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일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남미 여행 처음으로 가장 여유 있는 아침이었다.
그래서 호텔 헬스장을 갔다.
나름 괜찮은 호텔이었는데 헬스장은 방 한 칸 정도 되는 크기였다.
러닝 머신도 없어서 스트레칭, 사이클만 잠깐 하고 금방 돌아왔다.
역시 엄마, 아빠는 준비를 마쳤고, 얼른 씻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조식은 간단하고 깔끔했다.
Best는 커피!! 커피 기계에 사람들이 계속 줄 서 있었고, 나랑 아빠도 두 번이나 마셨다.
** 그러고 보니 남미 커피가 다 맛있었다!
기분 탓인가?
또, 아르헨티나 유명한 둘세 데 레체 쨈!
** dulce de leche는 ‘단 우유’라는 뜻으로 우유에 설탕을 넣고 졸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밀크캐러멜 맛이랑 비슷하다.
이거 정말 맛있긴 하구나, 운동 잠깐 한 거 다 보충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여행 처음으로 여유 있게 조식을 먹었다.
흡족했다. 역시 호텔은 조식! 조식은 호텔!
준비도 여유 있게 하고 밖으로 향했다.
비가 계~속 왔다.
아무래도 내일 스카이다이빙은 못 할 듯했다.
미리 연락을 해 두었던 스카이다이빙 업체에서도 오늘 밤에 연락을 다시 준다고 했다.
머리에 이 생각뿐이었다.
우산이 하나뿐이어서 아르헨티나 우산을 하나 구매했다.
엄마랑 나랑 쓰고, 아빠 혼자 우산을 쓰셨다.
오늘의 여행 테마는 '탱고'였다.
그 첫 번째 장소로 예쁜 거리와 음식을 먹으며 탱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라 보카' 지구로 향했다.
버스를 타야 하는데 유심 구매를 하지 않아서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버스를 기다리는 여학생에게 길을 물었다.
라 보카 지구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묻길래 카페에서 탱고 춤추는 사진을 보여줬다.
정확하게 탱고 공연을 하는 가게가 몰려있는 거리의 이름은 '카미니토'였다.
착한 여학생은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성심성의껏 버스를 알려주었다.
심지어 같이 탄 버스에서 정거장까지 찾아서 알려 주었다.
남미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카미니토에 가까워 오자 현지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곳인지 버스에 우리 가족에 없었다.
기사 아저씨한테 가서 이곳에서 내리는 것이 맞는지 물어보고 하차를 하는데,
잘생긴 기사 아저씨가 윙크를 날린다.
고마워요 친절한 아저씨!
비가 오지만 착한 사람들을 만나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카미니토 거리는 비가 와도 예뻤다.
사실 나는 비 오는 것을 좋아한다.
억수같이 오는 것도 아니었고, 바람이 많이 부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예뻐 보였던 듯하다.
치안이 안 좋다고 했지만 역시 관광지에서는 치안 관련해서 느껴지는 것이 없다.
쇼핑센터가 매우 잘 구성되어 있어서 부에노스아이레스 마그넷과 기념품을 모두 이곳에서 구매했다.
조식을 잘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딱히 갈 곳이 없었다.
그리고 엄마, 아빠는 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셔야 하기 때문에 식당을 가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은 가게들 중, 한 곳에서 노래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게 입구에서 멋쟁이 아저씨 한 분이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나는 다른 곳의 분위기를 조금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아빠가 그 아저씨에게 반해서? 그냥 그곳으로 들어갔다.
추웠지만 공연을 보기 위해 식당 내부가 아닌 천막으로 둘러싸인 바깥쪽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난로가 틀어져 있는 테이블 바로 옆에 앉았지만 살짝 추웠다.
스테이크, 파스타, 샐러드, 와인(행복해)을 시켰다.
친절한 웨이터 아저씨가 '너 메뉴 정말 잘 시켰어! 그리고 스페인어 정말 잘한다'라고 말해주었다.
기분이 너무 좋다.
음식을 기다리며 한 가수 아주머니의 공연을 보고 팁도 드렸다.
모자를 작은 무대 앞쪽에 두어 팁을 넣고 왔다.
그러자 우리 가족에게 어디서 왔냐며 말을 걸었다.
물론 이때까지 식당에 우리 가족뿐이었다.
공연을 보고 있으니 생각보다 음식이 빨리 나왔다.
맛있다!! 어제 유명한 아사도 식당에서 먹은 스테이크 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엄마, 아빠는 라면 스프 재등장.
** 아르헨티나는 와인이 유명한 곳이다.
물론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1~2만원이면 가성비 와인을 마실 수 있었다.
그래서 점심, 저녁 매 끼니 마셨다. ㅎㅎ
그렇게 음식을 먹고 있으니 기다리던 탱고 공연이 이어졌다.
왜 사람들이 안 들어오는 것일까? 우리 가족만 있는 것이 조금은 민망했다.
그렇지만 덕분에 눈치 보지 않고 엄마가 탱고 공연자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역시 마무리는 팁!
천천히 밥도 먹고 와인도 마시고 공연도 보고
엄마, 아빠와 이렇게 천천히 식사를 한 적이 있나 싶었다.
잘 먹었던 조식의 효과일까?
공연의 순서는 다시 아까 아주머니의 노래로 돌아왔다.
이때 살짝 술이 오르신 아빠가 아는 아르헨티나 노래가 있다며 '울지 마요 아르헨티나' 물어보라고 하셨다.
생리 전 증후군이 끝난 나는 기분 좋게 노래를 찾아 노래 부르는 아주머니에게로 갔다.
팁을 모자에 넣으며, 미리 핸드폰으로 번역해 두었던 '울지 마요 아르헨티나'를 보여주자 바로 알아보셨다.
유명한 곡이었다.
** 찾아보니, Don't cry for me, Argentina 는 아르헨티나의 '에비타' 라는 영부인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유명한 곡이라고 한다.
에비타는 벽화도 있고 (길을 지나가다 보았다.) 100페소 화폐에도 그려진 인물이다.
아빠는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아주머니는 음악도 켜지 않고 생 라이브로 노래를 시작했다.
이때쯤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지는 못했지만, 우리 가족은 노래가 시작되자 감동했다.
나랑 엄마는 가사도 모르지만 아주머니의 성량과 음색에 감동을 받았다.
노래의 내용을 대충 알고 있는 아빠는.....
눈물이 고였다.
응? 아빠 왜 그래 정말?
뭐 사연 있는 사람 같잖아...
그걸 본 나도 울컥했다.
모든 건 평화를 주는 와인 때문이니라.
그렇게 멋진 점심 식사를 마쳤다.
나오는 길에 문 앞에 있던 잘생긴 아저씨랑 아빠는 사진도 찍으셨다.
유명한 메시 동상도 보았고, 날이 살짝 춥고 비도 계속 와서 걸어 다니기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향했다.
이때 살짝 카미니토 거리를 벗어났는데, 치안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대충 알았다.
직접적으로 위험성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대낮에도 인적 드문 거리, 철창이 있는 주변 건물들이 이유를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걸려 다시 호텔로 복귀를 했다.