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사제

by 차섭


나는 집에 오자마자, 뒤편 숲으로 달려갔다.

우선 처마 밑에 줄에 꿰어 말린, 코코넛 과육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지 부터 살폈다.

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과육을 만져본다.
아주 잘 말라- 있었다.
말린 과육을 반-으로 쪼게,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본다.

북어 말린 것보다, 더 북어 같고. 고소한 짙은 생선 냄새가 난다.

조금 잘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본다.

식감이 언젠가 먹어-본, 마른 대구포 같다, 그리고 말린 다시마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감칠맛이 입안을 꽉 채- 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혀 비리지 않다.

마치 북어에 마른 표고버섯을 섞어 끓인, 국물 같은 육즙이 씹을 때-마다 이빨 사이로 비집고 나와, 내 입을 풍요롭게 만든다.

성공이다.

어쩌면, 이곳에서 내가 만든 냉면이 더 맛-있을 거라는 건방진, 확신이 든다.


나는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신이 나서 한달음에 알로 아주머니 집으로 달려갔다.


- 얘들아! 아빠 왔어-.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알로 아주머니가 환한 미소로 나를 반긴다.


- 아이들 어디 갔나요?

- 문도, 어서-와요.

우-노! 카-토! 아빠 왔다. 어서 나와서 인사해야지-

이를 어쩌나! 문도- 섭섭해서-, 애들이 설-리랑 노느라 바빠서, 나오려고 하지 않네.


잠시 후, 문앞에 설-리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다, 그제야 아이들이 조-이와 같이 따라 나와, 나를 보고 반긴다.

설-리가 한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반가운 표정 으로 내게 인사를 건넨다.


- 아빠가 불러도 안 나오고, 이녀석들 설-리 이모가 아빠보다 더 좋구나?

그간 잘 지내셨어요?

- 네, 덕분에, 지금 오셨나 봐요?

- 네, 지금 퇴근하고, 바로 오는 길입니다.

- 문도-, 들어와서 차 한잔 하고 가요?

- 그럴까요? 혹시 제가 두-분 방해하는 건, 아닌가 해서요?

- 방해는 무슨-, 설-리가 차를 가져와서-, 차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있었어요.


우리는 지금 거실에 앉아, 아주머니가 내어 오신 따뜻한 차와 쿠키를 먹으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이들은 거실에 가만히 앉아, 각자에게 주어진, 쿠키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조금씩 뿌-셔 먹으며, 마치 우리 대화를 알아듣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 시간을 사진-액자 속에 영원히 가둬두고 싶을 만큼, 아이들 표정이 너-무 따뜻하다. 그리고 비로소 내가 지금 천국에 아이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이 쉬어 진다.


나는 알로 아주머니와 설-리 양에게 일요일 장날, 점심에 “Bon appetit”에서 냉면 시식 행사를 열- 거라고 알려줬다.

두 사람 다- 냉면이 어떤 음식인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니 먹어본 적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
열심히 해-보지만, 내가 말로 하는 어떠한 설명으로도 냉면의 담백한 맛을 담아내기에는 역시 뭔가 부족하다.

특히나 냉면은 그 맛을 어떤 맛이라고, 콕 찍어 단정- 짓기가 너-무 어렵다.

시큼털털한? 시원한? 아니면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어느 것, 하나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안 먹어-본 사람들에게 표현하기란 더 어려운 맛-이다.
이번 기회에 두 사람 모두 먹어보도록 하는 게, 나중에-라도 대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내 이야기를 듣고, 아주머니도 설-리도 나를 돕겠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혼자 하기에는 버거울 것 같아, 알-로 아주머니나 로-지 아주머니께 도움을 청할 생각이었는데-.


-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50인분 정도만 만들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께 냉면이 이런 겁니다. 하고, 소개하려-구요.
두 분은 당일-날 오셔서, 면을 그릇에 담는 일만 도와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음식에 들어갈, 기본 재료는 미리 만들어서 가져 가려-고요.

- 저도 도울 수 있는데,
저도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해요.


설-리가 웃으며 이야기한다.


- 그래-, 둘이 같이하면 되겠네. 하면서 심심하지도 않고!


알로 아주머니 말씀에 못 이긴 척- 나는 내일 설-리 양과 우리 집에서 함께 준비를 하기로 한다.


- 두 분 뜻이 정- 그러시다면-, 감사합니다.


설-리와 헤어져, 카-토와 우-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오자마자, 창고에서 돌-절구를 꺼내 세척하고 물기를 잘 닦아내고, 말-린 과육을 가져다가 절구에 넣고 찧기 시작한다.

과육에 절구-공이가 닿을 때마다, 과육이 곱고 연한 핑크-빛 가루로 변신한다.

잠시 절구-질을 멈추고, 두 손가락으로 가루를 꼬집어서 맛을 본다. 그 색상 만큼이나 오묘하고 맛있다.

확실히 이번 작업은 성공한 것, 같다.
열심히 두드리다 보니, 어느새 저녁을 준비할-시간이다.

두 녀석이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카-토가 내 앞으로 와서 내 얼굴을 마주하고, 끙끙대며 열심히 내게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자 우-노도 카-토 옆에 서서 나를 보고 웅얼대기 시작한다.

마치, 나보고 예전에도 매일 늦어서 자기들 저녁을 늦게 주더니, 여기서도 그 버릇 못 고쳤냐고, 나무라는-듯 하다. 곧 보따리를 싸서 나갈 눈치-다.


- 너희 배- 고프구나?


이 말에 기다렸다는 듯, 나를 보고 짓기 시작한다.

동의요! 재청이요! 두 녀석 대답이 끊이질 않는다.

나는 가루를 소분-해서 용기에 담고, 서둘러 저녁 준비를 한다.


오늘은 맛있는 스튜다.

냄비에 감자와 콩-소시지, 양배추 그리고 당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넣는다.

그리고 냄비에 버터 두-조각을 넣고, 스토브 위에서 볶아준다.

채소가 버터에 코팅-돼서, 골고루 윤기가 날-때쯤, 물 세-컵을 넣고, 뚜껑을 덮고 끓인다.

채소가 어느 정도 익었다고 판단되면, 만들어 놓은, 루- 두 스푼 그리고 방금 만든, 피쉬-파우더 세-스푼을 넣고 가루가 뭉치지 않도록 한 방향으로 잘 저어가며 끓여준다.

이때 가루들이 냄비 바닥에 눌어-붙어 타-지 않도록 조심하며 계속 일정하게 익을 때까지 잘 저어-준다.

그리고 스튜 표면에 화산 분화구처럼 기포가 올라오면, 냄비를 식탁 위로 옮긴다.

마지막으로 스튜가 식-기를 기다려 먹을 수 있을 만큼 식으면, 그때 맛있게 먹는다. 반드시 절대 서둘지 않는다.


- 카-토! 우-노! 기다려-, 식-어야, 먹지.


나는 스튜를 빨리 식히려고, 오늘도 양손으로 열심히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면서 먹을 수 있을 만큼 식었는지 확인하느라, 중간중간 새끼손가락으로 스튜가 아이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적당한-지 계속 확인해 본다.

잠시 후, 충분히 식은 것을 확인하고, 아이들 앞에 그릇을 내어준다.

그러자 카-토가 조심스럽게 그릇으로 다가와 소심하게 혀로 조금 찍어 맛을 본다. 그리고 먹기 적당했는지, 나와 눈을 마주-치며, 먹기 시작한다.

소심한 우-노는 카-토가 먹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먹기 시작한다.

녀석들이 먹는 것을 보고 그제야 나도 먹는다. 그리고 스스로 마구 감탄한다.

너무 맛-있다. 마치 대구 살만 골라서 만든, 가르-파쵸 처럼, 맛도 식감도 상상 이상-이다.

루-에 남아 있던, 치킨 맛과 오늘 만든, 파우더의 맛이 함께 어우러져 극-강의 조화를 이룬다.

눈빛을 보니, 녀석들도 내 생각에 동의하는 눈치다.

나는 지금 식탁에 앉아 내일 준비할 재료들을 하나-씩 연필로 적으며, 빠진 게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 무, 오이는 마트에서 가져오면 되고. 메밀국수는 조금 여유 있게-.
파우더는 육수 만들 것, 한-통, 사제님 드릴 거, 한-통, 가져가면 되고.
초절임은 설-리 양하고 만들고,


어느새 아이들은 침대로 올라가, 둘이 마주-보고 천사 처럼 잠이 들어 있다.

나도 그런 아이들 이마에 입-맞추고, 두 아이 옆에 조용히 눕는다.

하늘로 나-있는, 창문으로 별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카-토야! 우-노야! 사랑해!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제면소에 들러, 일요일 사용할 메밀국수 60인분을 주문하고, 마을 마트에서 커다란 무 5 개, 오이 10개를 픽업-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아이들이 밖으로 뛰어나간다.


- 문도 씨-, 저 왔어요.

카-토, 안녕-! 우-노도 안녕!


카-토와 우-노가 설-리 에게 몰려-, 서로 안으라고 난리다. 녀석들이 나에게도 하지 않던, 짓을 설-리만 보면 한다.


- 어-구 어-구 어제 봤는데도 그렇게 반가워?
- 오셨어요? 일찍 오셨네요.
- 같이 점심 먹으려고, 로-지 이모네 들려서 호밀 빵하고 쿠키 좀 가져왔어요.
- 저도 출출했는데, 잘됐네요.


그녀의 양손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갓-구운 빵과 쿠키가 한 아름 들려 있다.

우리는 바깥 테이블에 앉아, 폭포처럼 쏟아지는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차와 빵을 먹기로 했다.

카-토와 우-노가 마-당에서 그녀와 노느라 정신이 없다. 녀석들은 그녀가 그렇게 좋은 모양이다.


- 카-토! 그만 놀고 와야지?
안 오면, 아빠가 네 쿠키, 다- 먹는다. 설-리 양! 오셔서 빵 드세요.


나는 빵을 잘라서 도마에 올려놓고, 복숭아-쨈과 딸기-쨈을 주방에서 가져온다.

갓 구운 호밀-빵에 복숭아-쨈을 듬뿍 발라 먹는, 것을 나는 아주 좋아-한다.

이렇게 호밀-빵을 먹을 때는 쌉쌀한 원두커피가 제격이다. 깊어-가는 가을에는 더욱 그렇다.

커피의 진한 향기와 푸근한 햇살이 녹아있는 싱그러운 바람은, 이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마주 앉아서 빵에 커피를 마시고 있다.

호밀-빵의 텁텁함과 복숭아-쨈의 달콤함을 커피가 넉넉 하게 받쳐준다. 셋의 하모니가 한 몸처럼 조화롭다.

어느 것, 하나 빠져서는 안 될 것만, 같다.
녀석들은 쿠키를 맛있게 해치우고 있다. 벌써 두 개째다. 우-노도 카-토의 먹는 속도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 무와 오이를 먼저 채-썰어야 해요.

냉면에 올릴 피클 같은 초절임을 만들려고요. 그것-만 만들면 끝-이에요.
나머지는 식당 가서 해야-될 일 이라서요. 내일도 시간 되시면, 오늘처럼 저랑 ...... ?


나는 내일도 도와달라는 말을 끝까지 못-하고, 나머지는 눈으로 말한다.

지휘자의 표정만 보고도 언제, 어떻게 곡을 연주할-지 아는 첼리스트답게 설-리가 이내, 내 질문에 의도를 알아 차린다.


- 오브-코스!, 물론 도와-드려야지요.
- 감사합니다.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 은혜는요? 이웃끼리 돕고 살아야죠, 냉면이 맛-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부담되는데요.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라서.
최선을 다해-봐야죠.
머- 기본에 충실하면, 산으로 갈 일은 없겠죠?
워낙 순-한 음식이라서, 설-리 씨가 울- 만큼의 임-팩 트는 없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만큼, 충분히 맛은 있을 겁니다.


초절임 만들기


- 우선 무와 오이를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무는 무대로 오이는 오이대로 넓적 하게 채를 썰어 소금을 적당히 뿌려서 잠시 재워 둔다.

- 절인 무와 오이를 물로 세척하고, 채-반에 받쳐 물기를 제거한다.

- 오이와 무를 한곳으로 모으고 사과식초 3컵, 사탕수수 1/2컵, 소금 1스-푼, 물 반-컵을 넣어 다시 재운다.


초절임을 만드는 동안, 두 녀석은 카펫에 누워 기분이 좋은지 기지-개를 켜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턱- 받치고 엎드려, 나와 그녀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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