빠가 생선구이 해-줄 게. 조금만 기다려-


숲에서 채집한 열매는 바로 코코넛-피쉬-였다.

요리했을 때, 그 맛과 풍미가 일반 대구와 느낌이 아주 유사한 열매-다.

나는 이 열매를 다른 방법으로 조리해서 두 번째 하늘에서 먹는, 물-냉면과 동일한 맛의 냉면 육수를 만들기 위해 오늘 이곳에 온 거였다.

이 코코넛-피쉬-를 말려, 냉면 육수를 내는데, 한번 사용해 볼 계획이다.


우-노와 카-토가 불 옆에 나란히 엎드려, 나뭇가지에 꽂아-놓은 과육이 익어가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다.


- 조금만 기다려-,

음식은 기다려야-, 더- 맛있는 거야.


과육에서 빠져나오는 기름이 장난이 아니다,

생선을 구울 때- 나는 고소한 소리와 냄새가 아이들 입맛을 자극하는지-, 카-토가 연신 자기 코를 핥고 있다.


잠시 후, 노릇하게 잘 구워진 꼬치를 꺼내, 입에 가져- 가 살짝 맛을 본다.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정말 어이가 없다.
맛과 식감이 딱, 갓-잡은 대구를 요리해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전혀 비리지 않고 오히려 감칠맛이 강해 진짜 대구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 맛있다.

카-토가 자기도 달라고 나를 보면서 인상을 쓰고, 뭐라고 웅얼-거린다.

나는 꼬치에서 익은 코코넛을 골라, 두 아이에게 번갈아- 먹이고 있다.

순간, 나는 어미-새가 된다.


예전에 카-토가 내가 주는 간식을 받아먹다가 손가락을 실수로 깨문 적이 있었다.

그날 이후, 카-토는 내게서 무언가를 받아먹을 때마다 굉장히 조심스럽게 받아먹는 습관이 생겼었다.

나를 배려해서 혹여라도 내 손가락을 또 다치게 할까-봐서 그때 일을 기억하고 조심하는 사려 깊은 아이였다.

지금도 여전히 조심하며 받아먹고 있다.

아마도 그날 일이 카-토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모양이다.

순식간에 끝나-버려 아쉽지만, 두 아이 다 만족스러운 눈치다.


- 이제 끝!
없-다, 너희가 다- 먹었어!


나는 마무리로 집에서 준비해-온, 토마토 주스를 각자 컵에 따라 준다. 그리고 오늘 수확에 만족하며 아이들과 함께 나도 건배한다.

카-토가 자기 것을 깨끗이 먹어-치우고, 우-노 입-주변에 묻어 있는 토마토의 흔적을 열심히 핥아-주고 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오늘 하루가 퍼펙트- 하게 느껴진다.


모닥불을 정리하고 일어나 집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집으로 가는 걸음이 무거운 배낭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느껴진다.


해가 무지개 언덕을 막 넘어가려고 하는, 그때 우리는 집에 도착했다.


나는 오자마자, 우선 코코넛 열매 두 개를 손질했다.

그리고 꼭지 부분을 자르고 끈으로 가운데를 통과 시켜 뒤뜰로 가져가 지붕 처마 밑에 길게 매달아 놨다.

나머지 하나는 깍둑썰기로 썰어서 작은 항아리에 담고, 위에 소금을 뿌려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창호지로 항아리 입구를 막아, 그늘이 있는 곳을 찾아 그곳에 가져다 놨다.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이든 성공하면, 시원하고 담백한, 냉면 국물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통으로 썰어놓은 열매 몇 조각을 가져다가 저녁-준비를 했다.


오늘 저녁은 Fish & Chips-다.

이곳에 와서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만약 오늘 성공한다면, 설-리를 초대할 거다.


호수에서 돌아오는 내내, 아이들과 먹었던 꼬치를 떠올리며 집에 오면, 반드시 Fish & Chips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썰어놓은 열매에 밀가루를 얇게 뿌려 밑-작업을 하고, 대접에 밀가루를 한 줌 넣고 따스한-물, 반 공기를 부어 한 방향으로 잘 저어 준다. 그리고 말린 바게트를 나무절구로 찧어서 빵-가루를 준비한다.

감자는 먹기 좋은 크기로 길게 썰어 찬물에 담가, 전분을 제거하고, 마른 천으로 물기를 닦아서 준비한다.

작은 냄비에서 콩-기름이 듣기만-해도, 고소한 소리를 내며 기름방울을 부지런히 만들고 있다.

온도가 적당하게 올라-갔는지, 확인하고, 썰어놓은 코코넛에 옷을 적당히 입혀, 빵-가루를 골고루 묻힌 다음, 살짝 털어내고 냄비에 집어넣는다.

빵가루가 콩-기름을 만나 수다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잠시 후 바삭하게 튀겨-진, 코코넛을 냄비에서 꺼내고, 감자를 집어넣고 칩스-를 만든다.


이제는 먹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밀-가루 반죽이 조금 남는다. 그리고 냄비에 기름도 조금 남아있다. 아깝다.

그래서 이참에 무언가 아이들을 위해 더 만들-게 없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남은 반죽에 밀가루 한-줌을 더 추가하고 버터를 넣고 콩가루를 집어넣어 다시 반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넓고 도톰하게 반죽을 피고, 컵을 뒤집어 동-그랗게 찍어낸다.

그리고 기름 냄비에 하나씩 차례로 집어넣는다.

잠시 후, 기름에 가라-앉아있던, 동그란 도넛이 하나, 둘씩 숨쉬기 위해 얼굴을 내민다. 어느새 하얀 얼굴이 구릿 빛으로 변해 있다.

우리 도련님들이 도넛에 반응하며 내 다리를 또 벅벅 긁어대기 시작한다. 한쪽은 카-토가 다른 한쪽은 우-노가 서-로 먼저 달라고 아우성-이다.

카-토는 예전부터 빵을 고기보다, 더- 좋아했었다.

그런데 우-노는 내가 없는 사이 식성이 변한 건지, 동생인 카-토를 따라 한다. 역시 피는 못-속인다,


나는 Fish & Chips를 먹기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각자 그릇에 담아 아이들 식탁에 내려주고, 두 아이와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한다, 항상 그랬듯이,


- 우리 우아하게 먹는 거야.
천천히-, 꼭꼭 씹어서, 맛을 음미하면서. 신사답게- 알았지?


그러자 나를 확인시켜 주려는 듯, 한 조각씩 입에 물고, 나와 눈을 마주-치고, 아삭-아삭 입에서 나는 소리를 내게 들려 주며 꼭꼭 씹어 먹는다.

우리의 모범 청년 우-노는 내 말을 다 알아들었다는 듯, 삼키고 나와 눈을 마주치고, 다음 것을 집고, 다시 나와 눈을 마주친다.

카-토는 처음에는 그러는 시늉을 하더니, 다음 것부터는 나를 보지도 않고 오로지 접시에-만 집중하고 있다.

나도 와-인을 꺼내 잔에 따르고, Fish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씹어본다.

예상했던 대로 물고기를 먹었을 때보다 더 고소하고 담백하다, 그리고 식감도 오히려 물고기보다 더 물고기같이 부드럽게 입-안에서 흩어진다. 무엇보다 기름기도 적당해서 화이트 와-인과 너무 잘 어울린다.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널어 두었던, 침구들과 빨래를 걷어서 정리하고 있다,

잘 마른 이불에서 어릴-적 맡아-본, 햇볕의 따뜻한 향기가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든다.

카-토는 이미 자려고, 자기 시트에 누워 졸고 있다.


- 우-노, 카-토, 이빨은 닦고, 자야지.


카-토는 유난히 이 닦는 것을 좋아했었다.
나의 이 말에 카-토가 먼저 달려와 내 앞에 앉는다. 우-노는 형답게 동생에게 양보하고,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우리는 천천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하—품하며, 아이들을 꼭 끌어안고, 얼굴을 두 아이 에게 비비고 있다.


- 사랑해-!


지난번에는 시장에서 구한 코코넛 열매를 말리려고, 길 건너 바람이 많-이 부는 숲속 나무 사이에 널어-놨더랬다. 그런데 끈만 남기고 모두 바람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무도 안 먹을 줄 알았는데, 곰의 입맛에 맞았던 모양이다.

주변에서 곰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가끔 보기는 했지만, 사실 곰이 먹었다는 확증은 없다. 단지 내 추측일 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집 뒤편, 처마에 끈을 고정해서 약간 높은 곳에 매달아 놨다.


곰이 또 먹어 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그래도 할 수 없다.

곰도 나에겐 지켜야 할, 이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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