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일 우유니(볼리비아) > 라파즈 (볼리비아)
우유니는 겨울이 맞았다.
히터가 있었지만 너무 추웠고, 피곤함에 세수만 하고 자서 추운 새벽에 씻어야 했다.
하지만 숙소가 너무 만족스러웠다.
욕실에도 히터가 있었고, 뜨거운 물도 잘 나왔다.
(다른 숙소들 후기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글들이 있다.)
그렇게 셋 다 개운하게 샤워하고 체크아웃 준비까지 완료했다.
조식을 먹기에는 비행기 시간이 9시 15분 출발이라 조금 빠듯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제 우유니 공항을 보고 분명 보딩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조식을 즐기고 가기로 결정!!
8시에 조식 시작이라고 하여 잠시 기다렸다가 시간 맞춰서 로비(라고 하기엔 조금 그렇지만)로 내려갔다.
너무나도 친절한 주인 할아버지는 짐을 보고 있을 테니 걱정 말고 밥을 먹고 오라고 했다.
조식을 먹는 카페테리아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작지만 질서 있게 구분되어 있었고, 오래되어 보였지만 깔끔했다.
밖이 환하게 보이는 창문과 앤티크 한 식탁, 의자도 분위기를 한몫 더했다.
커피 맛도 어찌나 좋은지. 두 잔 마셨다.
시간이 엄~청 여유 있진 않았지만 빵, 시리얼, 과일까지 야무지게 먹고 나왔다.
우리가 조식을 먹고 나오는 사이 주인 할아버지는 택시까지 미리 불러 주셨다.
우유니 호텔 줄리아!! 별 점 5점이다.
숙박업소 사이트에 최고의 후기를 남겼다.
시설이 최신식은 아니었지만 다른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할아버지가 불러준 택시를 타고 15분 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역시나 이 작은 공항은 보딩까지 막힘없었다.
티켓팅부터 짐 검사까지 10분 정도 걸렸으려나...
바로 비행기 타는 곳 앞에서 대기할 수 있었다.
또다시 걸어서 비행기 타기! 이거 은근히 재미있다. 이렇게 우유니도 안녕!
한 시간 정도의 비행에 라파즈에 다시 도착했다.
두 번째 방문이라고 (공항은 정확히 3번째) 조금 익숙한 기분이었다.
라파즈 첫날의 숙소와는 반대 위치의 언덕 아래쪽에 있는 호텔이었다.
택시 기사를 잘 만나서 재미있게 올 수 있었다.
영어를 조금 할 수 있는 기사님은 라파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한국인을 무척 좋아한다!!
차도 처음으로 오토매틱이었다.
30분 정도의 이동 거리였는데, 내리막을 끝도 없이 계속 내려갔다.
4000미터의 도시가 이런 것인가 싶었다.
그렇게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지겨워질 때쯤 호텔에 도착했다.
엄마, 아빠는 택시 기사에게 홍삼 사탕을 주었다.
여행을 다니며 본인들도 드시고 외국인들에게 사탕을 나눠 주시며 약간의 뿌듯함을 즐기셨다.
또 체크인 시간보다 빨리 도착했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엄마, 아빠는 무척 피곤해하셨다.
특히 엄마의 고산병 증세가 더 심해진 느낌이었다.
아마도 중요한 일정이 끝났고 여행 후 처음으로 아무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날이라 긴장이 좀 풀리신 듯했다.
호텔에서는 얼리 체크인이 어려울 것 같다며 호텔 카페에 있어도 된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무전기로 체크를 하더니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방에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라시아스!!! 남미는 정말 친절하다.
잠시 기다리다니 방으로 가도 된다고 했다.
여행하며 많은 숙소를 예약하다 보니 내가 어떤 숙소를 예약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이번 숙소는 전체적인 건물 외관이나, 위치도 번화가는 아닌 듯하여 기대가 없었다.
또 1층 방으로 안내를 받아서 뷰도 없을 테니 더욱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맙소사. 더블 침대 세 개다.
(내가 이렇게 예약을 했나??? 모르겠다.)
방 컨디션도 좋았고, 뜨거운 물도 잘 나왔다.
일단 침대가 3개 있는 것이 가장 행복했다.
(남미 숙소 2등이다! 1등은 쿠스코ㅎㅎ)
가격도 약 7만원 정도로 매우 저렴했다.
오늘은 쉬기로 한 날인데 혼자 넓은 침대에서 뒹굴뒹굴 수 있다니!
짐을 풀어놓고 대충 옷을 갈아입고 마녀 시장을 가기로 했다.
우유니가 겨울이었다면 라파즈는 봄? 가을 정도 되는 날씨였다.
마녀 시장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그래서 가는 길에 괜찮은 레스토랑이 보이면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밖에 나오니 마녀 시장으로 향하는 길이 언덕이었다.
엄마의 고산병 증세가 maxxxx치 도달.
정확하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느낌상 이때가 가장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15분 정도 되는 거리를 30분 정도 걸려서 간 듯하다.
이때 나도 엄마 옆에서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아빠는 정말 왜 그러는 걸까,
엄마에게 ‘안쪽으로 걸어’라는 말을 하는데,
걱정이 되고 신경이 쓰여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면 좀 부드럽고 다정스럽게
‘안쪽으로 좀 걸어~’ 하면 안 되는 것일까?
안 되는 것이겠지.
엄마의 옷 끝을 길 안쪽 방향으로 휙 잡아당기면서 말을 한다.
그렇게 말하는 아빠 때문에 나도, 엄마도 화가 났었다.
엄마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더 화가 났던 듯하고,
나는 엄마에게 유독 그러는 아빠의 행동에 화가 났다.
난 엄마만 챙기고 천천히 걷기만 했다.
날이 조금 더워졌다.
나도 계속되는 언덕에 얼른 앉아서 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