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새벽에 조깅하고 있다.
하늘에서는 오로라가 밝아졌다 짙어졌다. 를 반복하며, 매순간마다 변하고 있었다.
뛰고 있는데, 누군가 벤치에 홀로 외롭게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요나 사제다.
사제가 벤치에 앉아 입을 벌리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 사제님!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 아, 문도? 굳-모닝!
- 모닝이 아니고 새벽인데요,
더- 주무시지 않고.
- 그냥-, 잠이 안 와서.
눈이 자동으로 떠지길-레, 눈 뜨고 누워있기도 그래서-, 그냥 나와-봤지.
- 제 방에 가서, 차 한-잔 하실래요?
마침, 집에서 가져온 도넛도 있는데.
- 도넛-, 먹는 도넛?
- 네, 도넛이요.
-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만. 언제 또 그런 걸 만들었어?
- 미-드 오기 전-날 만들었어요.
기름에 튀긴 거라서 아직 드시기 괜찮을 겁니다
- 그럼, 가야지-
우리는 지금 찻잔을 마주하고 있다.
- 도넛이 꽤- 맛있는걸.
카-토, 우-노도 굉장히 좋아했겠는데-, 그렇지 않나?
- 예-
달라고 보채기 시작하면 다리가 아플 정도로 두 녀석이 긁어대는 통에 안 주고는 도-저히 못-배길 만큼, 좋아하죠.
주말에 근처 호수에 가서 코코넛- 피쉬 몇 개를 따다가 집에 매달아 두고 왔거든요.
육수 만들 때, 사용해- 보려고요.
기억나시죠? 지난번 말씀드린,
- 당연하지. 그래, 언제쯤이면 맛볼 수 있겠나?
- 이번 주말이면 가루로 만들 수 있겠죠? 그러면- 다음 주 일요일에 장이 서니까. 그날- 오시면 되겠네요.
오셔서, 냉면 한 그릇 하시고 가세요
- 그래? 기대되는-구만,
그리고 그 가루 나눠주기로 한 거, 잊지 않았겠지?
- 그럼요, 그러지 않아도 나눠드리려고, 조금 넉넉히 준비 했어요.
- 역시 자네밖에 없구만.
- 아, 왜 또 그러세요? 새벽부터-.
뭐 시키실 일이라도?
사제가 남은 차를 쭉-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 덕분에 잘 먹었네, 조금 쉬고, 이따가 보세.
- 네, 그러시죠.
집에서 가져온 도넛이, 그가 활력을 찾는 데, 작은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
가끔은 작은 도넛 한 개가 많은 위로의 말을 건내는 것 보다 나을 때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출근하자마자, 사제의 방으로 갔다.
똑똑 방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방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다. 사제가 없는 모양이다.
다시 자료실로 갔다.
그곳에서 사제가 책상에 앉아 자료들을 책상 위에 펼쳐 놓고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었다.
- 여기 계셨네요?
지금 사제님 방에서 오는 길이에요.
- 아 그래-, 식사는 했나?
- 아직-요. 사제님하고. 같이 하려고요.
사제님은 식사하셨어요?
- 아니-,
조금 전까지는 도넛 먹은 것도 있고 해서 아침을 안 먹으려고 했는데-, 자네를 보니, 갑자기 식욕이 돋는-구만,
자-, 식사하러 가세.
식당 안은 식사하려는 많-은 사제-들로 북적거렸다.
아마 오늘 메뉴가 다른 날보다 특별한 모양-이다.
메뉴가 좋은 날은 다-들 어떻게 알았는지, 일찍부터 식사를 서둔다.
그래야 음식이 다 사라지기 전에 먹을 수 있어서다.
오늘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마침내 가까스로 배식 테이블에 거의 다-달았을 때, 콩으로 만든 스테이크 마지막 조각을 내 앞에서 다른 사제가 채-가는 아찔한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다.
참- 아쉽고 씁쓸하다.
미-드에서 제공하는 콩-스테이크는 한우 투뿔-스테이크 보다 10배는 더 맛있는데, 오늘은 아쉽게도 먹을 기회를 간발의 차이로 놓쳐 버렸다.
사제 방에 들리지만 않았어도, 자료실에 가지만 않았어도 넉넉히 먹을 수 있었는데-,
나는 그 아쉬움에 콩으로 만든, 베이컨이 들어있는 샐러드를 잔-뜩 식판에 퍼-담고, 카레와 납작하게 구운-빵에 복숭아-쨈을 두껍게 발라 원두커피와 함께 테이블로 가져왔다.
사제는 이미 앉아 식사하고 있다.
면을 좋아하는 그의 식판에는 토마토-스파게티가 작은 산처럼 쌓여 있다.
- 자네, 콩 샐러드를 참- 좋아하는 모양이군?
남의 속도 모르고. 내가 가져온 샐러드의 양을 보고 그가 아무렇게나 말을 던진다.
- 하필이면, 제 앞에서 콩 스테이크가 딱-! 떨어져서요.
나는 아직도 남아 있는 아쉬움에 “딱”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고 얘기한다. 왠지 이 아쉬움이 하루 종일 내 마음을 떠날 것 같지 않다.
어쨌든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자료실로 갔다.
- 뭐- 찾으신 것, 있으세요?
- 찾으면 찾을수록 나쁜 놈이라는 사실 밖에는 나오는 게 없-구만.
오늘은 밤부터 아침까지 그를 지켜볼 생각이네,
왠지 내 느낌에 그래-야만 할 것 같구만.
나쁜 놈들은 항상 어두워지면, 움직이거든.
오늘은 늦은 시간까지 거기 머물러 있어야 할 것 같으니. 자네도 가서, 좀 쉬게.
우리는 각자 방으로 돌아가 낮잠을 자고, 저녁 타종-시간에 맞춰, 미-드에서 저녁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밖이 쌀쌀하다.
우리는 야간 근무자들의 교대 시간에 맞춰, 간수들이 이동 하는 통로로,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다.
방들은 이미 소등-돼 있고, 중앙 통로에 붉은색 취침-등만 어두운 공간을 지키고 있었다.
그놈이 있는 방에도 코-고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우리는 복도에서 작은 창살을 통해 그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밤 12시, 방 한쪽 모퉁이에서 한 사람이 소리 없이 일어나 뒤편 화장실로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곧 벽을 바라보고 서서,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이어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그는 다-들 자고-있는 이 시간에 홀로 일어나,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가 다시 눕는다. 그리고 바로 코를 골며 잠이 든다.
사제가 이제 그만하고 밖으로 나가자고 내게 사인을 보냈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걸어서 왔던 성당으로 되돌 아가고 있는 중-이다.
- 사제님! 아침까지 거기 계시겠다고 하시고, 왜? 일찍 나오신 거예요?
- 더러워서-,
그놈 하는 짓을 그냥 지켜보고 있기가, 힘이 드는-구 만,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망설이다가 얘기를 꺼낸다.
- 음-, 어쨌든 고개 하나는 넘은 것, 같-은데.
- 고개-요? 무슨 말씀 하시는-건지,
- 실마리 말일세.
- 아- 그- 실마리요?
- 실마리는 찾았으니,
이제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그놈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못 하게 된다면, 좌절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겠나?
그리고 영원히 할 수 없게 된다면, 그게 고통이지.
이보다 더 큰 고통이 어디 있겠나?
단정 지어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군.
우리는 미-드로 돌아와 숙소로 갔다.
사제는 실마리를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 이틀간, 오늘 방문한 그 시간에 다시 그곳을 찾기로 했다.
우-노와 카-토가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을-지, 너-무 궁금하다.
우리는 이틀간, 그곳에 같은 시간에 그를 찾아갔다.
그는 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똑같은 자세로 그 짓-거리를 했다. 마치 정해져 있는 하루-일과 처럼 그 짓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댔다.
우리는 오늘도 제소자들이 방으로 입실하는 그 시간에 맞춰 그에게 갔다.
- 자네는 바깥에서 대기하게, 나는 안으로 들어가겠네.
- 네? 그가 있는 방에 혼자 들어가시겠다-구요?
- 음, 들어가서, 마무리해야지.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놀라지 말게, 그리고 여기서 기다리시-게.
우리는 2257번이 입실하기 전, 그의 방에 미리 도착해, 사제는 방에서 나는 복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벨이 울리고 그와 그의 감방 동료들이 통로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이 입실하고 우리는 각자 위치에서 밤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밤, 12시가 되자, 마치 시간을 맞춰 놓기라도 한 사람 처럼 그가 벌떡 일어나, 창을 바라보고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바지 허리춤에서 뭔가를 꺼내서 들고 흥분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몸을 웅크리고, 그의 손이 바빠지려 하는, 그때, 사제가 바통을 꺼내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든,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순간 도끼질하듯 사제의 바통이 허공을 가르고 수직으로 힘껏 내리찍는 순간, 악-하는 그의 외마디 비명이 벽을 뚫고, 교도소 전체에 울려 퍼졌다.
곧 실내등이 켜지고, 그의 그곳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나오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손으로 꽉 누르고 있는, 이 순간에도 피가 손가락 사이로 장마에 저수지 둑 터지듯, 넘쳐서 흐르고 있었다.
실내는 그의 피로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이어서 교도관들이 달려오고,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라 허둥지둥-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119구급-차가 도착하고, 지금은 그를 대학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이동 중-이다.
우리는 구급차를 타고, 그와 같이 이동하기로 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응급센터에 대기하고 있던, 의사들이 그를 수술실로 옮겨, 그의 상태를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나도 그들 틈에 섞여, 그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그의 그곳은 완전히 너덜너덜 헤-져서 형태도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 의사1 : 빨리 수술 준비해 주세요. 바로 들어가야 합니다.
- 의사2 : 생식기를 살릴 수는 없을 것 같아-.
이 상태로는 지혈조차 힘들겠는-걸.
- 의사1 : 그럼- 바로 절제 수술 들어가야지.
요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겠는데,
수간호사님, 수술 준비 서둘러 주세요.
그는 지금 거의 기절한 상태로 수술실로 들어가고 있다.
수술-방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에도 그는 뭔가를 손에 꼭 쥐 고 있다. 그가 비명 지르기 전, 뭔가를 꺼내 흥분하던 모습이 기억났다.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르는, 낡고 오래된 여성용 팬티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는 이 와중에도 낡고 색이 바랜, 팬티 한 장이 자신의 생명줄이라도 되는 양, 팬티를 손에 꼭 움켜쥐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그가 수술실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수술이 많-이 길어지고 있다.
새벽 5시,
수술한 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와 수술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교도관들에게 그의 상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의사 : 다행히 절제 수술은 잘 됐습니다만, 당분간 환자 상태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저런 일이 발생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없나요?
저희도 사고 경위를 위에 보고해야 해서요,
- 교도관 : 저희도 아직 모릅니다.
돌아가서 같은 방 제소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파악하는 대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입원해야 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상부에 보고도 해야 하고, 근무자도 병원에 파견 조치 해야 할 것, 같아서요.
- 의사 : 글쎄-요,
생식기를 거의 잘라내다시피 해서-,
아무는 것도, 아무는 거지만, 외상후스트레스로 인해, 많-이 힘들어 할 겁니다.
아무래도 입원 기간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보고, 추-후에 말씀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 교도관 :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거지요?
– 의사 : 예-, 생명에는 지장 없습니다.
– 교도관 : 수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사제와 나는 서로 말없이 병원 근처 성당으로 가고 있다. 사제 얼굴이 밝지 않고, 오히려 어두워 보였다.
- 할 일을 한 것 같은-데, 영- 기분이 별로-네.
돌아가서 빨리 쉬고 싶-구만,
혹시 자네 마시고, 남은 포도주 없나?
- 없는-데요.
- 그래-?, 아쉽지만,할 수 없지.
우리는 미-드로 돌아왔다.
- 당분간은 그도 병원에서 지내야 하니, 그에게 안 가-봐도 될 걸세. 그러니 이번 주말까지 아이들 하고 천국에서 지내고 다음-주에나 보세.
- 그럼- 이번 주말, 다른 계획 없으시면, 저희 마을로 오시죠.
장날, 이웃에게 시원-한 물냉면 대접-하려고요.
- 그래? 그렇다면 가야지-,
가서 안 먹을 수 없지?
그럼- 일요일 점심에 보세.
- 반응이 어떨지 몰라서, 이번에는 50인분만 준비하려- 고요. 그러니 일찍 오세요. 혹시- 모르니까.
- 서둘러, 가야겠는-걸.
나는 양이 좀 많은데, 곱-빼기도?
- 당연히 해-드려야지요.
저희 마을-광장에 “Bon appetit”로 오세요.
- 오우 케이!
사제는 미-드에서 자고, 오후에 집으로 가겠다고 한다.
많이 피곤 한 모양이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씻고 빨래-거리를 챙겨. 집 으로 향했다. 피곤함보다는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트랙을 모처럼 한가롭게 걸으며, 오로라가 펼쳐져 있는 하늘을 올려다- 봤다. 파란 하늘이 점점 노란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자꾸만 그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고민하던, 사제의 얼굴이 떠오른다.
악을 악으로 갚지 않는 것이 사제들에게 주어진 행동강령이었다.
우리에게는 오로지 명령서에 따라 악을 제거하는 것만 허용이 됐지, 일에 개인 감정이 개입 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런데, 사제는 바통을 휘두르는 순간, 감정을 온몸에 실어 바통으로 내려친 것 처럼 보였다. 그의 상처 부위가 그런 사제의 감정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즉사할 수도 있었다.
사제는 이 부분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고 있는 듯 보였다.
지난 사제-회의 때, 장로님이 우리에게 강조했던 부분을 지시한 그대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그 만큼만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나는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