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산속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덧 산-기슭에 도착해 있다.
이른 시간인데도 해가 많이 기울어 있었다,
봄-쉼터 까지는 앞으로도 족히 두 시간은 더 걸어야 할 것 같다. 걷다 보니, 어느 순간 주변이 봄으로 변해 있었다. 개나리, 철쭉이 여기저기 무리 지어 나타나고, 주먹-만한 모란이 탐스럽게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계곡에서 바람이 불자, 아름드리 매화나무에서 하얀 꽃잎이 눈송이 처럼 떨어졌다.
산을 오르는 내내-, 복잡한 꽃-향기가 우리를 더 깊은, 봄-나라로 끌고 가고 있었다.
산-모퉁이, 평소 꽃을 좋아하는, 카-토가 선두에서 길가에 핀 야생화 마다 일일이 코로 부-비고, 냄새를 맡으며 종종 걸음으로 바쁘게 올라 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잔뜩 신이-나서, 지나가면서 잎사귀를 입으로 살짝 깨물기도 하고 꽃잎을 코로 툭 건들면서 귀를 팔랑대며, 다음 꽃을 향해 깡총깡총 토끼-처럼 뛰듯이 걷고 있다.
예전에도 집 근처 공원에서 하얀-민들레를 만나면, 특히-나 좋아했던 카-토 모습이 기억 저-편에서 떠-오른다.
달-이는 우리보다 앞서 걸으며 우리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가끔 뒤돌아서 확인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걷고 있다.
미-소년, 우-노는 시종일관 내 옆에 붙어서, 나와 나란히 걷고 있다. 다행히 힘이 들어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50분 걷고, 10분간 휴식하면서 가고 있는 중-이다.
10분 휴식 동안, 아이들과 집에서 가져-온 말린 고구마를 내 배낭에서 꺼내서 나눠 먹는다.
- 우-노, 잘 걷네, 힘들지?
자-, 네가 좋아하는 고구마,
이거 먹고, 조금만 더 힘내-.
달-이도, 카-토도, 우-노도, 땅에 배를 깔고, 행복한 표정 으로 말린 고구마를 맛있게 먹고 있다.
잠시 후, 나는 수통에서 물을 꺼내, 아이들과 나눠 마시고 다시 출발했다.
설-리는 잠시 쉬는 동안에도 주변 경치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다.
- 봄꽃이 이렇게 다양하고 아름다운-지, 전에는 몰랐어요,
매화, 이팝, 조팝나무, 목련, 홍도화, 튤립, 그리고 이름 모를 꽃과 나무들.......
꽃 좋아하는 알-로 이모가 와서 보셨더-라면, 매우 좋아 하셨을 텐데, 조금 아쉽네요.
- 그러-게요.
다음에는 꼭 모시고 와야-겠어요.
어느덧, 해가 땅-끄트머리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있다.
이제 거의 다 온 거, 같다.
멀리서 이정표가 우리를 반긴다.
오르고 있는 계단 끝에는 오늘 묵-을 숙소가 있다.
드디어 나무로 지어진 10여-채의 작은 오두막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관리 사무소에 들러, 이곳을 관리하는 목자님에게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 위치를 확인하고, 힘들어 하는 우- 노를 안고,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이동하며 살펴보니, 숲-속에 오두막 몇 채가 더 있는 게, 보인다.
우리는 물이 흐르는 계곡 옆에 아담하게 지어진,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실내는 깨끗하게 잘 정돈-돼 있었다,
양쪽 벽면에 나무로 만든 침대가 있고, 중앙에는 배낭을 올려 놓을 수 있는 긴- 탁자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난방과 요리를 겸-하여 할 수 있는 아담한 크기의 화목-스토브가 입구 오른편, 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누군가 가져다 놓은 땔감이 창문 높이까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취사에 필요한 조리-도구는 가져온 것을 사용해야 한다. 땔감도 사용한 사람이 사용한 만큼, 다시 채워-놓아야 한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배낭에서 램프를 꺼내, 심지를 돋우어 불을 붙여 탁자 위에 올려 놓고, 짐 정리부터 했다.
작지만 우리가 하루를 묵어 가기에는 충분한 쉼터-였다.
이곳은 봄-이라, 밤이 되면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 그래서 그런지 벌써-부터 쌀쌀하다.
나는 화목-스토브에 불을 지피고, 식사에 필요한 조리-도구와 접시들을 꺼냈다,
설-리는 자기 배낭에서 음식 재료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고,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 메뉴는 크래커와 쨈 그리고 따뜻한 샐러드-다.
다들 많이 걸어서 그런지 많-이 지쳐 보인다. 그래서 최대한 서둘러 식사하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설-리가 채소 상자에서 미리 손질한 양배추와 브로콜리 감자를 팬에 올린다. 그리고 버터를 넣고 볶다가 채소가 어느 정도 익었을 때, 그 위에 올리브-기름을 듬뿍 뿌려서 고온에서 다시 짧게 볶아-낸다.
그리고 크래커에 자신이 만든 밤-쨈을 두껍게 발라, 아이들 접시에 셋-팅 하고, 우-노 2개, 카-토도 2개, 달이는 4개, 그리고 그 옆에 브로콜리 위주로 따뜻한 샐러드를 스-푼으로 접시에 덜어, 소-분해 준다.
- 얘들아! 기다려!
식어야 먹지-.
샐러드가 뜨거워서, 지금은 먹기 힘들어.
서둘지 말고, 조금만 참아-!
아이들이 바닥에 엎드려서 설-리만 쳐다보고 있다.
설- 리가 움직일 때-마다, 그 방향으로 셋이 똑같이 눈만 굴리고 있다. 많-이 힘이 드는 모양이다.
잠시 후, 우리는 침대에 걸터앉아, 아이들과 맛있게 저녁을 먹는다. 아이들은 정신 없이 자신의 그릇을 비우고, 아쉬운지 계속 빈 그릇을 혀로 핥고 있다.
설-리가 이 모습 을 보고 달-이가 메고 온, 배낭에서 당근-쿠키를 꺼내,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 준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음식을 남기면 남은 음식물은 집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래서 조금 아쉬워도 약간 모자르-게, 음식을 준비하는 거다.
아끼고 자제-하는 게, 숲에 대한 예의-고, 자연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남기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는 어느 누구도 결코 욕심 부리지 않는다. 그러면 그것-만으로도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내어-준다.
실내가 제법 따뜻하다.
나는 배낭에서 깔판을 꺼내 양쪽 나무 침상 위에 깔고, 설-리 에게 이불을 건네-준다. 설-리의 이불은 꽃-무늬, 내 것은 물결-무늬 이불이다,
둘 다 좋은 솜으로 만들어서 가볍고 따뜻하다.
그리고 휴대하기 간편하게 알로 아주머니가 이불을 둥글게 말아 묶을 수 있도록 이불 끝에 끈을 두 개씩 달아 줬다. 설-리의 아이디어를 아주머니가 완성한-거다.
그래서 부피를 최대한 작게 만들어, 배낭에 쏙 집어 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
침대가 정리되자, 카-토와 우-노가 자기들을 먼저 안아서 올리-라고 성화다. 나는 우-노부터 차례로 안아서 올려준다.
아이들 체중이 하루 사이에 많-이 준 것 같다,
많-이 가벼워졌다.
침대에 올라오자마자 각자 자리를 잡는다.
카-토는 내 다리에 기대고, 우-노는 내 옆구리에 자기 등을 밀착시키고 눕는다.
달-이는 설-리가 올라오라고 하자, 이내 성큼 침대에 올라 가 침대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입을 크게 벌려 하품-하고 그대로 드러-눕는다.
-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Good night-!
- 문-도 씨, 수고 많으셨어요.
카-토, 우-노, 달-이도 잘 자-!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램프를 끄고, 스토브의 흡입구를 아주 조금 열어놓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눕는다.
스토브에서 장작이 딱-딱- 소리 내며 타고 있다.
집-이라면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열심히 이곳까지 오느라 고생한 탓에 아이들도 불평 없이 조용히 잠자리에 든다.
화목난로 틈으로 불이 막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얼핏 눈에 들어온다.
나는 지금 우-노와 카-토의 숏-다리를 마사지-해주고 있다. 꽤 먼 거리를 그것도 산길을 이 작은 다리로 부지런히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려고 눈을 감-자, 아이들 코-고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들려온다. 그리고 떴-던 눈을 다시 감-자, 그 소리가 점점 아득히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