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6 : 때-죽-놈
주말을 아이들과 보내고, 상쾌한 마음으로 아침 일찍 출근했다.
이른 아침, 오로라를 바라보며 뛰는, 조-깅은 언제나 내겐 특별하다. 상쾌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조-깅 후 옷을 갈아입고 사무처로 출근 보고를 하러 갔다.
사무처 마리아 수녀님으로부터 서류를 받아서 곧장 요나 사제-방으로 갔다. 밖에 서서 문을 똑똑 두드린다.
- 들어오세요.
- 좋은 아침입니다.
- 그래- 아이들하고 주말은 잘 보냈어?
아이들 보고 싶다고 매일 그러더니,
- 예-, 그런데도 알로 아주머니 댁에 애들을 맡기고 나올 때면, 항상 아쉽네요. 데리고 출근할 수도 없고,
뭐- 하는 수 없죠. 보고 싶어도 잠시 참아야죠.
다시 아이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제게는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래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 그렇군-.
그래서 그런지 오늘 자네 얼굴이 더 좋아 보이는-구만.
사제와 나는 각자 서류를 꺼내 살펴보고 있다.
이번 회수 대상은 50대 중반의 남성-이다,
그는 17년 전, 13세 미만-아동 12명을 5개월에 걸쳐 별도의 장소에서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구속수감 됐었다.
그리고 형기를 마치고 최근 만기 출소했으나, 과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또 다른 성폭행 사건을 경찰에서 수사하던 중, 그가 저지른 것이 추가로 드러나 다시 기소되 어 현재 U-시 교도소에 재수감돼- 있다고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
당시 그의 범행으로 피해를 본- 아동 대부분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우울증 그리고 정신적 충격에 의한 질병을 17년이 지난 지금도 앓고 있다고- 한다.
사고 이후, 피해 아동들은 다른 또래의 아이들처럼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만 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동의 성적 피해로 인해 그 가족의 삶도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심지어 한 피해 아동의 아빠는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아무 잘못 없는 아이들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새-장에 갇힌 새가 되어 성장하고 있었다.
법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이 범죄자는 법의 틈을 이용해 자신의 형량을 줄이고 법 뒤에 숨어, 다시 나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수감 기간-내내, 오히려 평소보다 운동량을 늘-리고 정-해진 밥-세끼를 꼬박꼬박 잘 챙겨 먹으면서 감옥에서 나갈,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12 장로회는 또 다른 새로운 피해자의 발생을 막고, 지금 까지 그의 범죄로 인해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남은 삶을 위해 그를 영원히 그들에게서 격리-시키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런데 그냥 쉽게 그의 영혼을 회수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가 죽는 순간까지 극심한 고통 속에 좌절하고 또 좌절 하도록 만들어서 결국 그가 스스로 삶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령서에 명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도마 장로님을 만나기 위해 장로님 방으로 갔다.
- 장로님 좋은 아침입니다.
- 두 형제님에게도 평화가 함께 하기를,
그러지 않아도 두 사제가 나타날 때가 됐는데, 왜? 안 오나 하고 궁금해, 하던 참이었는데, 잘 와- 주었군.
그래 자료는 살펴봤는가?
- 예. 그런데 명령서의 적힌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서요.
그냥 평상시처럼, 그자의 영혼을 수거하면 되는 게, 아닌-거 같아서-
요나 사제가 장로님께 묻는다.
- 장로회에서 만장일치로, 적임자로 자네를 지목했네,
자네라면 누구보다 그 일을 잘 해낼 거라고, 자네만큼 그 일을 잘 해낼 사제는 없다고 하더군.
- 제가요?
-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
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에게 고통을 줘서 그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도록 만들라는 의미-네.
그는 자신의 죄를 자복하거나, 뉘우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테니, 말일세.
그리고 그를 그냥 보내기에는 그의 죄가 너무 커서, 그에게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의 백만 분의 일이라도 살아있는 동안 받게 하려는 것, 뿐-일세.
내 소견으로도 분명 자네라면 그 일을 잘 해낼 거라 믿네.
그러니 서둘러 주게-.
그리고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받고, 좌절하게, 만들 어서, 반드시 그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도록 만들어야 하네.
그런 인간에겐 함-도 아까워서 그러네-
그리고 그의 영혼을 그냥 회수하는 건, 그에게 자비를 베푸는 꼴이니, 그럴 수 없다는 말일세.
장로님은 그의 죄가 너무 크다고 했다.
이번 임무에는 우리가 수령-할, 회수함이 없었다.
우리는 그가 있는 교도소로 가기 위해 U-시에 있는 교구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 시계탑 시침이 막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 문도 늦었지만, 점심은 먹고 움직이는 게. 좋겠군.
이왕 이곳에 왔으니, 부대-찌개 어떤가?
평상시처럼 이미 출발 전부터 의도된, 사수의 제안이 분명했지만, 날씨 탓인지 나도 이 제안이 싫지 않았다.
- 네 그러시죠.
우리는 이 지역 노포인, 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노포답게 테이블이 거의 다 차-있었다. 우리는 식당 안쪽으로 들어가 2인용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았다.
- 여기요. 이모님! 이모님!
다들 바빠서 그런지 우리의 외침에 눈길을 주는 이모가 없다. 순간 나는 배에 힘주고 다시 큰 목소 리로 외쳤다.
- 이모님! 여기 주문요?
그제야 이모님 한 분이 나를 쳐다보며 다가왔다.
그리고 이모님이 묻기도 전에 요나 사제가 속사포-랲을 하듯 빠르게 주문했다.
- 부대찌개 특 2인분에-
라면-사리 하나, 쏘시지 사리 하나, 공깃밥도 하나, 주세요-.
- 기본에도 라면이 나가는데, 라면-사리 하나 더 추가 하시는 거죠? 그리고 밥도 따라 나오는데, 한 공기 더 추가 하시는 거, 맞죠?
- 네.
- 너무 많-지 않으시겠어요? 양도 많은데.
- 네, 이 친구가 다- 먹을 겁니다.
요나 사제가 괜히 나를 또 끌어들인다.
군대도 아닌데, 민망함은 오늘도 조수인 내-차지가 된다. 아마도 사제는 가게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주문할 음식을 바둑 복기하듯,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머릿속으로 되뇌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항상 먹는 음식에는 진심-이다.
그의 주문에는 추-호에 망설임도 없다. 그리고 항상 확신이 가득하다.
잠시 후, 다 찌그러진 커다란 양은 냄비에 부대찌개가 나오고 레인지에 성화가 점화되고 우리는 찌개가 끓기를 기다리며 밑-반찬을 지분대고 있었다.
- 사제님, 이번 임무는 너무 어려운 것, 아닌가요?
그를 좌절하게 만들고, 끝까지 고통을 줘서, 그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도록 만든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 이럴 땐 말이지-, 시간이 필요하지.
그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파악할 만큼의 시간이-
오늘은 그냥 보려고 왔네,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부담-갖지는 말게.
자- 눈앞에 음식부터 해결하고, 일은 잠시 식탁에서 내려놓는 게, 어떻겠나?
라면이 퍼지면 맛이 없어. 맛이 없으면 기분이 괜히 상하게 되고 결국, 그로-인해 큰-일을 그르칠-수도 있다는 게, 평소 내 생각이네.
마치 나비효과 같다고나 할까?
자네 왜? 먹기 전에 기도하는 줄 아나?
중요하기 때문이야.
먹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지.
전혀 수긍할 수 없는 논리로 나를 정신없게 만든다.
그때 찌개가 막 끓기 시작한다,
사제는 라면이 익지도 않았는데, 라면을 자기 접시로 가져가 먹기 시작한다.
라면이 다 익기를 기다리다가는 먹을 라면이 없을 것, 같다. 그에게 선두를 내어주기는-했지만 나도 서둔다.
우리는 찌개 건더기와 국물을 밥위에 올려 숨도 안 쉬고 먹어치운다. 찌개 그릇에서 느껴지는 연륜만큼이나 국물의 깊은- 맛이 식욕을 자제할 수 없게 만든다.
그냥 자제가 안 된다. 머리는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지만 손은 멈추-질 않는다. 결국 냄비 바닥이 보일 때까지 완주하고야 만다.
이모가 양이 많다고 했는데, 오늘도 사제의 선택이 옳았다. 는 생각이 그를 쓸데없이 존경하게 만든다.
우리는 식당에서 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교도소로 갔다.
그리고 잠시 밖에 머물다 보드를 돌려놓고 5시 교도관들의 근무 교대 시간에 맞춰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다,
제소자들이 분주히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배식-당번들이 배식구에 정렬하고, 제소자들이 일렬로 서서 밥을 타기 시작한다,
밥은 자율배식이고 반찬은 당번들이 적당량을 식판에 덜 어주는 형태로 배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를 찾기 위해 밥솥이 놓여 있는, 기둥 옆에 서서 식판에 밥을 퍼-가는 제소자들의 명찰을 일일이 살펴 보기로 했다.
다들 머리를 짧게 깎아-놔서, 얼굴로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다들 생김새가 별-차이 없어 보인다.
그때 유난히 식판에 밥을 많이 퍼 담는, 한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신장은 작은 편으로 다부진 체격에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의 명찰에 붙어있는 번호를 확인-했다.
2257번, 바로 우리가 찾던 그-였다.
그는 50대 중반이 아닌 40대 중반으로 보일 만큼 젊어 보였다. 그리고 식판을 들고 있는 거슬릴 정도로 우람한 그의 팔뚝이 눈에 들어왔다.
취사-당번들이 그에게 배식할 때마다 그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그가 요구하는 대로 선선히 반찬을 양껏 덜어-줬다. 마치 그는 교도소 내에 존재하는 특권층 처럼 보였다. 누가 봐도 아주 편안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지금 교도소 내에서 친하게 지내는 무리-들과 마주 앉아, 식사하고 있다.
식사하는 중간-중간에 얘기도 나누며, 농담도 건네고, 웃 기도 한다, 그에게서 고통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 는다. 오히려 너-무 당당해서 죄가 없는데, 이곳에 잘못 들어온 사람인가? 하고 착각할 정도-다.
나와 사제는 장로회에서 왜? 우리에게 그런 요구를 했는 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곧, 그가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 식기를 반납하고, 운동장으로 나간다. 그리고 담장을 따라 걷다가 가볍게 달리기 시작한다.
운동장을 한 열-바퀴 정도 달리고, 운동장 구석에 설치-돼 있는, 체력 단련장으로 가서 상의를 탈의하고 턱걸이에 뛰어 올라 철봉에 매달린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가 철봉에 턱을 올릴 때마다 숫자를 세고 있다. 서른둘, 서른셋, 그리고,....,쉰, 그제야 그가 바닥으로 내려온다.
주변에서 이러한 일련의 동작을 지켜보고 있던, 동료 제소자들이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환호하고 있다. 그는 한쪽 입꼬리를 씩-하고 치켜올리며, 건방진 미소를 그들에게 날린다. 그리고 철봉 옆, 의자에 걸터앉아 다른 제소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잡스-런 얘기들뿐이다.
잠시 후, 교도관들이 마이크로 입실하라고 방송하자, 운동장에 있던 제소자들이 하나, 둘 입실하기 시작한다. 우리도 그를 따라 실내로 들어간다.
방은 4명이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나와 사제는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 서서 그를 지켜 보기로 했다.
누워있던 그가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으로 잠시 몸을 풀고, 이어서 팔굽혀펴기 100개를 했다.
그리고-나서 체격이 큰 동료 한 사람을 목에 태우고 스-쾃을 하기 시작한다. 50개를 연이어 하고 나서야 운동을 멈춘다. 그리고 마치 정해진 일과처럼 물구나무서기로 마무리한다.
저녁 9시, 점호를 마치고 그가 바로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잠이 든다.
그는 아주 건강하게 허약해질, 틈 없이 이곳에서 너무 잘 지내고 있었다.
우리는 교도관들의 야간-조, 근무 교대 시간에 맞춰 교도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교구 성당을 통해 미-드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내내 사제는 말이 없었다.
그는 교도소 안에서도 집처럼 편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벌을 받고 있다고, 한 순간도 여겨지지 않을 만큼 평안해 보였다.
그런 그에게 고통을 주는 것도, 그를 좌절하게 만드는 것도, 지금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그의 가슴을 헤집고 들어갈 틈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사제실 방 앞에서 요나 사제와 인사하고 바로 헤어졌다.
너-무 화가 났다,
순간 원수를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이 갑자기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든다, 현재로서는 용서할 수 있는 마음에 여유가 티끌 만큼도 없다. 분노를 마음에서 비우려고 애써 보지만, 잘-되지 않는다.
교도소에서 마주-친, 그의 당당한 모습이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순간 오버-랩 된다,
나-쁜-놈!
잠들기 전, 의무적으로 해오던, 주기도문을 완전 대충 얼버무리고, 하루를 억지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