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7 : 돈 땜에 돈- 놈.
나는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자료실로 갔다.
그가 어젯밤 병원에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기사가 신문 사회면에 실려 있었다.
결국, 그에게는 회개의 과정도 회심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스-올로- 가버렸다.
나는 자료실을 나와 기도실로 갔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로 인해 피해-입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그에 대한 원망의 그늘에서 벗어나, 더 이상 병들지 않고 상처가 아물 수 있기를 기도했다.
악은 결국, 소멸-되고, 사라진다는 것을 두 번째 하늘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저 당하고 견디기만 했다. 그리고 실체가 없는 그들을 두려워했다.
악은 대적하면, 떠-날 수 밖에 없는, 그런 하찮은 존재였다, 태초부터 그렇게 디자인 되어 있었다.
본질이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간이 그 악을 흉내-내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수의 인간에 의해 악이 점점 더 잔인해지고, 다수의 인간은 악에 대적할 힘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항-해보지도 않고, 쉽게 포기했다.
그들은 그것을, 현실을 받아들인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요구되는 변화가 두려워서 악을 피하고 외면하려고 했다.
악은 아침에 있다, 곧 사라지는 미세-먼지 같은 하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갖는, 두려움이 악을 더 강하고, 커다란 존재로 상상하도록 만들었을 뿐-이었다.
그는 이제 스-올에서 사라지고 없는, 존재가 됐다.
이게 악인으로 살다-간, 그에게 정해진 결말이었다.
기도실을 나와서 요나 사제의 방으로 갔다. 그의 방 앞에서 막 문을 열고 나오는 그와 마주쳤다.
- 사제님, 그가 결국......
- 알고 있네,
그러지 않아도 지금 장로님께 보고드리려고 막 나오는 참이네. 자네도 알고 있는 걸 보니 자료실에서 오는 모양이군?
- 예.
- 장로님께 가-세.
우리는 그길로 도마 장로님 사무실로 갔다.
아가다 수녀님이, 장로님이 이른 아침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 오, 요나!문도!
형제님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 아멘!
- 그러지 않아도 자네들을 기다리고 있었네.
장로님들이 예상한 대로 요나 자네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일을 잘 처리해-줘서 고맙네.
결과를 보니 과정이 그려지더군.
문도, 그가 좌절하는 모습을 확인했는가?
- 예-,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 그랬을-겁니다.
- 음, 늦었지만, 그의 죽음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으면 좋겠군, 그리고 더 이상 피해자와 가족들의 희생이 없어야 할-텐데.
아무튼 두 사람, 수고했네.
- 할 일을 한 것, 뿐-인데요.
요나 사제가 장로님 칭찬에 겸연쩍은 표정으로 이마를 긁적이고 있다.
- 자-, 오늘도 새로운 임무가 기다리고 있으니, 출발-해야지?
장로님은 항상 사제들에게 부지런히 임무를 수행할 것을 주문하셨다. 우리가 게을러지는 순간, 악은 아주 작은 틈에도 뿌리를 내리고 순식간에 그 영역을 넓혀서 결국 좋은 열매가 맺지 못하도록 땅을 망쳐 놓는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돈 받고 일하는 척-만 하는, 삯-꾼이 아니라 일-꾼이라고 했다.
삯꾼이 지나간 자리에는 잡초만 무성할 뿐, 곡식이 자라-지 못하지만, 일꾼이 지나간 자리에는 곡식이 여물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죽이는 것, 같으나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 루디아 수녀님!
준비된 자료, 두 사제에게 주세요-.
다른 질문이나 하고 싶은 말은?
- 없습니다.
- 그럼, 오늘도 우리 모두 승리 합시다.
우리는 방에서 나와, 비서 수녀님이 주신 자료를 들고 요나 사제 방으로 갔다.
자료에는 오늘 회수할 대상에 관한,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38세 남자.
3년 전, 화재로 부모를 잃고, 이후 결혼하여 현재의 아내와 장모님을 모시고 P-시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한 중소 기업 경리과장으로 근무 중.
표면적으로, 그는 평범한 직장-인에, 건실한 가장으로 장모님을 모시고 사는 착한 남자였다. 그러나 자료 다음 장에 그의 진-면목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3년 전, 화재는 그가 고의로 저지른 화재 사고로, 사고를 위장한 존속 살인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아서, 보험회사는 사고 직전, 그가 부모 이름으로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알고서도 거액의 보험금을 그에게 지-불 해야만 했다. 그러나 도박에 빠져-있던, 그는 결국, 받은 보험금을 다- 탕진하고, 회사 공금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리고 횡령-금액이 점점 늘어나자, 다급해진 그는 다음 대상으로, 장모님 이름으로 보험을 들고, 다시 사고사로 위장한, 살인을 계획하고 있었다.
거기서 더 나가, 자신에 아내까지 범행 대상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보고서 마지막 줄에 적혀 있었다.
그리고 장로님이 직접 작성한 명령서에는 그를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반드시 회수해 오라고 언급되어 있다.
우리는 회수-상자를 수령하고, P-시 마태오 성당으로 출발했다.
서면 시장 근처라 그런지, 이 시간 성당 주변 골목마다 장을 보는 사람들과 차들로 북적-거린다.
시장 상인과 고객-간에 흥정하며 오고 가는 소리, 길을 비켜 달라고 울려대는 자전거 경적-소리가 시장 여기저기서 아름답게 들려온다. 그리고 이 냄새, 저 냄새가 뒤-섞여 더- 맛있어진, 냄새가 시장-통로를 가득 채우고 있다.
- 우리도 이쯤에서 식사하고 이동하는 게, 낫겠군.
- 예, 그러시죠.
- 일단 여기 왔으면, 돼지국밥 정도는 먹어줘야 하지 않겠어?
자네, 돼지국밥 좋아하나?
- 즐기지는 않았지만, 가끔 먹었던 기억은 있습니다.
- 여기서 먹는 돼지국밥은 다르다니까.
한 번 먹어봐! 아마 자네도 좋아하게 될-거야.
점심 먹기 이른 시간인데도 가게 안은 제법 많은 손님이 이미 식사하고 있었다.
사제가 많이 와-본 사람처럼 돼지국밥 두 그릇과 찹쌀순대 대-자를 주문했다.
오늘도 그는 먹부림에 진심-이다.
그가 욕심을 내는 건, 이곳 음식이 그만큼 맛이 있다는 증거다.
다-들 정해진 룰-처럼 국밥과 고추를 된장에 푹-찍어서 순대에 얹어 함께 먹고 있다. 그리고 국밥을 먹느라, 식사 중에 대화하는 사람은 볼 수가 없다.
곧 주문한 식사가 나오고, 나는 사제가 하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며, 그가 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해본다.
국밥에 면 사리와 부추, 다-대기를 넣고, 수저로 국물을 저으니 밑에서 빨간색이 올라오며 맛있게 번진다.
고기와 밥, 국물을 함께 떠-먹어 본다. 국물 맛이 깊으면서 함께 씹히는 돼지비계의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고추를 장에 푹 찍어 같이 먹는다.
무언가 약간 부족한-맛의 균형을 잡아주며 아쉬울 뻔한 목-넘김의 끝을 완벽하게 마무리-해준다.
참- 맛있다.
사제는 따로 주문한 순대도 국물에 적셔서 먹는다. 그리고 고추도 장에 찍어 함께 먹는다.
나도 따라서 해-본다. 찹쌀로 만든 순대의 쫀득함이 나를 웃게 만든다.
내게는 조금 자극적이지만, 돼지국밥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맛있다.
- 어땠어?
- 맛있어서, 먹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 내 말이 맞지? 맛있다고 했잖아.
자네- 내가 가자고 해서 실패한 적, 있었나?
- 그러게요, 덕분에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 이제 일하러 가야지?
식당을 나서니,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시장을 벗어나자마자,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바로 대로-변, 코너에 위치-한 오래된 건물로 들어간다.
비상구를 통해 계단을 올라가며 크로노스 보드를 1시간 빠르게 조정하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다.
5층 사무실,
직원 대부분이 식사하러 나가고 자리에는 아무도 없다.
사장실 옆에 경리부가 벽을 사이에 두고 총무부와 나란히 붙어있다.
경리부서에 한 남자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업무용 컴퓨터로 인터넷-도박을 하고 있다.
잠시 후,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가 비상계단을 통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휴대전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 장모님한테는 말씀드렸어?
가시자고 하라니까-.
내가 모처럼 모시고 가서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같이 쉬다가 오자는데. 노인네가 왜? 안 가겠다고, 고집-부리 는-지, 도통 모르겠네-.
이미 예약해-놔서 취소 못 한다고 네가 말씀드려!
노인-네, 고집은,
그리고 안 가시면, 우리도 안 간다고 해!
지금 그는 아내에게 어느 외딴-섬에 숙소를 예약했다며, 장모님 모시고 주말에 그곳으로 여행을 가자고 하는-거다. 그런데 정작 장모님 본인은 집에 있을 테니, 둘-이서 즐겁게 잘 다녀오라고 했다고 한다.
장모님은 사위와 딸의 여행에 자신이 끼어서 사위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거절하는 거다.
집에서 항상 자기와 마주치는 사위에게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주고 싶었던 마음에 자식과 사위를 배려한 거였다.
장모님은 가뜩이나 둘 사이에 자녀가 없는 게, 자신의 탓-인가 해서, 늘 마음이 불편했었다.
그런데 사위는 외딴섬 숙소에서 그것도 자기 아내가 직접 보는 앞에서 우연한 사고로 장모님이 돌아가시는 상황을 연출하려고 하는 거였다.
정말- 어이없는 놈-이다.
딸 앞에서 어머니를 죽이려 들다니,
그것도 그깟 도박에 사용할 돈이 필요해서 그-잔인한 일을, 자신을 낳아 길러준 부모님에 이어, 또 저지르려고 하는 거다.
그는 지금 시장 건어물 가게에서 찌개-국물을 내-기 위한 용도로 딱새우를 곱게 간 가루를 구매하고 있다.
섬에 가서 이 가루를 장모님과 같이 먹을 음식에 아무도 모르게 넣으려고 하는 거다.
그의 장모는 새우나 게와 같은 갑각류에 들어있는, 트로포미오신에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체질-이었다.
게나 새우 성분이 들어 있는, 음식을 소량이라도 먹어서는 안 되는 특이 체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녀는 의도치 않게 음식점을 가는, 경우가 생기면, 갑각류가 들어간 조미료를 사용한, 음식이 있는지, 사-전에 물어보고, 확인하고 나서야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심지어 김치도 함부로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예민했다.
만일 모르고 먹을 경우, 그녀는 아나플락시스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사위인 그는 이미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가루를 외딴-섬에서 장모가 먹을 음식에 섞어, 그녀로 하여-금 음식물 섭취와 동시에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려는 거다. 그래서 자신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범행이 아닌, 사고로 꾸미려는 계획이다.
그리고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병원이 없는 그리고 골든-타임 안에 119가 절대 올 수 없는, 그런 외딴-섬으로 가려고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