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9. 라파즈 (2) _ 휴식의 시간

7/10일 라파즈(볼리비아)

by 오현정

힘들어하는 엄마 생각에 괜찮은 식당이 있으면 그냥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마땅히, 적당히, 깨끗해 보이고 엄마가 먹을 수 있어 보이는 음식을 파는 곳이 없었다.


결국 구글로 평점 좋고 사진상 깨끗해 보이는 레스토랑을 향해갔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그 레스토랑 위치에 왔는데 구글에 있는 레스토랑이 아니었다.


분명 볼리비아 음식 레스토랑을 찾았는데, 아시아 음식점이었다.

더 이상 지체하고 다른 곳을 찾아볼 여력이 없어 그냥 그곳을 들어갔다.


언덕, 힘들어 보이는 엄마 뒷모습 ㅠㅠ


태국 음식 전문점이었다.

두부가 들어간 국물 음식과 두부를 넣고 볶은 음식, 팟타이를 시켰다.


그리고 아빠와 나는 역시 술 한 잔씩.

금세 찾아온 평화의 시간.

아빠는 위스키, 나는 볼리비아 맥주!

볼리비아 맥주를 생각보다 맛있게 먹었다.


아빠랑 나는 뭐든 잘 먹는다 ㅎㅎ


음식은 다 맛있었다.

엄마는 속이 너무 좋지 않아서 처음에는 잘 못 드셨는데,

국물 요리도 있고 두부가 있다 보니 생각보다는 드실 수 있었다.


어쩌면 현지 음식점 보다 아시아 음식점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물론 선택권이 없었지만... ㅎㅎ


바로 옆 언덕을 조금 올라가자 마녀 시장이 바로 나왔다.

귀엽고 예쁜 것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사고 싶었다.

그렇지만 짐을 늘릴 공간도 없고, 아직 여행 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살 수 없었다.

기념 마그넷만 간단하게 구매!!

(이럴 때 큰 캐리어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 ㅠ.ㅠ)


마녀 시장은 위에 우산 장식을 꾸며 놓았다.

그리고 가게마다 다양한 색의 직물 제품을 걸어 두어서 거리가 너무 예뻤다.

파란 하늘과 색색의 거리 모습이 사진 찍을 맛을 더해줬다.

근데 우산 교체가 필요해요 ㅎㅎ


배가 좀 부르고 식당에서 쉬다 나와서 엄마, 아빠의 컨디션도 훨씬 좋아져 있었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관광객들도 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거리가 넓진 않아서 관광객이 많으면 사진 찍기도 쉽지 않을 곳 같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언덕을 내려가는 길이라 엄마가 좀 수월했다.

그리고 올라올 때는 보지 못했던 라파즈의 도시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건물들과 텔레페리코! _ 언덕이 ㅎㅎ


기분이 좋아져 가는 길에 예쁜 공원에서 엄마랑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어 보았다.

맛있다!!!

예쁜 공원 _ 뒤로 보이는 언덕 위 집들


오늘은 휴식을 하는 날로 숙소를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간단한 저녁거리와 술을 사서 들어가기로 했다.


아빠와 나의 평화를 위해 술이 빠질 수 없다.


마녀 시장을 가면서 보았던 엠파나다(볼리비아식 이름은 살테냐!) 파는 곳을 가려고 했다.

그런데 지나쳐버렸다.


이미 숙소 근처 마트까지 내려왔기에 엄마, 아빠는 마트에서 간단하게 살 물건을 보고 있고,

나는 다시 뛰어올라가 엠파나다 집을 찾았다.


나는 고산병 따위... 뛰었다.

참 뛰기 좋은 날씨였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 엠파나다 집을 찾았다.

들어간 가게는 할머니께서 운영 중이셨다.


간단한 스페인어로 닭고기 엠파나다 두 개, 치즈 엠파나다 하나, 사과가 들어간 파이 하나를 샀다.

빵 4개에 4천원 정도. 정말 착한 가격!!


빵을 사고 또 뛰어서 내려갔다.

저 멀리 엄마가 나와있는 것이 보였다.

엠파나다! _ 가게 앞 냄새가 너무 좋았다.


작은 마트에는 위스키도 없고 맥주도 몇 개 없었다.

술을 찾자 친절한 가게 주인은 술 파는 곳을 알려 주었다.


남미 사람들 정말 친절하다니깐!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술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이미 사두었던 물, 과자를 숙소에 놓고, 엄마도 쉬시라고 했다.


아빠와 둘이 술을 사러 가는 평화의 시간이다.


숙소 옆길로 들어서자 술을 파는 작은 가게가 바로 있었다.

그곳도 할머니가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약간 인상이 무서워 보여서 '외국인을 안 좋아하시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스페인어로 말하고 손짓을 동원해 술을 찾았다.


할머니는 내 말을 알아들으시고는 작은 위스키를 찾아 구석으로 가셔서 꺼내다 주시고,

맥주를 찾아 냉장고에서 큰 거, 작은 거 두 개씩 4개를 들고 나오셨다.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배가 차갑다는 손짓도 하시고,

'네가 어떤 걸 살지 몰라서 이렇게 가져왔어'라고 말씀하셨다.

(분명히 알아들었다!!) 귀여우셨다.


친절하신 할머니 덕분에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그렇게 아빠와 만족스럽게 술 쇼핑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마트에서 산 감자칩도 ㅎㅎ

할머니 가게에서 산 엠파나다 치즈맛!!!

그리고 사과 파이가 정말 맛있었다!!


엄마는 이미 잠이 드셨고, 아빠와 나는 그렇게 먹고 휴식을 취했다.


아빠는 바로 잠에 드셨다.

나는 잠도 오지 않았고,

뭐랄까... 기분이 그냥 편했다.


그래서 우유니 사진도 옮기고, 투어같이 했던 친구들에게 사진도 보내주고,

이것저것 하다가 세수, 양치만 하고 잠에 들었다.


남미 여행의 가장 큰 일정 두 개(마추픽추, 우유니 사막)를 무리한 일정으로 마무리했다.

엄마, 아빠는 너무 지쳐 있으신 듯했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운 좋게 마추픽추도 최고로 잘 보았고,

우유니 사막도 좋은 날씨에 갈라진 사막, 물이 고인 사막을 모두 보았다.

남미 목표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이제 내일이면 고산병도 끝이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8. 라파즈 (1) _ 다시 라파즈, 힘든 고산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